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는 한때 외계인이었고, 온전한 인간이었으며, 한 어머니의 딸이었던 아디나의 삶을 담담하게 응시한다. 기교를 걷어낸 채 건조한 그녀의 연대기는 한없이 평범한 지구인의 궤적을 고스란히 따른다. 요란한 수사 없는 한 여성의 잔잔하고 내밀한 자서전.
작품 초반부는 문화적 배경의 간극과 투박한 번역의 한계로 인해 적잖은 진입 장벽을 드러낸다. 그러나 마리 헐린 버티노가 벼려낸 문장의 미학은 난해한 번역의 균열을 뚫고 맑은 빛을 발한다. 초반부의 낯섦을 견뎌낸 뒤 마주하는 아디나의 40년 생애는 충분히 인내할 가치가 있는 여정이었다. 절제된 단문, 단문 사이에 깊은 감수성을 압축해 넣은 작가의 문장력. 평범한 한 인간의 생애를 밀도 높은 문학의 층위로 끌어올린다.
아디나가 마주한 외계인 상관들과의 교신이나 환각은 실상 혹독했던 유년의 결핍과 외로움을 버텨내기 위해 무의식이 빚어낸 또 다른 자아(방어기제)에 가깝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생애 첫 트위터에서 독자들의 메시지에 답하며 과거 자신이 상상했던 상관의 어투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후반부의 장면. 소외되었던 자아가 마침내 타인과 접속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서글프고도 따스한 증거다.
그러나 그녀가 진짜 외계인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삶의 어느 순간, 세상과 섞이지 못하는 지독한 '이방인'이자 '외계인'이지 않는가.
지구를 정찰하러 파견되었다고 믿었던 이방인 아디나. 역설적으로 누구보다 깊이 지구를 사랑하게 된다. 어머니, 친구 토니, 스쳐 지나간 연인들, 그리고 반려견 버터넛. 그녀는 자신의 고향이 어디인지 잊을 만큼 이 척박한 행성의 온기에 젖어 든다. 작가는 외계인의 건조한 시선을 빌려와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눈부신 순간들로 환원시킨다.
외계 상관들은 작동 중지를 앞둔 그녀에게 지구를 단 '한 단어'로 보고하라는 마지막 명령을 내린다. 많은 이들이 작품의 표제인 '뷰티랜드(Beautyland)'를 그 답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내 가슴속을 끝내 맴도는 단어는 '엄마'다. 이 차갑고 광활한 우주에서 상처 입은 이방인을 기꺼이 품어준 지구의 실체는 결국 조건 없이 모든 것을 감싸안아 준 어머니의 품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어머니의 따뜻함이 서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