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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님의 서재
사는 건 전쟁이라고 한다. 반칙왕에서 부장이 세상이 정글이라고 한다. 적자 생존이라고.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고.사회적 다윈주의를 주창하여 열등한 민족, 인종은 부적자라서 다 없애 버려도 된다는 그 이론이 황인종의 입에서 자연스레 나온다는 건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켈름에 사는 현자들은 전쟁을 하지 않는다. 아니, 더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손해보고 잃어 가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채워가는 깨진 항아리 물붓기식 전쟁 말이다. 사실 전쟁 같은 잔혹한 단어와는 전혀 상관없고 글의 내용 또한 그렇기는 하지만.

아이작 B. 싱어는 난해하지도 무겁지도 않은 말씨로 따뜻한 동화를 들려주었다. 자극적인 것들에 길들여져서 담담하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너무나도 담백하다.

슐레밀(행복한 바보)들처럼 잃어가면서 더 채워가는 이들을 보면 지금 현실을 사는 슐레밀들( 힘들게 사는 착한 이들)도 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부적자 생존 할 수 있다면. 그 이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잉어를 물에 빠뜨려서 익사 시킬 생각을 하고 눈을 밟지 않으려고 탁자에 한 사람을 올리고 네명이 눈을 밟고가는 순수하고 단순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과연 복잡하고 잡다한 현대인이 더 바보같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았다.

가끔 아주 많은 주변의 사람들이 악해야 잘 산다. 너무 착하면 이용만 당한다고 말한다. 진실은 이렇게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은 그 줄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슬아슬해도 마음속의 행복은 떨어지지 않을테니까.

거울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헤프닝이 참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단점만 바라보고 상처받는 그들과 얼짱이니 몸짱이니 하면서 외모에만 신경쓰고 내면은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하늘과 해와 달과 별 그리고 땅과 거기 있는 숲과 풀밭과 강과 나무를 볼 수 있는데 왜 자기만 쳐다보지?'라고.

아름답고 감탄 할 수 있는 것들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돌아볼 수 없는 우리에게 교훈이 될 수 있는 책이다.

현실의 슐레밀 그리고 슐레밀이 아닌 이들까지도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말처럼 되었으면 한다. '살아서 아름답고 즐거웠던 그들은 죽어서도 헤어지지 않았다.'

세상은 전쟁이라고 말하기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 것들을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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