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26 일부 내용 업데이트 - 별점3개에서 4개로 업그레이드.)
(16/6/21 일부 내용 업데이트 - 영어로 된 네덜란드어 교재 공부하며 새로운 서평거리가 생겼음)
시중에 나온 한국어로 된 네덜란드 입문 교재가 거의 2종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른 책은 한국외대 김영중 교수의 '꿩먹고 알먹는 네덜란드어 첫걸음' 이다. 두 책간 비교 위주로 서평을 써보고자 한다. (현재 이 책 8과 정도까지 공부해본 상태에서 쓰고 있다. 나는 네덜란드어를 전혀 배운 경험이 없다. 나에게 배운 순서로 치면 6번째 외국어이긴 하다. 물론 영어를 제외하곤 나머지 5개 언어 구사력은 잼병이다..ㅋㅋ)
어학 입문 교재는 크게 4가지 평면으로 분류할 수 있다. x축에 분량, y축에 난이도를 놓은 평면 말이다. 이 책은 분량은 작지만, 난이도는 꽤 높다고 본다.
이 책은 연습 문제나 반복 학습을 요구하는 부분은 거의 없고 빠른 속도로 진도가 나간다. 사실, 평소 내가 언어학습 지론은, "천천히 가야 오래 간다"는 것이다. 천천히 배워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학습법에 관한 이야기는 많으니 굳이 여기서 설명하진 않겠다. 분량이 많다는 건 반복학습의 지루함을 견뎌야 함을 뜻한다. 그러나 어학 기초를 탄탄히 닦고 싶은 이에게는 그것만이 왕도이다.
책의 난이도가 높다는 건 문법과 단어가 (완전 초보자치고는) 심화된 수준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나마 네덜란드어 기초 문법이 영어와 흡사한 면이 많아 부담이 적은 걸 수도 있겠다. 이 책을 하루에 2시간 가량 공부해서 1달 정도만에 다 봤는데, 상당히 많은 문법을 접했다. 과거, 미래 시제는 물론이고, 완료 시제 까지도 공부했다. 여태까지 다른 언어를 공부하면서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토록 많은 문법을 뇌에 집어 넣은 경험이 없어서인지, 상당히 수박 겉핥기 식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과거 시제를 다룬 챕터에는 20 개 남짓한 네덜란드어 문장만이 실려 있다. 스무 문장 가지고 과거 시제를 마스터 했다고 하기에는 굉장히 떨떠름한 것이 사실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김 교수 책을 먼저 빌려 보았는데, 아무래도 대학 교양 수업 교재처럼 (흑백에다가) 다소 딱딱한 편집이라 이 책을 구매하게 됐다. 그 책은 강사가 수업용으로 만든 느낌이 강하다. 반면 이 책은 독학하는 사람도 천천히 읽어나갈 수 있도록 대화체로 되어있다. 가독성은 이 책이 더 좋다. 거기에서 오는 부실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김 교수 책에는 영어의 to have 동사인 hebben의 인칭에 따른 변화형이 표로 잘 정리되어 실려있는 반면, 이 책은 동사표는 싣지 않고 대신 (85쪽에서 보듯) 문장으로만 나와있어서 깔끔하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두 책 모두 오디오 파일을 제공한다. 김 교수 책 녹음 파일은 출판사 홈피에서 쉽게 받을 수 있다. 반면, 이 책은 MP3 CD 형태로 음원을 제공한다. CD에서 음원을 리핑하는 수고를 들여야만 핸드폰 등에 넣어서 듣고 다닐 수 있다. 사람들이 요즘 CDP를 잘 안쓴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방식의 배포가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이 책은 책에 실린 모든 단어들을 읽어주지 않는 다는 단점이 있다(이건 김교수 책도 마찬가지. 사실 김 교수 책은 많은 예문 수에 비해 녹음이 안 된 부분이 매우 많다) 예를 들어 80쪽에서 약변화동사의 변화 예시를 적어주는데, 이를 오디오 파일에서는 생략했다. 초심자로서는 발음 하나하나가 매우 신경쓰이는 일인데, 녹음되어있지 않아 아쉽다. 이외에도 각 챕터 앞부분에 나오는 간략한 문화 소개(홀란드 지명의 유래 등) 부분을 녹음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대신 녹음한 부분에서만큼은 천천히 두번씩 읽어주기 때문에 초심자가 듣고 따라하기에 유용하다.
또, 숫자나 알파벳은 매 글자마다 두번씩 반복해서("에인....에인.....트베이...트베이..." 이런식이다) 느릿느릿 읽어주는 것보다, 한 큐에 빨리 읽어주는 것("에인, 트베이, 드리..." 이렇게) 이 학습자로서 덜 답답할 것이다.
그리고 단어해설이 조금씩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문제는 김 교수 책 역시 비슷하긴 하다) 내가 능숙한 네덜란드어 구사자가 아니여서 전부 판별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의심가는 몇개가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38쪽에서 vader와 moeder를 아빠, 엄마 로 번역해 놓았다. 다소 의문이 들어, 한국에서 공부중인 네덜란드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보다 정확히는 아버지, 어머니가 맞다고 한다. 마치 영어에서도 father, mother가 아버지, 어머니이고 dad, mom 이 아빠, 엄마에 가까운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 책에 오탈자는 별로 없었다. 책 전체에서 한두개 정도만 기억이 난다. 김 교수 책이 한 챕터당 몇개씩의 오탈자가 나오는 것에 비하면 훌륭한 교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김교수 책과 달리, 끝에 색인이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적다보니 단점만 나열했지만, 컬러 도판이고, 대화체로 쓰여져 있어서 읽기가 편하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딱딱한 어학 교재를 읽는 느낌보다는 네덜란드어 선생님을 앞에다 두고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점은 분명 독학하는 초심자로서의 접근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막상 나같은 독학자가 궁금해할 점, 예를 들어 쓸만한 네덜란드어 인터넷 사전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게 아쉽다.
요약하자면, 뛰어난 가독성에 비해 내용이 다소 얕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학원 수강이나 다른 좀 더 두꺼운 교재 입문에 앞서 독학하며 네덜란드어 맛보기를 위해서 적당한 것 같다. 이 책은 간단히 훑으며 네덜란드어에 대한 기초적인 감을 잡는 용도로 쓰기에는 충분하다.
(왕초보에게 김 교수 책은 비추천이다. 그 책은 사실 편집도 엉망이어서 독학용으로는 정말 불친절한 교재이다.)
다른 네덜란드어 교재를 추천하자면, 영어 교재이긴 하지만, Teach Yourself Dutch 와 Hugo Dutch in 3 Months 등이 있다. '국가대표 네덜란드어'를 공부한 후 이 영어 교재 중 하나를 공부해도 되고, 영어 교재 읽는 데 불편함이 없다면 아예 맨 처음부터 영어교재를 쓰는 것도 괜찮겠다.
덧붙이자면, 네덜란드어 자체가 그리 큰 수요를 가진 언어가 아니라서 시중에 나온 영어 교재도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해외에서 직접 주문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의 두 영어 책은 교재 값이 그다지 비싸진 않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