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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를 안 건, 미술치료 강의에서 였다. 고흐, 모딜리아니, 프리다 칼로와 함께, 가장 '연구 해 볼 만한' 심리의 소유자.
처음 만난 그의 그림은...한숨이 날만큼,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의 작품과 인생에서 아름다움...의 새로운 지표 하나를 찾았다.
머리로 이해하는 대신, 가슴으로 공감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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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p '얼싸안은 두 여자' 1915.
얼싸안은 두 여자..라는 제목이지만, 사실 뒤의 여자의 얼굴은, 아마도 인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몸은 또, 여자가 아닌 남자의 근육 같기도 하고.
시선을 돌려 화면 밖을 응시하는 여인의, 도발적이면서도 공허한 눈빛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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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그리기...를 시작했다. 이것은, 페이퍼에도 밝혔듯이 일종의 '오지랖 넓은 진혼곡'이다. 아픈 삶을 짧게 살다간 화가, 세상에 이해받지 못한 그의 고통을 조금은 위무해 주고 싶었다. 그의 작품을 내 방식대로 부드럽게, 아름답게 쓰다듬으면서....
하긴, 이 작업은 에곤 실레에게는 전혀 무의미한 일이다. 그냥, 나 나름의 독후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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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표지. 서 있는 누드. 1910
그림 속 소녀는 아주 어리다. 미숙한 젖가슴과 동심의 빛을 잃지 않은 이마.
아마 이 아이는, 이 모양새를 엄마에게 들키면 얼마나 혼이 날까...하는 생각과 젊고 재능 있어 보이는 화가의 모델이 된다는 유혹적인 영광 사이에서 무진 번민하고 있을 것이다.
도톰한 입술이 참 어여쁜 아이. 하지만 결코 예쁘지만은 않은 그림. 실레는, 도대체 이 여자아이에게서 무엇을 읽어내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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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아마추어라는 사실이 단박에 탄로난다. ㅡ,,ㅡ 머리와 몸의 각도가 아주 조금 틀어졌을 뿐인데도, 내 그림 속 여자아이는 허리에 깁스라도 한 듯 뻣뻣하네....
하지만 꼬마 아가씨, 그 귀여운 입술을 최대한 이쁘게 그려주려 했으니, 결레를 용서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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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에 무릎을 대고 앉아 있는 여자, 1914
결코 아름답지 않은 몸, 한 점의 수치도 없이 화가 앞에서 자연스럽게 풀어진 그 모습이...내게는 일종의 경이, 로까지 보인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성기는 참혹하리만큼 현실적이다. 꽃으로 미화된 조지아 오키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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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예쁜 선..으로 그리고 싶었는데. 그러다보니 아주 마른, 불쌍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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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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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은 엄마와 아이...그렇지만 내 그림 속엔 아이는 없다. 어쩐지, 이 요염한 여인에게서 엄마...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
스스로를 편견 없이 열린 사람이라 여겼는데, 이런 의외의 보수성에 맞닥뜨리면, 흠...당혹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