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민초소라빵의 서재
  • 불확실성의 시대
  • 토비아스 휘터
  • 26,100원 (10%1,450)
  • 2023-05-01
  • : 1,251

이 책의 특장점은 물리학자들을 소설적으로 묘사하며 그들의 업적을 들여다보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30.
1903년 6월 어느 여름밤, 파리 13지구 켈러만 거리의 한 정원. 창밖으로 쏟아지는 불빝이 잔디밭은 환히 비춘다. 문이 열리고, 왁자지껄 쾌활한 목소리들이 먼저 들려오고 그다음,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자갈길로 몰려나온다.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 한복판에 검정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마리 퀴리. 서른아홉 살의 물리학자다. (…) 마리 퀴리는 지금 생애 최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이날 마리 퀴리는 여성으로서는 프랑스 최초로 자연과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물리학 이론보다도 먼저 물리학자를 앞에 내거는 구성이기에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샘플북에는 여섯 꼭지가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꼭지는 막스 플랑크, 두 번째는 마리 퀴리, 세 번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네 번째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기념비적인 발견을 다룬다. 다섯 번째(리허설)와 여섯 번째 꼭지(대논쟁)는 그 유명한 ‘제5회 솔베이회의’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 등의 격돌을 다룬다.

1️⃣1900년 베를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2️⃣1903년 파리, 균열의 시작

3️⃣1905년 베른, 특허청 직원

4️⃣1925년 헬골란트, 넓은 바다와 작은 원자

5️⃣1927년 코모, 리허설

6️⃣1927년 브뤼셀, 대논쟁

내가 특히 밑줄을 치며 읽은 것은 네 번째와 여섯 번째 꼭지였다. 하이젠베르크의 이야기는 예전에 <부분과 전체>에서 읽은 기억이 있어서 다시 들춰보았는데, 이 책 <불확실성의 시대>가 1925년의 행렬역학 개발과정을 더 자세하고 생생하게 설명한 것 같다. 1927년의 솔베이회의에서 물리학자들은 대립 구도를 보이는데, 대략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305.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플랑크, 로렌츠 같은 나이 많은 물리학자들은 이미 확립된 고전 물리학 질서를 방어한다. 파동이 부드럽게 흐르고 입자들이 연속 궤도 위에서 움직인다. 그들은 ‘현실주의자’이고, 실재하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자 한다.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디랙으로 대표되는 젊은 ‘도구주의자’들은 양자역학의 발전을 열망한다. 이들은 원자와 방사선에 대한 풀리지 않은 질문들에 양자역학을 적용한다. 이들은 철학이나 의미론 또는 쓸데없이 꼬치꼬치 따지는 데는 인내심이 없다.

보어는 이들 진영에 소속되기를 거부한다. 그는 이 젊은 반항자들의 스승이지만, 아인슈타인의 이의 제기를 그냥 무시할 수가 없다. 오랜 친구에 대한 존중 때문에, 그리고 그 자신이 철학적 사유자이기 때문이다.

-
사실 여섯 번째 꼭지는 너무 많은 물리학자들이 등장하고, 양자역학에 대한 합의(?)가 아직 도출되지 않은 “아이디어의 혼란” 시대이기 때문에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다만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대립하여 유명한 말을 남겼다는 정도만 밑줄을 짙게 긋고 넘어갔다.

🔖315. 고전이론에는 관찰자가 관찰 대상에 미치는 영향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계속해서 그렇게 여기고자 한다. 그러나 보어가 그것을 무너뜨렸다. 원자 세계에서는 관찰자와 관찰 대상이 상호작용한다고 주장한다.

🔖321. (아인슈타인이 말한다.)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아요.” 보어가 대꾸한다. “우리는 신에게 세상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지시할 수 없어요.”

-
샘플북만으로는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등이 주장하는 물리학 이론의 계보를 파악하기가 어려웠지만(당연함 대격돌 시대임😂), 정식 출간본에는 괴팅겐과 코펜하겐에서 물리학자들이 나눈 대화들이 수록되어 있기에 천천히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듯하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