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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델 문도
  • 최상희
  • 10,800원 (10%600)
  • 2014-08-29
  • : 1,406

 

델문도

<델문도> 가족, 친구, 그리고 나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힘이 깃들기를'

 

[스페인어로 ‘세상 어딘가’를 의미하는 델 문도(Del Mundo)]

작가의 여행 경험이 바탕이 되어 각 등장인물이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영국, 호주 등 각각의 세계에서 아홉 개의 단편이 펼쳐진다.

평소 청소년 '교육'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청소년 '문학'에는 무지한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선택한 <델문도>. 이 책은  제 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출판사 리뷰 中 

 

그동안 『푸른 사다리』(이옥수 지음), 『몽구스 크루』(신여랑 지음), 『열일곱 살의 털』(김해원 지음), 『합체』(박지리 지음), 『내 청춘, 시속 370km』(이송현 지음), 『우주 비행』(홍명진 지음), 『더 빨강』(김선희 지음) 등의 작품을 배출하며 ‘청소년문학의 본령’으로서 그 소신과 입지를 묵묵히 지켜 나가는 ‘사계절문학상’이 12회를 맞이했다. 제12회 대상 수상작 『델 문도』는 아홉 개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지금까지 청소년문학상 수상작들이 장편소설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한 작가의 단편들을 한데 담은 이번 수상작품은 매우 이례적이다.

 

[단편마다 여운을 주는 책]

성인이 된 이후로 청소년 문학은 처음이다. 책을 접하는 그 순간부터, '이 책은 1318문고지' 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깔아두고 읽기 시작했는데 응?...성인인 내가 읽기에도 생각할 점이 많았다.

특히 각 단편이 끝날 때마다 여운이 긴 작품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첫번째 이야기인 <붕대를 한 남자>가 압권이었다.

 

<붕대를 한 남자>

p.26

 

이제 내가 원망하는 것은 하나 뿐입니다.

딱 1분이었습니다. 웅덩이를 향해 달려가던 1분.... 내 인생에서 그 순간만큼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강했던 적은 없었다는 겁니다. 차라리 포기했다면 1분 동안의 삶의 의지 따위가 없었더라면 오히려 나았을 텐데 말이죠. 

한 순간의 사고로 인해 가족과 자신의 인생이 모두 불에 타버린 남자, 그는 자신이 가장 원망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세상 모든 것, 그래요, 심지어 저 위에 있는 분까지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원망하는 건 딱 하나뿐입니다." 

"1분입니다. 웅덩이를 향해 달려가던 1분"

붕대를 칭칭 감고서라도 자신의 목숨을 부지해준 1분이기도 하면서 모든 것은 앗아간 1분.

그 1분이 가장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 상황에 나라면, 내가 그 상황에 처했다면 난 그 모습을 하고서라도 원망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없다. 그의 모습을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 아이는 그렇게 갖고 싶었던 총을 가졌지만 붕대를 감은 남자를 보고, 그의 말을 듣고 조용히 총을 내려놓는다. 

이렇게 소년은 한층 성숙해진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여행자]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의 영향으로 세계 각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의 재미도 쏠쏠하다.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 외국에 대해 막연한 상상으로 가득할 것 같은 청소년들에게는 이 점이 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노프라블럼

p.66

 

유진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여긴 강가라고. 관광객들이 갠지스강이라고 부르는 강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럽고 초라해서 적잖이 실망하고 떠나는 곳이겠지만, 우리의 강가는 모든 것을 주고 또 받아들이는 자비롭고 숭고한 곳이라고. 돈과 건강, 고귀한 신분, 슬픔과 기쁨, 그리고 사랑까지도. 그 모든 것을 줄 수도 있고 또한 그 모든 것을 가져가기도 한다고. 삶과 죽음, 심지어 그 너머의 세계까지 강가에 죄다 있었다. 그러니 고래라고 없으란 법 있는가?

동갑이지만 신분의 차이로 인해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두 아이. 높은 신분의 유진을 항상 집으로 모셔왔다가 또 학교로 데려다주는 주인공은 어느날 유진을 데리고 갠지스 강을 간다. 유진의 눈에는 천박하고 더러워보이기만 한 갠지스 강일지라도, 이곳이 태어난 곳이고 살아갈 곳이고 죽을 곳인 주인공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우리의 강가는 모든 것을 줄 수도 있고 또한 그 모든 것을 가져가지도 하는 자비롭고 숭고한 곳이라고 말이다.  

 

[나에게 '아빠'란]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청소년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고민거리이자 시시때때로 바뀌는 그들의 감정을 대변해준다. 청소년에겐 가족이란 가까워졌다가도 어제만난 친구보다 한없이 멀리 있는 것처럼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존재일테니까. 몸과 함께 마음도 주체할 수 없이 성장해가는 청소년이 바라보는 '아빠'가 이런 존재가 아닐까?  

 

<내기>

p.87

 

아빠랑 같이 있는 게 아직 숨 막힐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제 곧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희미하게 느꼈다. 그게 보통의 아빠와 아들 관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함께 풍선을 껴안고 있는 거랑 비슷하다. 풍선이 점점 더 부풀어 사이가 벌어지다가 결국에는 손 쓸 수 없을 만큼 멀어지고 마는 거다.

 

[나는 어디에 소속된걸까]

한편, 내 청소년기를 떠올려보면 '나는 어디에 소속된거지?'란 고민을 끊임없이 했던 시절도 있었다. 예컨대, 명절에 용돈을 받으면서도 나와 10살이 넘게 차이가 나는 친척동생이 한껏 귀여움을 받으며 5만원씩 받고 있는데 나도 똑같은 돈을 받는거다. 그러면 나는 저 귀여운 동생과 같은 금액의 용돈을 받을 만큼 그런 존재인걸까? 나는 언제까지 용돈을 받는거지? 

ㅋㅋㅋㅋㅋㅋ...이런 고민은 '25이된 지금도 언제가 마지막 용돈을 받을 나이인가?'로 이어진다. 물론 취업을 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지만 말이다. 이런 마음을 <Missing>의 다음 구절이 표현해준다. 언제까지고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나도 철이 들어야 할 나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스스로 깨닫게 되는 순간에 누구나 이렇게 느끼지 않을까?  

<MISSING>

p.154

 

이 따스하고 평화로운 곳에 영원히 머무르고 싶었다.

그럴 수 있었다.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마치 누가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다는 듯이 서둘러 클로이의 집을 떠났다. 어린아이가 누릴 수 있는 행복과 순수한 기쁨이 가득한 그 공간에 머무는 것이 잘못이라도 되듯 재빨리 도망쳐 나왔다.

[공상을 밥먹듯 하던 그 시절]   

<필름>

p.196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자 아아, 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탄성은 고요만이 가득한 공기 속으로 흩어져 침묵으로 얼어붙는다. 소리 내는 것도, 숨 쉬는 것도, 심지어 생각하는 것마저 잊는다. 다만 언제까지고 하늘을 올려다볼뿐이다. 눈 앞에 펼쳐진 밤의 풍경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서 숙소로 달려간다. 카메라를 들고 나와 하늘을 찍기 시작한다. 빛나는 것들이 세상 어딘가로 고요히 떨어져 내린다.    

청소년이라하기엔 턱걸이에 걸쳐있던 고3시절이 어쩌면 가장 위태위태한 청소년기였을지도 모른다.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반납하며 매일 밤11시까지 학교에 남아 야자를 했다. 요즘엔 우리 동네 중학생들이 9시에 등교를 한다던데....참 좋아졌다. 야자를 하던 그 시절에는 스마트폰이 없었다. mp3로 성시경의 노래에 푹 빠져서 남몰래 눈물 훔치던 시절도 이때였다.

 

[9개의 단편 속 청소년의 일상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인생’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에 이른다]  

 

작가의 말 中 

이 아홉 개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떠났거나, 떠나 있거나, 혹은 떠나려 한다. 세상 어딘가를 떠도는 누군가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여행자들이다. 여행에 관한 이야기지만 상실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도 좋다. 혹은 죽음과 고통, 슬픔과 분노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어딘가에 아직 존재하는 연민과 사랑, 기쁨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도 좋다. 그랬으면 좋겠다.이 흉포한 세상을 견디며 여전히 여행해야만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이야기들이 작은 위안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무대륙의 소년>

p.210

 

"평탄한 삶이 어느 날 갑자기 꼬이는 걸 뭐라고 하는 줄 아니, 얘야? 그게 바로 희극이지. 그런데 평탄한 삶이 조금씩 조금씩 기울어서, 어느 날 문득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않아 버리는 건 뭐라고 하는 줄 아니?“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로베르토는 말했다.

“그게 바로 인생이지.”

<시튀스테쿰>

p. 241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지키는 방편으로 암호를 정했다. ‘Sitvis tecum'. 시튀스테쿰, 그것이 루이엘과 내가 약속한 신호였다. 시튀스테쿰이라는 말이 떨어지면 나는 스케치북을 던지고 서둘러 라벤더 꽃을 땄고 루이엘은 노래를 멈췄다.

시튀스테쿰. 그것은 내게 없는 것을 빌어 주는 말이었다. 너에게 힘이 깃들기를. 그것이 암호의 뜻이었다. 내가 가진 유일한 힘이라면, 그건 루이엘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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