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 대통령님. 저는 요즘 나라 걱정이 많습니다. 작년에 아들이 태어난 이후 부쩍 걱정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이대로 가다간 정말 끔찍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게 뻔하니까요. 소득세 몇 푼 못 내는 소시민인 제가 이런데,(물론 간접세는 많이 내고 있습니다) 나라밖에 모르는 대통령님 마음은 오죽하실까요? 오늘은 그런 대통령님의 근심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이렇게 특별히 대통령님께 드리는 포스팅을 하게 됐습니다. 과연 대통령님께서 이 글을 읽으실까요? 저는 0.1%의 확률에 한번 걸어보렵니다.
최근 <명견만리>라는 책을 읽었는데, '아! 이렇게 하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겠구나!' 뭐 이런 생각이 번쩍 들었던 겁니다. 네, 이 책은 KBS 다큐 역사상 유례없는 시청률을 기록한 <명견만리>를 단행본으로 엮은 겁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아마 TV로는 몇 회 정도 접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오늘 대통령님께서 꼭 아셔야 할 것 두 가지만 간략하게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거라고는 말씀하지는 마세요. 알고 있는데도 우리가 거꾸로 가고 있는 거라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1. 대통령님, 청년 세대에 투자하셔야 합니다. 독일을 보세요. 독일은 이미 1970년대부터 청년 세대에 투자했습니다. 물론 기성세대의 완고한 반대가 있었죠. 하지만 결국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고, 그 결과 오늘날의 독일은 같은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나 일본과 판이하게 다른 건강한 체질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한국의 에코세대는 돈이 없습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라고도 불리죠. 그래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습니다. 메아리의 메아리는커녕 완전한 음소거가 되어 누구 하나 응답하지 않습니다.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가 꼽은 '지구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이탈리아 청년들처럼 우리 청년들도 기회만 된다면 이른바 '헬조선'을 떠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 하나가 <한국이 싫어서>였다는 것쯤은 대통령님도 알고 계시겠죠?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선 청년투자밖에 답이 없습니다. <명견만리>에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청년 투자가 무엇인지 상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면 됩니다. 건설경기에 쏟아부을 돈을 청년에게 쓰면 됩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을 전면 재조정하고, 일자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됩니다. 낙수효과는 진작에 사라졌으며, 미국의 정글 자본주의도 이제 방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노키아가 쓰러진 핀란드는 현재 세계에서 창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실패의 날'이 있을 정도로 청년의 실패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중앙정부가 청년투자에 뒷짐을 지고 있으니 몇몇 지차체에서 청년투자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좋은 정책은 지자체의 것을 보고 벤치마킹하세요. 남의 것 따라한다고 욕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것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훗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꾼 대통령이었다고 재평가 받게 될 것입니다.
2. 대통령님, 대북정책을 전면 재조정하셔야 합니다. 이제 북한과의 관계는 철저히 경제적이고 실리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보수정권의 대북강경책 때문에 향후 2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이 될 '북중러 기회의 삼각지대'에서 우리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습니다. 민주정부가 10년 동안 북한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한 건 그들이 예뻐서가 아니었습니다. 사실상의 섬나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철도가 연결됐고, 그 철도로 유럽 대륙을 꿈꿨던 것입니다.
'북중러 기회의 삼각지대'는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회장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녀들에게 아시아를 가르치기 위해 9년 전 가족들과 싱가포르로 이주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이 일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훈춘-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북한의 라선, 이 세 도시가 바로 삼각형의 꼭짓점을 이룹니다. 여기가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위해선 동북3성이 바다와 만나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에 가로막혀서 중국 동북부 지역엔 바다가 없지요. 북한의 라진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러시아 역시 부동항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북한의 라진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두 국가는 이 항구를 이용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북한의 라진항도 연결되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고 있는 동안 가장 가까운 우리는 그동안 무얼 했습니까? 대북강경책을 통해 얻어낸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는 겁니다. 정치와 안보의 영역에서는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경제의 영역에서까지 이처럼 모든 걸 끊을 필요까진 없었습니다. 우리의 기회가 북한에 있다는 것은 대통령님도 잘 아시는 내용 아니었습니까?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씀하셨을 때도 다 이런 걸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 아니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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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명견만리>라는 책을 읽어보니 우리에게 기회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청년과 북한에 분명한 기회가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투자해야 합니다. 대통령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단어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청년 투자와 북한 문제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고 해법까지 제시합니다. 주요 키워드만 말씀드리자면 은퇴와 노후, 로봇과 일자리, 저성장과 소비, 유전자 혁명, 치매사회 등 모두 앞으로 우리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들입니다. TV프로그램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여기에 탁상공론은 없습니다. 제작진은 우리가 배워야 하거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국가나 도시를 직접 찾아가 정확히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니까요. 대통령님도 해외 자주 다니시잖아요. 보고 느낀 게 있다면 제발 이 나라를 벼랑 끝에서 좀 구해주세요.
대통령님, 제가 이 책을 읽고 희망을 보았듯이, 대통령님께서도 이 책을 읽고 희망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과감하게 변하시면 좋겠습니다. 제 아들을 위해서, 그러니까 에코세대의 다음 메아리를 위해서 대통령님이 좀 변해주세요. 그리고 책도 좀 많이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민간기업에서도 독서경영이 화두인 건 아시죠? 정부에서도 독서행정, 독서정치 좀 하시죠. 원하신다면 제가 책 리스트도 꼼꼼히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첫 책은 <명견만리>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