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받아들이는 방법은 간단했다. 미국 복음주의자들은 일부신학자들이 "과거에 세례를 준다"라고 부르는 행위를 무척 능숙하게 잘한다. 역사적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조지 워싱턴이 밸리 포지에서 한 목사에게 얼음물에 몸을 담그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이야기를 퍼트리고, 실제로는 노예 소유자이자 쾌락주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토머스 제퍼슨이 신을 두려워하는 인도주의자였다고 주장하고, 실제로는 부흥 운동가들을 조롱했고 교회에 거의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링컨이 성경 구절을 인용한 것을 이용해 그를 복음주의자로 묘사하는 식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백악관 집무실 기도 모임 때 찍은 사진을 내밀며 트럼프가 진지하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었다고 주장할 것이 틀림없다.- P318
‘보통 사람들에게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으면, ‘트럼프 지지, 공화당, 우파, 낙태 반대,
동성애 혐오‘라고 답할 겁니다. 아마도 목록이 끝없이 이어지겠죠."
토머스가 내게 말했다. "왜 그렇게 말할까요? 우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모습이 그런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공적인 우선순위입니다.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아도 하나님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시는 다른 것들이 아니라요."- P325
열여섯 살에 독일 군대에 징집된 몰트만은 처음으로 맞닥뜨린 영국 군인에게 항복했고, 3년간 전쟁 포로로 지냈다. 이때 한 미국인 군목이 준 성경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잔혹 행위에 대한 몰트만의 성찰, 그리고 우리와 함께 피 흘리고 슬퍼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을 취하신 주권자 하나님의 자비에 관한 몰트만의 가르침은 그 어떤 B-17 폭격기 못지않게 나치즘의 마법을 깨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P368
정치를 이해한다는 것, 적어도 마스트리아노와 같은 극단적인 인물이 공화당 내에서 이렇게 큰 영향력을 얻게 된 이유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제 극단주의자들이 주류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한때 극단적인 인물들이 권력을 얻지 못하게 막아 주던 전설적인 문지기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우리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짓던 상상 속의 불문율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비단 미국 정치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 기독교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P375
메택서스는 자기 홍보 욕구가 매우 강했다. 언론에 노출될 기회를 잡으려고 안달했으며, 폭스뉴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는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는 오바마에게 자신의책 《디트리히 본회퍼 Bonhoeffer》를 읽어 보라고 집요하게 요구했고,
결국 대통령은 장난스럽게 책을 들어 보이며 메택서스가 수년간 홍보자료로 활용할 사진을 찍게 해 주었다. 그러나 화려한 표현 방식은 오히려 그의 주장이나 분석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기독교 독자들은 《디트리히 본회퍼》에 열광했지만, 본회퍼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역사가들은 메택서스가 이 책에서 다룬 분석과 결론을 강력히 비판했다. 메택서스에게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독특한 개성과 진정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인식 덕분에 명성을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섬뜩할 정도로 익숙하고 피상적인 냄새를 풍겼다.- P467
기독교인들은 보편적으로 실천해야 할 습관을 선택적으로 실천하도록 교육받아 왔다. 그들은 마이어스가 유대인을 해충"이라고 부른 히틀러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조직"이라고부르는 낙태 시술자들처럼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행위의 위험성에관해 이야기할 때는 박수를 치지만, 이민자를 "외계인"이라고 부르거나 민주당원을 "악마"라고 부르거나 LGBTQ 청소년을 "휠체어를탄 레즈비언"이라고 부를 때 드러나는 자신들의 편견에 관해서는 반성하지 않고 무시한다.- P478
기독교인들은 지난 10년동안 좌파가 주요 문화 기관을 장악하고 성, 결혼 등과 관련된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에 압도당한 기독교인들은 보수적인 라디오 방송과 폭스뉴스 등 편향된 정보 환경 속에 점점 더 깊이 파묻혔다. 그곳에서는 정책에 대한 모든 이견(異見)을 국가의 영혼을 지키기 위한 대리전으로 취급했다. 신자들은 이를 새로운 교리로 받아들였다. 많은 기독교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프렌치역시 이런 상황을 인식했으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한때는 격렬하나 문제가 되지 않았던 정치 참여가 사실은 유독하고 악의적이며 편집증적인 사고방식으로 밝혀졌고, 트럼프는 이를 능숙하게 이용하여 대통령직에 올랐다.- P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