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쓸모 있는 ‘일‘에 대해 협소하게 정의하는 이 자본주의 체제를, 자연도 비인간동물도 노동자도 여성도 경제성장의 재료로 삼는 자본주의 체제를 뒤엎자는 기후정의투쟁이 무너지는 세상의 균형을 잡는 일일 것이다. 이 균형잡기에 더 많은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무게를 실어주기를 바란다.- P25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이코스의 비인간들과 동맹을 맺고 저항의 정치에 나서는 일이다. 우리는 결코 저들의 대변인이거나 대표가 아니고 이러저러하게 그들과 얽힌 여러 공동체들의 구성원들이다.- P63
전체주의에 민주주의가 있을 수 없다. 권위주의 역시 민주주의를 불온시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에는 전체주의와 권위주의적 요소가 상존한다. ‘민주적 전체주의‘, ‘민주적 권위주의‘는 성립할 수 없지만 전체주의적 민주주의‘, ‘권위주의적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나빠질 때마다 그 특징을 드러낸다. 독일의 바이마르공화국에서 전체주의가 발원했고 한국에서 1960년의 4월 혁명과 2공화국 뒤에 군부 권위주의가 이어졌듯, 민주주의 하에서도 권위주의와 전체주의는 경제우선주의와 국가발전주의를 외칠 때마다 스멀스멀 우리 사이로 들어온다. 그렇기에 민주주의가 더 민주적이려면, 더 느려져야 하고 다른 생각들의 가치에 관용적이어야 한다. 이를 인내하고 관용하는 차분한 시민성 없이 민주주의는 어렵다.- P71
태양광 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하면 신재생에너지가 석탄 발전을 대체해 자원소비량과 탄소배출이 줄어야 하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은 증가한 에너지를 덤으로 생각해 소비를 늘리고 탄소 저감 효과는 상쇄된다. (...) 기술의 진보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는 이유는 수요공급의 원리, 상품 소비 시장경제에 기반한 자본주의가 ‘필요‘가 아닌 ‘욕망‘으로 작동하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욕망이 필요와 다른 점은 무한하다는 것이다. 필요는 충족되지만 욕망은결코 충족되지 않는다.- P107
기후변화라는 말은 음모론자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왜곡된 뉘앙스를 풍긴다. ‘기후위기‘라고 쓰되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에 의한 인류 문명의 위기임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