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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요님의 서재
  • 설이
  • 심윤경
  • 11,700원 (10%650)
  • 2019-01-24
  • : 6,718

설이를 생각하니 다시 훅 촉촉하고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대체 이 뜨거움이 어디서부터 자꾸 솟아나는지 모르겠다.

자신을 대하는 세상의 방식에 대해 꼿꼿하게 굽히지 않고 대면하는 그 용기 때문이었을까?

바로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방법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는 방식을 터득한 설이가, 결국, 자기 자신을 물론, 타인에게까지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 보도록 하게 만드는 기적 때문일까?

 

가장 먼저 나에게 훅 밀려들어온 감정은 처절하도록 슬픈 '외로움' 이었다.

꿈속에서, 세모 네모 동글이 가족이 모여산다는 노래를 들으며 짝짓기 게임을 하는 설이.

누군가는 외면하고, 어떤 눈맞춤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남겨지는...아무에게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외롭게 선 설이의 두려움과 아픔이 깊숙이 전해져 나는 겨우 한 장을 넘겼을 뿐인데 다시 책을 덮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런 처절한 고통속에 있을 때, 더운물에 적신 낡은 수건에 "따뜻함, 깨끗해짐, 돌봄, 함께있음"을 담아 설이를 쉴 수 있게 해주는 '이모'의 존재에 너무너무 감사했다.

 

설이를 따라다니며, 설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나를 보고...또 세상을 보았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사랑한다는게 무엇일까?

두 발을 어느곳에서든 딛고 설 수 있게, 아이를 자라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걸까?

 

속아서 모르고 있었거나,

그런 경험이 없었거나,

알면서도 모른척 했었거나...

 

삶이 시험지라면

우리는 그 중 아주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의 '정답지'를 설이를 통해 받아들었다.

그 정답지를  내 시험지에 적어 넣는게 쉬울지 잘 모르겠다.

내가 그 정답지를 들고서도...

이게 맞아? 정말 맞아? 멍청한 질문을 하며 망설이는 짓을 벌이지 않기를...

가까운 곳에 두고....

설이에게 물어야지...

나의 시험지에도, 우리 아이의 시험지에도...바른 답을 적어넣기를...

당당하게 제출하고 나갈 수 있도록

내 마음대로의 씩씩한 삶을 살 수 있도록....

 

 

p.270
나는 그런 가시 돋친 조건문들 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시현이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아도 저를 계속 키우실 건가요?"

p.271
복잡한 조건법 시제 따윈 없이 나는 그렇게 사랑받았다. 별다른 감사조차 없이 당연하게 받아먹었던 그 소박하고 따스한 사랑이 기적인 걸 이제 알았다.
......
그것을 생각하면 자꾸 콧대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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