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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시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어느 여름이었다.

삶이 너무 남루하게(시인의 표현을 빌린다면) 느껴지던 날들의 어느 즈음이었고, 그녀와의 만남은 이후 내가 이유없는(아니, 이유가 너무 많은) 절망의 끝을 향해 가고 있을 때 든든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강릉이 고향인 그녀. 난 강릉 김씨이고 강원도 영월, 태백, 춘천, 원주에서 살아온 터라.. 그녀의 시속에서 가끔씩 마주치는 지명들과 상당히 익숙하다. 딸부잣집의 딸로 태어난 것도 비슷하고 그녀 어머니의 삶속에서 그녀가 건져올리는 작품의 소재들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뒤흔들어 놓곤 한다.

내 혀가 입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
물밑에 달이 열릴 때
도화 아래 잠들다
바리공주

작년에 스물아홉의 강을 건너며 내내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의 누이 영덕스님을 생각했고 비구니 스님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와 내 어머니를 생각했다. 여성주의, 아니 '여성주의' 자체를 이미 뛰어넘은 영역에서 이미 깊숙한 호흡을 하고 있는 그녀. 뭣보다 불교적 세계관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그녀 작품의 세계를 논하기 힘들 것 같다.

이 모두.. 나랑 너무 잘 맞는 느낌이다.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그럴 것이다. 그녀가 현대문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크게 비상을 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작품들이라고 생각해왔지만, 다소 빨리(?)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갈구하는 것들은 아마도 보편성을 띠고 있나보다.

여성들이 그녀의 네작품을 통해 삶의 힌트를 얻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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