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 뚜렷한 세 사람이 모여 벌어지는 여정을 통해, 각기 다른 세 사람이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던 소설!
"모르겠다. 우리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이게 다 무슨 짓인지."
"어떤 일은 아무런 이유 없이 벌어지기도 해. 사소한 우연이 겹쳐서. 그뿐이야." p. 56
큰 사건이 아닌 사소한 일이더라도 그것이 발생하는 이유는 '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이유없이 발생하는 일은 없고, 이유없이 좋고 싫음은 없다고.
다만 이유가 없다고 느끼는 까닭은 그래, 작가가 서술한 것처럼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쌓여서 그런 것은 아닐까?
여전히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ㅎ 다만 경우에 따라 이유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 거지..!
희미를 오늘 이곳으로 데리고 온 건 옛 기억이었다.
언니와 나누었던 짧은 대화가 망각 속에 묻혀 있던 과거를 되살아나게 했기에.
실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들을 의문하게 만들었기에.
그 의문은 그를 다시 확신으로 이끌었다. p. 73
둘은 서로의 세상을 넓혀주었다. 함께 떼는 걸음은 혼자 디디는 걸음보다 기운찼기에.
그러느라 정작 이곳에서 처음 사귄 친구를,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더 크고 예쁜 꽃병을 가져다주겠다는 약속을 잊어벼렸다. p. 83
가끔은 새로운 자극에 취해 익숙해진 감각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러다 우연에 의해 그 감각이 다시금 떠오를 때 나는 어떤 걸 느껴왔을까.
잊어버린 것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미안함? 옛 추억이 가져다준 향수?
유년이란 관통하는 시기였으니까. 힘껏 밟고 도약한 이후에는 두 번 다시 내달을 일이 없었으니까. 종착지일 수 없었으니까. p. 83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질 때, 어디까지 거슬러 가는가 생각해보면 늘 20살 때까지였던 것 같다.
청소년일 때는 그러니까 학교가 전부인 세상을 살 때는, 시야가 좁았기 때문에 미숙한 게 당연하고 어린 게 면죄부로 작용해 그다지 성찰하지 않아온 듯 하다.
작가의 서술대로, 유년이란 관통하는 시기였으니까. 도약한 이후에는 다시 내달을 일이 없으니까.
책을 읽고나서 다시 이 문장을 마주하니, 그러니까 더더욱 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기에 대한 성찰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리본들은 각기 다른 소원을 담고 있었지만 비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 기원하는 마음이란 그랬다. 빛이자 온기였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p. 107
비는 행위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점이 좋았던 문장.
영원에 가깝게 되풀이되는 임무에 임하는 다른 존재들처럼 아주 단순한 진리만을 따랐다. p. 139
단순한 진리. 때로는 쉽게 간과되기도 하는 것들. 그럼에도 늘 상기해야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잃지 말자.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는 청소년 성장 소설 답게, 이 장르만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상을 준다.
또 술술 읽히는 문체에, 중편에 가까운 분량으로 한 호흡으로 단숨에 읽기 좋다.
때문에 초등학생들도 집중력 훈련삼아 읽기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또 특히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친구 관계에 고민을 느끼고 있거나,
누군가를 처음으로 좋아하는 감정이 들어 그 마음을 어떻게 다룰 줄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은 한국형 판타지에 걸맞게 가택신, 업, 넋과 같이 한국설화에서 볼 수 있었던 소재들이 등장한다.
또 군데군데 한옥에 대한 묘사가 풍부하게 서술되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가옥에 대한 심미성을 느끼고 싶은, 한국형 판타지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드린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