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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stone님의 서재
  •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 박진규
  • 16,200원 (10%900)
  • 2026-09-10
  • : 1,220
잡지를 창간하기 위해 중장년 사내 셋이 모였다. 치안본부 간부 한 명, 전직 총경이자 퇴직후 새로운 잡지를 창간하려던 출판사 대표, 그리고 이 잡지의 주필로 참여한 희곡작가가 그들이다. (중략) <수사연구>는 그렇게 탄생했고, 그들은 <수사연구>를 대한민국 경찰 수사과에세 사랑받는 유일한 잡지로 키워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 많은 취재기자가 이곳을 거쳤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박진규는 수사 전문지 <수사연구>의 취재기자 겸 편집장으로 동잡지의 취재기자(2017년)로 입사 후 갱티고개 미제 살인사건, 주식부자 사기꾼 부모 살인사건, 신정동 미제 살인사건 등 다수의 살인사건을 취재했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다수의 사이버 성범죄, 피싱 및 투자 사기, 마약 관련 사건을 주로 취재하고 있다.
총 11개 사건파일들로 구성된 책은 파란 우산, 노란 모자, 미니스커트(파일1), 박카스와 썩은 바나나(파일2), 돈을 세는 남자(파일3), 박수무당과 킬러(파일4), 모텔 안, 지름 1mm(파일5), 묘지 옆 그 소년(파일6), 12층과 7층(파일7), 수박의 무게 5kg(파일8), 얼굴 없는 사이코패스들(파일9), BJ의 초대장(파일10), 베테랑 형사의 눈물(파일11) 등의 실제 사건의 취재 내용을 담고 있다.
얼마 전 샘플북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했던 파일1~3에 대한 리뷰를 등록한 바 있다. 본 리뷰에선 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여덟개 사건파일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리뷰글을 쓰려 한다. 참고로 일전에 작성한 리뷰를 링크로 달았다.  https://blog.aladin.co.kr/736098143/17491321   
박수무당과 킬러
죽음의 현장은 정말 기괴했다. 한바탕 요리라도 한 것처럼 사체死體 주변에 뿌려진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 그리고 머리 위에 흩뿌려진 겨잣가루까지. 형사는 범행 현장에서 용의자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다. 바로 아들이 사망한 아버지에게 보낸 한 통의 편지였다. 편지의 발송지는 교도소이며, 아들은 아버지에게 앞으로 열심히 살 것을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읽은 형사는 아들을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아들의 과거 직업은 '박수무당'이었다. 현재는 강남 인근 PC방의 야간 아르바이트로 살아가고 있었다. 살인은 아들의 단독 범행이 아니었다. 아들 곁에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스스로 전문 킬러라고 뻥카를 남발하며  아들의 살인을 조종했다. 심지어 범행에 필요한 도구뿐만 아니라 범행 방법까지 휴대폰으로 지시했던 것이다.
범죄는 2019년 1월 초에 자행되었는데, 피살자는 충남 서천에 거주하던 60대 중반의 독거노인이었다. 전처前妻는 이곳에서 비교적 멀지 않은 군산에 살고 있었는데, 부자 간의 관계는 좋지 않았고 평소 아들이 자주 아버지에게 돈을 요구했음을 증언했다. 피살자는 동절기에도 보일러를 켜는 대신 보온 텐트를 치고 지낼 정도로 자린고비였음이 밝혀졌다. 모든 정황이 살인범은 아들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독거노인의 집 근처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흐릿한 화면을 입수했고 영상 속엔 피살자의 아들과 공범자(자칭 '전문 킬러')가 나타났으므로 확실한 증거물이 확보된 셈이었다. 이에 수사팀은 용의자 체포에 돌입해 마침내 두 사람 모두 체포했다. 현장 증거물 수집하던 형사는 피살자 아버지가 아들 앞으로 남긴 유서였는데, '모든 재산을 아들에게 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살인 사건이란 말인가?        
모텔 안, 지름 1mm

수사팀은 피의자로 지목되는 인물의 주거지 주변에 잠복했다. 예상대로 라면 초저녁에 집으로 귀가해야 했는데 그날 따라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차 안에서 잠복해 긴 시간을 보내며 대기해야만 했다. 화장실 다녀오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저녁도 배달 음식으로 차 안에서 해결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극한직업〉이요.”
홍 팀장이 대답했다.
“〈극한직업〉, 영화요?”
“네, 그때 흥행하던 영화가 마약반 형사들이 나오는 〈극한직업〉이었거든요. 우리끼리 차에서 피의자를 기다리는데, 그 영화 속 한 장면이랑 진짜 너무 똑같았어요. 진짜 우리 직업이 ‘극한직업’이 맞구나, 이런 생각도 했고, 그런 대화도 나눴죠.”
지금 수사팀은 모텔 객실 내에 설치한 지름 1mm 정도의 렌즈가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대로 녹화해 이를 해외 서버에 연결하여 돈벌이하는 소위 실시간 중계 음란 사이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추적 중이다.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았음에도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어 서버 자체를 폭파해 버리면 증거물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만 했다. 이 피의자가 사용하는 차량을 조회한 결과, 법인 명의였으며 과거 웹하드 사이트를 관리하던 회사였다.
결국 그날 피의자가 귀가하지 않아서 수사팀은 인근 모텔을 숙소로 잡았다. 이틀 후 수사팀은 재차 잠복했는데, 저녁 8시 반 경에 피의자 차량이 나타나자 신속하게 추적해 피의자를 체포했다. 그는 반항하지도 않았고 고개를 푹 숙이기만 했다. 압수수색에서 30대의 초소형 IP 카메라와 그의 컴퓨터에서 모텔 생중계 사이트를 운영한 흔적을 확보할 수 있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본인이 주범임을 인정했다. 경찰이 눈치를 채고 있다는 짐작이 들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란 생각에 초소형 몰카 설치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그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영남, 충청 지역의 10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모텔 객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또 모텔 생중계 사이트 오픈은 2018년 11월 부터였다고 실토했다. 
이에 수사팀은 공범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의외로 피의자는 컴퓨터에 해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웹하드 사업을 할 때 알고 지냈던 웹사이트 전문가를 동업자로 포섭했던 것이다. 헤당 사이트를 관리하는 동업자 또한 체포영장을 받아 마침내 검거했다. 이후 수사팀은 전국 모텔에서 불법촬영 카메라를 수거했는데, 그 규모가 10개 도시 30개 숙박업소의 총 42 객실에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들의 사생활은 이렇게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얼굴 없는 사이코패스들

2020년대 초 김대규 형사를 인터뷰했던 때보다 텔레그램 마약 판매 시장은 한층 더 진화해 있었다. 저자는 첫 인터뷰 시작부터 당황했다. 수사팀이 체포했던 마약 드로퍼가 백수나 마약중독자가 아닌 평범한 국가직 신분으로, 휴가를 이용해 부업으로 마약 드로퍼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의 마약 거래에 끼어들지 않았다. 한국에서 체포되는 베트남이나 태국인 마약 사범들은 자기들까리 마약을 즐기다 체포되는 식이었다. 하지만 동남아 거물급 마약상들이 한국의 마약상과 교류하며 국내의 자국민들을 드로퍼로 고용해 마약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 취재하다 보니 예전처럼 건물이나 우체통 등에 마약을 숨긴 것이 아니라 산에서 땅을 파고 대량의 마약을 묻어둔 후 유통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좌표를 통해 해당 산으로 와서 땅에 묻힌 마약을 찾아가는 식이었다.
사이버범죄가 무서운 이유는 대면 범죄가 아니기에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큰 죄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의 삶은 눈속임이 쉽다. 우리의 삶은 편집, 가공되고 범죄에 노출되거나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 동시에 직접 만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진다. 단지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상대의 자산을 빼 왔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이버에선 사이코패스로 변질되는 느낌이 강하다. 
BJ의 살인 초대방
수원의 한 개인 방송 BJ는 라이브 음방을 좋아하는 시청자를 직접 집으로 초대해 함께 방송을 했다. 그의 집엔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모여들기 시작, 그들만의 아지트가 만들어졌다. 친구가 없는 20대 남성 또한 BJ 방송의 시청자였고 그의 아지트로 찾아갔다. BJ는 어수룩한 이 남성 명의로 인터넷 결합 상품을 신청하거나 휴대폰을 개통하는 식으로 착취하기 시작했다. 이후 착취는 잔혹한 폭행으로 이어졌다.
부부는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게 20대 남성이 다른 곳으로 놀러 갔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형사들은 이 말을 믿지 않고 CCTV를 확인했다. 부부는 늦은 밤 핑크색 캐리어를 끌고서 집을 나선 후 아파트 공사가 중단된 공터를 향해 걸어간다. 갈 때는 힘겨운 발걸음이었지만 돌아올 땐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형사들은 부부의 모습에 분노했다. 그들이 무엇을 버렸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인천에 거주하는 20대 초반 남성으로 BJ의 개인 방송을 즐겨보았고, 놀러 오라는 초청을 받고 20대 중반의 남성 BJ가 거주하는 수원까지 찾아갔다. 그곳은 남성 BJ 외에 그의 아내와 여러 명의 가출 청소년들이 함께 살고 있었던 것이다. BJ는 본능적으로 뜯어먹을 먹잇감임을 알아채고 피해자 명의로  부부의 휴대폰을 개통했고, 어리숙한 이 남성의 할머니를 찾아가 쌀, 고기, 김치 등을 챙겨 가기도 했다. 문제는 이후 피해자는 그의 가족과 연락이 두절되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가족은 BJ의 연락처와 집 주소를 알고 있었기에 수원남부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새삼 깨닫지만 수사라는 과정은 정의의 사도가 나서서 단숨에 끝내는 역동적인 과정이 아니다. 오히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절차가 기본이다. 하나하나 증거를 찾아가고, 감정이 아닌 이성을 통해 범인의 존재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사를 추진하는 동력은 역시 피 끓는 정의감이라는 생각도 든다. 밤을 새우면서 범인을 추적하고, 범인을 잡은 다음에는 그의 입에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형사들은 스퍼트를 올린다. 
보통 사람의 체력이나 에너지만으로는 힘든 과정이다. 그들이 그 과정에서 항상 하는 말은 “나쁜 놈이니까 잡아야죠”나 “억울한 사람의 혼을 달래줘야죠” 같은 식이었다. 이 취재를 마무리하면서 차 팀장이 내게 했던 말도 역시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범죄 이야기는 추리소설보다 더 미스터리하다
책 속의 여러 범죄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범죄자는 특유의 직감으로 약한 먹잇감으로 판단되는 피해자를 낚아챈다. 피해자는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지만 후환이 두려워 그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다가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잃게 된다. 범죄는 늘 우리들 가까이 있음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추리소설이나 범죄실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범죄실화 #수사연구 #사건이보이는것보다가까이있다 #박진규 #매경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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