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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혜님의 서재
  •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악셀 하케
  • 13,500원 (10%750)
  • 2020-05-13
  • : 1,458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악셀 하케는 참으로 흥미로운 주제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바로 ‘품위’가 어떻게 정의되며 우리 시대에 당면한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 필요한 품위의 요소는 무엇인가에 대해 논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대와 사회를 넘어서는 일반적인 개념의 품위를 이야기하지 않으나, 끝까지 보다보면 결국은 보편적인 선에서 납득되는 바이기도 하다.

 

나치 독재시대에 사용된 품위를 인용한 부분은 말 그대로 섬뜩했다. 나치 친위대원으로서 자신들은 정직하고 품위있고 충실하며 동지애를 가져야 하는데, 이는 오직 같은 피를 가진 동지에게만 해당되며, 자기들의 좋은 혈통을 유지하는데 이로울 경우에만 다른 민족을 끌어올 수는 있으나 그 외에 그들을 걱정하거나 그들이 이상을 품도록 하는 행위는 범죄라고 규정하고 있다. 작가는 대량학살을 저지른 인물이 자신을 비롯해 동료들에게 품위를 유지하자고 권고하는 부분에서, 그가 품위라는 단어에 자신들의 의도에 맞게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서 고유의 뜻을 잃게 하고, 단어가 가진 원래의 뜻이 사라지면서 그 단어를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 설명한다. 이 얼마나 교묘한가.

 

지금 우리가 다루는 품위는 일반적인 에티켓이나 매너와는 다른데, 괴테르트의 표현을 통해, 타인의 눈을 바라보는 것,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는 것이 품위의 기본이라고 재해석하는 부분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여기엔 소수 집단을 향한 다수의 분노가 쏟아지지 않아야 함이 담겨있다. 그 소수집단에는 책에서 언급되듯 이슬람 난민이나 성소수자, 인터넷이라는 어둠 속에 자신을 가린 단체로부터 맹목적인 비난과 공격을 받아야만 하는 개인도 포함된다.

 

지난 수천년동안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능력은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생존력이었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이제껏 ‘기본’을 스스로 넘어설 수 있는 역량이라고 한다. 자신과 다른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그들을 인정함으로써 생기는 책임감,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짊어질 품위에 필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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