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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hseo0920님의 서재
  •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화요일 : 사람의 심해
  • 이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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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0
  • : 85

본 글은 황금가지 서평단에 선정되어 작성된 글입니다.


모든 본능에서 비롯된 말과 행동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내면을 형태화한다면 엉망진창일 테다.

은연중에 나오는 말과 행동, 표정은 모두 내면에서 비롯된다.

밖으로 표출되지 못한 욕망은 인간의 내면에서 쌓이다 못해 넘칠 것 같으면서도 결국엔 다시 삼킬 수밖에 없는 걸 현실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사회 속에 속한 나도 마찬가지다.

가장 가깝고 희생 또한 마다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울 가족관계가 결함이 돼 썩어문들어져 깊은 심연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심해』는 죽은 사람의 시체에서 수산물이 나온다는 오직 소 씨 가문만이 갖고 있는 기이한 특징을 중심 소재에 둔다. 줄곧 억압 된 인간의 내면과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라면 가족의 시체도 과감하게 훼손할 수 있는 소 씨 가문의 잔인함을 보여주며, 섬찟함을 느끼게 하고 불편한 기분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게 공포 장르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사람의 심해』는 소 씨 가문의 관습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온 초점화자 '정유'의 시선을 따라간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육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내면을 형태화한다. 억제된 욕망이 묘사된 대목은 섬세하고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읽는 이들로부터 하여금 숨 막히게 한다.


읽는 내내 왜 이렇게 불편한 기분이 들까 생각했다.

단지 장면화 된 부분이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기 때문만이 아니라고는 확신할 수 있다.


오직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잔인한 관습을 이어가는 가족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온 정유가 유일한 생계 수단인 회사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에 견딜 수 없는 모습에 초점을 두고 보자.

우리가 사는 사회 일면의 모습이기도 하지 않나.

내면에서만 끙끙 앓고, 결국엔 거대한 권력 앞에서 무력감을 견뎌야 하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사람의 심해』는 이런 불편한 마음에서 비롯된, 하지만 반드시 직면해야 할 문제를 두고 '공포' 테마를 잘 활용해 조금은 속이 시원할 수 있는 결말을 냈다.

보이지 않지만 복잡하고 심오한 형태의 '내면'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흡입력 있게 이끌어간 것도 너무 좋았다.

사람의 몸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특징을 잘 활용해 이런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사한 것도 굉장히 훌륭하다.


무력감과 생명의 끝인 죽음은 얼핏 보면 닮았다.

죽음과 무력감, 보편적으로 끝과 포기를 내포하지만, 『사람의 심해』는 이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공포 장르의 묘미도 느끼면서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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