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엉겅퀴님의 서재
예찬을 읽은 것은 병원에 입원 해 있을 때였다. 친구가 문병오면서 선물로 주었었는데 그 친구는 내용은 모르고 이 책을 나에게 줬다는 것도 모르지만 아마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삶에 대한 예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괜찮은 이 책을 선물 한 것 같다.

읽기가 참 힘든 책이었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내 배경지식이 없어서겠지만 다소 문장의 흐름이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았다. 미국 코미디를 볼 때처럼 웃음 소리가 가득한데 왜 사람들이 웃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처럼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문화적인 차이로 이해 할 수 있었다.

책은 두껍고 재미있는 내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어서 읽기는 참 힘들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나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힘들었던 만큼 기쁨도 넘쳤다.

오랜 삶을 살아온 노작가의 통찰이 눈부셨다고 생각된다. 특히 나무 두 그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나무 두 그루를 나란히 심어 놓으면 서로의 반대 방향으로 자라난다는데 그 이유는 서로를 증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사람도 비슷하다고 하는데 공감대가 형성 되었다. 백화점이나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 가면 쉽게 피곤해지는 것도 사람들이 내뿜는 무의식적인 증오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참 그럴 뜻하다고 생각되었다.

대도시에서 주위 사람을 경쟁자로만 생각하고 뒤쳐지지 않으려고 쉴 새 없이 달려가는 우리에게 노작가는 자신의 삶처럼 '옆으로 나오시게'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키의 소설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어찌보면 비슷한 말을 더 따뜻하게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하루키는 공상과 허무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바쁘고 급하게 살면서 상실의 늪으로 빠지지 말라고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면 미셸 트루니에는 삶이란 오솔길을 도란도란 걸어가는 노부부의 뒷모습처럼 쉬엄쉬엄 걸어가는 길과 같으니 주위를 둘러보라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주변의 사소하고 미묘한 변화에 눈 돌리라고.

병원에서 그리고 집에 돌아와 쉬면서 이 책 때문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심각한 이야기들 속에서 때로는 미소짓게 하고 때로는 씁쓸하게 곱씹어 보게 하기도 했다.

마음 밖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갈망하던 나에게 이 책은 말해준 것 같다. 내가 원하던 것은 내 주변에 그리고 내 마음 속이 아니라면 그 근처에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어떤 것에도 결함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예찬할 가치가 있다. 삶의 예찬이 부족한 이라면 한번 큰 맘 먹고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