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이 어렵다고 투자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질문은 바뀌어야 합니다. '지수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대신 '무엇이 이 시장의 이익과 수급을 끌고 가고 있는가?', '그 역할을 하는 주도주는 무엇인가?', '그 종목이 더 이상 주도주가 아니게 되는 순간을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 시점의 코스피 지수가 어떻든 유효합니다. 이 책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책이고, 그 답의 이름이 바로 '주도주'입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한지영은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 책임연구원으로 2018년부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연합인포맥스>, <한국경제TV>, <머니투데이> 등 다수의 경제 프로그램과 유튜브, 개인 텔레그램 채널에서 인사이트를 나눠왔다. 이 책에선 주도주의 생로병사를 포착하는 결정적 신호를 짚어내며, 어떤 상태에서든 개인 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판단의 기준'을 전하고 있다.
총 2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왜 주도주인가(파트1)에선 전례 없는 영역에 도달한 코스피, 이번 강세장은 다르다, 구조적으로 달라진 게임의 규칙, 주도주는 언제 무너지는가? 등을 다루고, 이어서 어떻게 주도주를 찾는가(파트2)에선 시장의 무게중심은 매번 다르다, 전쟁과 AI 시대의 주도주, 주도주의 DNA, 왜 대부분의 투자자는 주도주를 놓치는가, 지수가 높아도 주식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한다.
가제본 도서 서평단에게 2가지 미션이 주어졌다. 미션1(주도주의 DNA)은 과거 내가 매수했던 종목 중 무엇이 '테마주'이고, 어떤 게 '주도주'였는지를 답하고, 미션2(주도주는 언제 무너지는가)는 이미 주도주를 매도했다면 그 이유와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답하라는 것이다.
주도주의 DNA
그렇다면 이제 어떤 종목이 참 주도주인지를 확인해 보자. 나아가 주도주가 더 이상 주도주가 아니게 되는 때도 살펴보자. 이를테면 주도주의 발굴부터 그 힘의 소멸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는 셈이다. 아무튼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도주가 아니라고 판단될 때 해당 종목을 매도할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거의 매년 새로운 테마를 생산해 왔다. 내가 증권업의 성장가능성에 배팅하고 이직한 후 처음 맞이했던 1989년의 트로이카주(건설, 무역, 은행)부터 최근의 AI까지 주식시장이 만들어냈던 테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대부분의 라이프 사이클은 단기간 급등 후 급락의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같은 테마로 분류되더라도 실적이 증명된 종목은 '주도주'로 위상이 승격되어 비교적 길게 유지되었다. 예컨대 '조방원'(2024~2025년), '삼전닉스'(2025~2026년)가 그러했다.
비록 테마주라는 옷을 입고 등장했지만, 테마를 벗어던지고 시장의 중심이 되는 운명을 맞이한 것이 바로 '주도주'인 셈이다. 반면 닷컴 버블의 문을 연 새롬기술, 신약개발 바이오주 신라젠, 게임주 위메이드 등을 포함한 많은 테마주들은 소멸하고 말았다.
특정 이슈, 정부 정책, 신기술에 대한 기대가 자본을 끌어모으며 테마가 형성될 때는 실적보다 미래 가치로 인해 고평가를 받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으면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다. 주도주는 다르다. 특정 기간 동안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주체이며, 시장 평균 수익률을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종목이거나 섹터를 가르킨다.(사진,194/199)


주도주 자격을 잃는 신호
1. 애널리스트의 실적 추정치 감소
2. 외국인 순매수의 피크아웃
3. 무게 중심 변화에 주가가 반응
4. 내러티브 포화 상태(호재가 주가 반영 안됨)
(미션1) 2차 전지의 대표주인 에코프로 주식을 매수했을 때만 해도 반도체 주식에 비해 강한 움직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기차 케즘 이슈를 뛰어넘지 못해 이후 하락세로 돌입, 상당 부분 상승폭을 반납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에코프로는 '테마주'로 운명을 맞이했고, 고가에 물려 팔 수 없었던 삼성전자가 주도주로 부상하는 국면이 되었다.
주도주는 언제 무너지는가?
과거 강세장의 마지막은 금리 인상, 금융위기, 무역갈등, 팬데믹 등 외부 돌발 변수가 붕괴의 결정적 트리거로 작용하곤 했다. 이처럼 외부 충격은 지수보다 먼저 주도주에서 신호를 보낸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임에도 어떤 종목은 빠르게 상승하고, 또 어떤 종목은 시장 평균에도 미치지 못해 뒤처지기 시작한다.
주가 = EPS(주당순이익) X PER(멀티플)
강세장이 끝나기 전에 주도주가 먼저 끝난다. 주도주가 정점에서 붕괴될 때, 가장 먼저 빠지는 것은 '멀티플(PER)'이다. 한국의 주도주 사이클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짧다. 주가가 흔들리는 동안 이익의 지속성, 상대수익률, 수급, 자본 효율 등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왜 이익은 멀쩡한데 멀티플이 먼저 빠질까? 멀티플이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어떤 섹터나 종목이 시장 평균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멀티플을 받고 있다면, 그 멀티플은 시간이 갈수록 평균 쪽으로 끌려 내려온다. 이를 '평균회귀'라고 한다. 방향을 알려주는 일종의 나침반인 셈이다.
시장은 성장률보다 성장의 가속도를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 30% 증가, 올해 20% 증가할 경우 시장은 '가속도의 둔화'에 먼저 반응한다. 실제 이익이 감소하기 전에도 기대가 낮아질 수 있다. 이는 높은 주가를 지탱할 다음 숫자가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포지션의 '쏠림'은 상승을 키운 수급이 하락시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시장이 한쪽으로 기울수록작은 악재에도 마진콜, 손실 제한, 리밸런싱, 환매 등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땐 기업 분석만으로 낙폭을 설명하기 어렵다. 수급은 '지금 사도 되는가?'를 알려준다.
금리는 멀티플의 분모를 바꾼다. 금리가 상승하면 성장주의 멀티플이 더 민감하게 낮아진다. 미래의 먼 시점에 이익이 몰려 있는 고高멀티플 성장주는 장기채권처럼 듀레이션이 길기 때문에 같은 금리 변화에도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주도주의 종료를 알리는 계기판이 있다. 하나는 시장 전체의 환경이 나빠지는지를 보는 '시장 계기판'이고, 다른 하나는 보유중인 주도주 자체가 지위를 잃었는지를 보여주는 '주도주 계기판'이다. 시장이 흔들려도 보유 종목의 이익과 상대수익률이 살아 있고, 반대로 멀쩡한 지수임에도 보유중인 주도주가 먼저 끝날 수도 있다.


(미션2) 전기차 이슈가 부상되면서 전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2차전지 제조업체가 시장에서 각광받을 즈음에 양극제와 음극제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 체제를 갖춘 '에코프로' 주식을 매수했다. 시장을 점점 주도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중을 점차 키워나갔다. 여기까지는 잘된 투자였다. 아내의 고집으로 고점 근처에서 매도하지 못했다. 지금은 전량매도한 상태인데, 많이 벌었던 수익을 상당 부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고점에 발목 잡혀 보유중이던 삼성전자 주식은 시세가 서서히 회복되자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아내는 삼전의 비중을 축소하더니 전량매도했다. 이후 재매수를 강권했지만 아내는 이를 외면했다. 돌이켜보면 에코를 고점 근처에서 매도하고 탈출하지 못한 것이 결국 패착이었다. 그렇게 했다면 현재 주도주로 굳건한 모습을 보이는 삼전에서 큰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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