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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seo0920님의 서재
  • 나보다 불행한 아이
  • 유니게
  • 11,700원 (10%650)
  • 2024-11-27
  • : 306

한번쯤 해본 진심 아닌 바람


"불행 포르노"라는 말을 다들 한번쯤 들어본 적 있을 거다.

이는 타인의 불행을 부풀려 전시하는 매체를 저격하는, 이를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말이다.

남의 불행을 보고 자신의 불행을 위로하는 사람을 보고 대부분 비열한 사람이라 비난하지만, 실제로 남의 불행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던 사람이라 이런 의문이 절로 들었고, 찬 이를 보며 자신의 처지가 그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달아의 심리에 이입될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 소설에서 나타나는 짧은 문장과 호흡으로 막힘없이 읽혔지만, 묵직하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보다 불행한 아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누구나 감추고 싶지만 완전히 지울 수 없는, 이런 모순적인 심리에 대해 샅샅이 드러내는 내용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자아가 아직 불완전한 청소년기에는 이런 모순적인 마음을 가지는 데 죄책감이 클 수 있을 거고, 자신보다 남이 조금 더 불행하기 바라는 악한 감정에 많은 혼란이 있을 거라 본다.

소설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찬과 달아의 시선으로 꾸밈없이 보여줌과 동시에 타인의 불행을 바라는 염원의 시초는 어디였는지, 자신이 본래 바랐던 건 무엇이었는지를 스스로 찾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의 후반부에 다다랐을 때, 자신의 본심을 마주하고 서로 긴 혼란 끝의 종착지를 향해 등을 떠밀어주는 두 아이의 모습은 이들 또래 아이들이 거짓 너머의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하는 좋은 힌트가 될 거라 확신한다.

서로 조력자가 되어주는 인물들


소설은 굉장히 짧은 호흡으로 주요 인물인 찬과 달아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데, 이 구조가 참 흥미롭다.

찬의 부모님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져 있던 찬을 발견해 데려온다.

그들의 입양아로 자란 찬은 자신이 나름대로 노력해도 가족과 완전히 소속될 수 없을 거라 단정 지으며, 무얼 해도 용납 받는 그들의 친아들 형에게 열등감을 갖는다.

달아는 자신의 친엄마의 우울증으로 인해 불우한 환경에 처해진 걸 큰 결함으로 여기며, 매일 운동화를 강박적으로 닦아 새하얀 운동화로 꾸며낸 자신을 연기한다.

이 구조에는 두 아이들의 시간이 똑같이 흐르는 걸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아이들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이들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걸 발판 삼아 아이들이 어떻게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되는지 세밀하게 보여주는 힘이 있다.

두 아이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세운 미약한 방어막에 금이 갔을 때, 그 너머로 본 장면을 진솔하게 발화하는 목소리들은 모두 내면 한구석에 자리한 가장 연약한 부분과 얼굴을 마주할 용기를 주기도 한다.

아이들과 어른 모두 보이고 싶지 않은 결함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여기는, 나만 불행한 게 아니어서 안도하는 이들이 나누는 솔직한 대화 후 어떤 마음을 얻게 될까.

비록 불현듯 한 만남에 충동적인 감정 호소였지만, 결국 객관적이지 않는 자신만의 시야에 갇힌 서로를 해방시키게 는 기적을 불러일으킨다.


뜻밖의 행운이 데려다준 종착점




나와 일면식이 없던 사람이어도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눈빛을 보면 넋을 놓고 보게 된다.

어떤 설명과 말이 덧붙여지지 않아도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귀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꿈은 엄청 소중하게 감각된다.

그렇기에 찬 스스로가 새로운 '꿈'을 찾게 되는 후반부를 읽었을 때, 정말이지 가슴이 벅찼다.

소설 후반부에 들어서서 찬은 주변인들의 직간접적인 조력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자신의 결함을 비틀어 이전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스스로 발견해 그 안으로 발을 내디디려 한다.

종작점이라고 했지만 정말 완전한 종착점이라 할 순 없을 테다.

그도 그럴게 찬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청소년'이다.

소설의 마무리는 귀하디 귀한 꿈이 탄생되는 최초를 온전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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