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마치 운명인 것처럼푹 빠져 지낸 드라마와 책이 많이 닮아 있어 놀랐다.
먼저 드라마 <나빌레라>. 불편한 시선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노인.노인의 간절함에 그를 지켜보는 지인들마저 변화하는데... ###"채록아, 내가 살아보니까 삶은 딱 한 번이더라. 두 번은 아니야. 내가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반대를 하셨고, 지금은 집사람이 싫어하는데... 솔직히 반대하는 건 별로 안 무서워. 내가 진짜 무서운 건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상황이 오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인 거지. 그래서 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 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않으려고. 끝까지 한번 해보려고."--- 드라마 <나빌레라> 중에서
그리고 책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암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 지금까지 4천 명이 넘는 환자들을 상담한 그는 누구보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산 탓에 절망도 많았는데...그는 담담히 말한다. "환자들이 저에게 삶을 더 많이 가르쳤습니다."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살았던 엄마, 다른 사람을 믿지 않던 직장인, 평생 '또 다른 나'에 갇혀 살던 의사. 그들은 정해진 시간 앞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오늘 하루를 더 살게 됐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고 싶어요. 지금을 살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어요. 암에 걸리기 전에 저는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어요. 그런데 막상 죽을 때는 모두 혼자예요.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왜 그렇게 주위를 신경 쓰고 살았나 싶었죠. 지금 우리한테 일어나는 일은 ‘평범한’ 일이 아니에요. 평범한 날의 연속이 바로 행복인 겁니다.”--- 책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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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를 보는 동안 최근 그렇게 많이 눈물 흘린 적이 없었는데,이 책은 내가 울며 각오했던 지점을 다시 건드린다.가족 돌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시간들. 자기 꿈은 그냥 묻어두고 살았던 세월들. 뒤늦게 하고 싶은 걸 시작했을 때 그게 얼마나 창피하고 어설픈 모양새일지 뻔히 알면서도 시작하게 해달라고 간청하는 사람의 마음.
누군들 한 번쯤 날아오르고 싶지 않았을까.머리 희끗한 노인에게만, 암 환자에게만 '정해진 시간'이 있지 않다.모든 사람은 죽는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모든 게 준비된 시간'이라는 건 애초에 없다.
책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은 먼저 삶의 가치관이 바뀐 환자들로 인해의사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 속 노인의 간절함은 꿈을 잊고 살던 주위 사람들을 모두 바꿔놓았다. 이렇게 닮았다.
나는 결심했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할 때 가슴이 뛰는지 적어 놓기로.그리고 그걸 절대 내려놓지 않기로.모두가 날아오를 수는 없겠지만, 날개를 펼쳐보겠다는 마음마저 접지 않겠다.
당신의 마음은 ‘꼭 하고 싶다‘ 말하는 게 있는데 그냥 우두커니 있으면 그건 실현되지 않는다. 그냥 인생이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면, 그건 결국 실현되지 않는 결과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길이다.- 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