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책과 만화를 보고 공상하기를 즐겼다는 소서림 작가. 만화는 아니더라도 책을 읽고 공상 속에 빠져들었다는 말이 너무도 공감된다.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을 읽고 공상의 나래를 펼쳤던 어린 꼬마였을 때의 내가 떠오른다. 작가의 그런 공상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환상서점'이 탄생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랄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환상서점'이 '밀래의 서재' 종합베스트 1위라는 문구보다 독자의 요청으로 전자책에서 종이책으로 출간했다는 점이다. 종이책 발간 요청이 쇄도할 정도라면 얼마나 재미가 있다는 말일까?
서장을 통해 작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소녀와 신선 같은 사내 이야기를 꺼낸다. 처음 부분인지라 그냥 지나쳐가면서 읽었는데 이 서장이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인 것을 나중에 책을 다시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 두사람의 인연은 수레바퀴가 구르는 것처럼 다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현재에 등장하는 연서와 연서가 산속에서 길을 잃을 때 만난 서점주인 서주의 인연은 다시 환상서점을 통해 이어지고, 서주는 그녀에게 자신이 쓴 책에서 아주 오래된 환상이야기를 연서에게 들려준다.
'환상서점'을 더욱 재미 있게 만드는 요소는 뭐니뭐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은 이야기인 '구색록'과 '옥토' 이야기와 '불가록(不可錄) 이야기, '소화담'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서주, 연서, 검은 옷의 남자, 소녀의 과거 이야기로, 이들의 인연을 풀어주는 열쇠이자 이들의 과거 이야기이다. 수수께끼 같은 각각의 인연들이 서로 짜맞추어지면서 비로소 하나의 온전한 이야기가 되어가는 것이다.
영생을 살 수 밖에 없는 운명 속에 나타난 사랑.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하고 떠난 그의 애절한 사랑은 다시 수레바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비록 그녀가 그를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그는 다시 찾아온 그녀에게 예전의 그녀에게 했듯이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서에게 서주가 그랬듯이....
'환상서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환상적인 옛이야기들이다. 분명 비극적으로 결말을 맺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이야기들은 끝이 난 이야기가 아닌 아직도 현재진행 중이기에 언젠가는 해피엔딩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주가 연서의 비극적 운명을 바꿨듯이 말이다.
저희가 전생에 몇 번이나 마주쳤나 봅니다.
p119
영생을 살면서 자신의 인연을 기다리는 한 남자. 그리고 자신을 얼마나 애틋하게 기다리는 남자가 있었는지를 알지 못하는 한 여자의 '윤회'를 기반으로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면서 보여주는 한 편의 판타지 이야기는 벚꽃이 바람에 비처럼 떨어지는 봄날 나의 마음 속에도 환상을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일까? 전자책에서 종이책으로 출간된 '환상서점'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드라마로 나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