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쪽)
“그런데 도희와 하람이는 왜 재개발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됐나요?”
“친구랑 헤어지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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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마을 수비대의 꿈꾸는 도시 연구소』는 형식 면에서 이야기책과 지식정보책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각 장의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마다 사진 자료와 함께 ‘도시공학’에 대해 소개하여 어린이 독자가 도시공학을 자신의 실생활과 맞닿은 것으로 여기도록 돕는다(약간의 사족을 덧붙이자면 「도시 공학이란 무엇일까?」, 「도시 개발과 도시 재생」 같은 꼭지들의 내용은 유익했으나 문체가 경어로 쓰였다면 더 좋았을 듯하다).
주인공 ‘도희’와 ‘하람’을 재개발될지도 모르는 아파트에 사는 당사자로 설정하여 현실감을 더했다. 재개발’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단지 자본의 논리로만 설명하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데 그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소설이라 생각한다. 재개발과 도시공학이라는 말 자체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각 장마다 20쪽 내외라는 짧은 분량에 8~10쪽 분량의 삽화가 풍성하게 들어가서 어린이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배려했다.
도희와 하람은 지은 지 36년이나 됐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은하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이다. 은하 아파트의 재개발 여부를 둘러싸고 주민들이 설명회에 참석하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하람 엄마는 “세입자가 아직 기한이 남았는데도 이사를 가야 하고, 집주인이라 해도 재개발 비용을 내야 하는 건 부담”이라며 재개발을 반대한다. 반면 도희 엄마는 “이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이 없어서 아이들이 놀기에 너무 위험”하고 “아랫동네 애들이 우리 애들 보고 산동네 산다며 놀린다”라며 아이들을 내세워 단지 주거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당하는 현실에 대해 말한다. 이처럼 재개발을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이유에는 모두 일리가 있고, 동시에 어린이는 어른들의 갈등 때문에 친구와의 관계가 서먹해질 위기에 처한다.
이런 난관에도 어린이가 어른들의 갈등에 직접 개입하여 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을 짚고 넘어갈 만하다. 도희와 하람은 “애들이 뭘 알겠어요?”라고 말하며 어린이를 무시하는 어른을 만나기도 하지만, 유정길 박사의 부탁을 따라 꿋꿋하게 전단지를 돌리며 설명회를 열기 위해 노력한다. 어린이 독자가 주체적인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은하 마을 수비대의 꿈꾸는 도시 연구소』는 가치가 있다.
소설 속 유정길 박사는 “개발이라는 건 사람을 몰아내는 게 아니라 불러들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이상향을 제시한다. 유정길 박사의 말로 인해 이 책의 독자는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확장된다.
🔖(91쪽)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달라요. 그건 각자의 입장에 따른 것이라 누가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요. 중요한 건 다른 생각이 모여서 좋은 결론을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는 도희와 하람이가 나서 준 게 참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