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내 애인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고 나이가 많지도 않아. 또 돈도 없고, 형 얘기 중에서 맞는 건 그 여자가 이혼녀라는 것 뿐이야."
"내 얘긴, 나이가 많다는 건 너보다 그렇다는거고 돈이 많다는 건 비꼬려는 게 아니라 축하를 해주려는 거였어. 나는 돈 보고 결혼하는 거 아주 대찬성이니까."-189쪽
"즐거움은 다양함으로부터 얻어지는 거니까." 그가 눈에 즐거운 빛을 띠고 땅귀신처럼 얼굴을 찡그리면서 같은 말을 되출이했다.
그러니까, 글을 쓸 때는 연속성이 아니라 대조를 문장 작법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거였다. 말하자면 장소와 환경과 분위기, 주제 및 인물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새롭게 시작한다는 상쾌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버베나에 박하는 넣은 차가 도움이 된다고, 즉 그 차가 신경세포들의 연결점을 깨끗하게 해주어서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준다고도 했다. 또 자주자주 타자기 앞을 떠나 스튜디오로 건너감으로써 글을 쓰는 작업으로부터 연출과 연기로 전환하는 일 역시 긴장을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일종의 청량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 더해서 그는 여러 해 동안에 걸쳐 무식하거나 무감각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치한 짓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어떤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족속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그게 무슨 상관이었을까?-202쪽
나는 그에게 익명의 편지에 호소하는 것은 신사답지 못한 게 아니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는 당장에 내 말을 뭉개버렸다. 즉 신사와 상대할 때는 신사처럼 행동해야 되지만 후레자식을 상대할 때는 후레자식처럼 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올바르게 이해된 명예심'이고 그 나머지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는 것이었다.-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