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 역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때에도 국사, 근현대사, 세계사 3사를 모두 사회탐구 과목으로 선택할 정도로 역사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지요. 그러나 시험을 보기 위한 역사 공부를 하다 보니 통시적 역사공부에 몰입했고, 역사적 사건 하나하나를 깊이있게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날로지적으로 세계사를 바라보고, 세계사에 이정표가 될 만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춰 재구성한 이 책은 제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1.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19세기에 세계의 트렌드세터는 영국이었습니다. 중상주의로 인해 도래된 세계화는 식민지 약탈 경쟁으로 비화되었고, 강력한 힘을 갖추고 있던 영국이 패권국가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지요. 이런 상황으로 흘러가게 만든 가장 핵심적 원인은 ‘노동력의 상품화’입니다. 그 당시 기후적 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인클로저 운동으로 당시 영국의 농민들은 도시 노동자가 되었고, 이들의 유일한 자산이었던 신체 능력을 비용으로 책정하게 된 것입니다.
과잉 생산한 물건들을 팔기 위해 세계의 각 지역에 힘을 뻗치게 되고, 이것이 제국주의를 낳게 됩니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전에 없던 대공황으로 인해 힘을 잃게 됩니다. 그 때, 마르크스로 대표되는 사회주의가 전세계를 강타하게 돼죠. 위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사회주의로 인해 제국주의 국가들은 노동력의 인권을 보장하는 조항 혹은 권리를 삽입합니다.
그러나 소련을 위시로 한 사회주의 체제가 자본주의의 폭력성이 극에 달한 제국주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는 얼마 가지 못해, 사회주의 체제가 소련의 멸망으로 붕괴된 이후, 미국의 1강 체제로 확립되면서 세계는 신자유주의의 길을 걷습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난 2008년 이후, 신자유주의는 신제국주의로 진화하게 됩니다. 각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금융자본을 이용해 개발도상국에 적극적 투자를 감행, 일종의 금융 식민지를 만듭니다. 이제 미국은 한술 더 떠 트럼프가 미국을 고립주의(보호주의)화 시킬 것임을 선포했죠? 예전의 먼로 선언을 보는 것 같습니다.
#2. 내셔널리즘
다시 중세로 넘어갑니다. 당시 영국보다 먼저 황금 무역으로 번성했던 스페인이 쇠퇴한 이유는 많은 금은을 수도원과 교회에 헌사했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로 당시 유럽은 제정일치의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 간의 100년 전쟁을 기점으로 서유럽에는 내셔널리즘의 바람이 붑니다. 반면 중, 동유럽은 신성로마제국이 중세까지도 넓은 지역을 통치하면서 민족이란 개념은 희미했죠.
종교의 힘이 과도하게 강해지고, 이것이 부패로 이어지게 됩니다. 면죄부 판매가 대표적 사례였는데요. 여기에 촉발된 것이 루터의 종교 개혁입니다. 루터에 대한 기존 카톨릭의 탄압은 당연했고, 여기에 반발한 새로운 프로테스탄트와 둘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는데 이것이 30년 전쟁입니다. 이 전쟁 후, 맺어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유럽 전역은 주권국가화되었고, 신성로마제국은 힘을 잃게 됩니다. 혹자는 이를 중세와 근대를 가르는 기준점이라고 명명하더군요.
그러나 아직 사람들의 머릿속에 민족이란 단어가 명확하게 새겨져 있지 않았습니다. 이를 바꾼 계기가 나폴레옹 전쟁입니다. 나폴레옹 전쟁 직전, 프랑스 혁명으로 프랑스인들에게는 자유 개념이 확실히 박히게 되었는데 나폴레옹이 이 컨셉을 유럽 전역에 퍼뜨리게 돼지요. 피정복민들에게 나폴레옹은 구원의 천사일지 모르지만, 기존 유럽 국가의 지배계층에게 나폴레옹은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지요. 이는 외국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자는 민족주의의 시발점이 됩니다. 나폴레옹의 실각 이후, 유럽은 혼돈의 세계에 빠집니다. 이에 불씨를 당긴 것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입니다. 이 전쟁을 기점으로 제2차 세계 대전, 그리고 지금까지 내셔널리즘 그리고 민족주의는 전쟁과 살상의 사상적 무기로 자리잡습니다.
#3. 종교
이 책에서는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비교에 초점을 맞춰 종교 분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프랑스 니스와 독일 뮌헨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의 배후에 IS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 장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슬람교 특히 IS의 시작에는 역시 제국주의가 있었습니다. 서구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통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중동 식민지 내 소수파들을 정권의 허수아비로 세웠습니다. 여기에 반발하던 세력들에 IS가 접근했고, 세력을 자연스럽게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이전 오스만 제국처럼 한 곳에 정착이 아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세계제국건설입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기독교, 바티칸에서는 젊은 교황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슬람원리주의자, 즉 IS와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전쟁의 시대는 다른 말로 혐오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미워하고 비난하고… 비단 남의 나라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민족, 넘어서는 한 영토 내 서로 다른 집단들끼리 비난하기 일쑤입니다. 전쟁을 막고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혐오 대신 이해와 사랑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