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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보따리의 서재
  • 나가사키의 종
  • 나가이 다카시
  • 12,420원 (10%690)
  • 2021-08-13
  • : 375

 

 

 

 

8년 전 나가사키의 원폭 자료관과 평화공원을 가 본 적이 있다. 원폭의 피해와 함께 원폭의 무서움을 온 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이런 이유로 나가이 다카시의 '나가사키의 종'은 나에게는 슬쩍 지나가며 읽는 책이 아니었다. 폭격 직후의 모습을 쓴 부분을 읽을 때는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터지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처참하게 파괴된 도시와 폭압, 열, 감마선, 중성자, 탄체 파편 등에 의해 목숨을 잃은 나가사키에 거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자 나가이 다카시는 나가사키 의과대학에서 방사선학을 전공한 의사이다. 그는 원폭 투하 당시 병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원자폭탄의 위력이 얼마나 강하고 무서운가를 보여주고 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8년 전 원폭 자료관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의사 나가이 다카시는 원자폭탄으로 인한 피폭으로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작업을 벌였다. 또한 구호대를 결성하여 몇 번이나 정신을 잃은 상태에도 농촌 지역을 순회하면서 그 피해를 조사하고 피폭자를 치료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당시 원자병 징후가 나타나는데도 불구하고 의사이면서 과학자인 그는 새로운 진리 탐구의 본능으로 폭발 중심지의 잔류 방사능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폭심지에 움막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의사로서, 과학자로서의 임무에 흐트러짐 없이 본분을 다하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무엇보다 가장 가슴을 뭉클하게 한 것은 우라카미 성당에서 열릴 합동 장례식에서 읽을 조문인 '원자폭탄 합동 장례 조사'였다. 이 모든 것을 원망이 아닌 신의 섭리로 받아들이고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죄악에 대한 벌로서 일본 유일의 성지 우라카미가 희생의 제단에 바쳐질 순결한 희생양으로 선택되었으며, 이로써 천황이 종전이라는 결단을 내리도록 해 주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마음이 황폐한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폐허가 된 성당에서 찾아낸 종. 그 종소리는 분명 평화의 종소리였다. 나가사키, 아니 일본, 더 나아가 인류가 부디 전쟁을 계획하지 말고, 오직 사랑과 이해로 화해하기를 바라는 마음, 전쟁을 멈추고 평화만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종소리에 온전히 들어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가이 다카시의 유언 역시도 이 세상에서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 사랑의 마음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기를 당부하고 있다.

 

그의 유언 마지막 문장은 그가 지금 인류에게 전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사랑의 세계에는 적이 없단다. 적이 없으면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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