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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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등장인물
장소: 호약산
인물: 산냥이, 호호할멈, 오람이, 너굴아재
호약산 깊숙한 곳, 호호당에는 산냥이가 살고 있습니다. 천진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산냥이는 호호할멈의 말씀을 누구보다 잘 따르며, 소중한 호호당을 지키기 위해 애를 씁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문득 어린 시절 들었던 전래동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 호호당에는 떡을 바라며 다가오는 호랑이 대신, 어딘지 수상한 하늘다람쥐 '오람이'와 너구리 '너굴아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순수한 산냥이는 그들의 달콤한 말에 홀린 듯, 할멈이 정성껏 가꾸고 지켜온 귀한 약초들을 내어주고 맙니다.
그 약초는 결코 아무나 손댈 수 없는, 할멈의 마음과도 같은 존재였건만 말이지요.
할멈이 냄새버섯의 행방을 묻는 순간, 산냥이의 눈빛은 거짓말을 알지 못하는 아이처럼 흔들립니다.
결국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놓고, 그 일로 잠시 할멈과 마음의 거리를 두게 되지만, 할멈은 끝내 산냥이에게 또다시 길을 열어줍니다.
그녀의 따뜻한 질책은 결국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호호당의 보물을 탐내며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였던 너굴아재는 결국 망신을 당하고 말지요.
산냥이를 속여 빼앗아간 보자기 속 약초는, 그가 기대했던 진귀한 보물이 아닌, 그저 말라버린 깻잎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그 깻잎은, 세상 누구보다도 호호할멈에게는 소중한 보물이었지요. 바로 산냥이가 처음으로 마음을 담아 가져온 것이었으니까요.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쥔 색연필로 딸아이가 그려 건네준 그림.
다른 이들 눈엔 그저 흔한 끄적임일지 몰라도, 제게는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감동이있었지요.
그래서 저에겐 너무나도 소중한 보물입니다,
호호할멈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는 여정은, 어쩌면 언젠가는 산냥이였을 저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순수함을 품고 자라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따뜻한 시선과 관심, 때로는 날카로운 질책을 아끼지 않던 호호할멈 같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