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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펜하우어의 사유
  • 공병혜
  • 16,200원 (10%900)
  • 2026-04-22
  • : 320

육체가 살아있는 한 인간은 욕망의 덩어리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삶에 대한 집착이다. 오늘날 우리는 미래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려운 첨단 과학기술과 유전공학, AI 등이 삶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줄기세포 연구 같은 유전공학 덕분에 수명연장이나 죽음의 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공병혜는 고려대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독일 만하임대학에서 철학과 독문학 석사를 거쳐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조선대학교 명예교수이며, <간호윤리>, <삶과 죽음>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삶과 철학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총 아홉 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쇼펜하우어는 어던 삶을 살았는가(01), 내가 사는 이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02), 왜 삶은 고통인가(03), 인간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04), 덕과 정의한 무엇인가(05), 죽음이란 무엇인가(06),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07), 인간 심리와 교육이란 무엇인가(08), 젊음과 늙어감이란 무엇인가(09) 등을 통해 쇼펜하우어의 철학 주제인 욕망과 고통의 근원을 깨닫도록 돕는다.


진실한 글쓰기 


쇼펜하우어가 무엇보다도 강조한 것은 진실한 글쓰기였다. 이는 그의 저서 <부록과 첨가>에서 자신의 진실한 사고는 오로지 글쓰기를 통해 중요한 가치를 부여받는다고 밝혔다. 우리의 사고가 중요하고 진실하다고 확신한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가장 명확하고 아름다운, 강력한 표현을 생각해 내야 한다. 그때 비로소 그 사유는 감동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유가 단지 타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통상적 언어로 표현되어 버리면 그 사유는 우리 속에서 빠져나가며 멈춰버리고 만다. 그래서 개성이 거부되는 사교적인 대화에선 자신의 사고를 명료하게 표현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바로 쇼펜하우어가 사교적인 대화를 거부한 이유인 셈이다.


비극적 삶과 동정심


우리는 특히 비극을 감상하면서 인간 삶의 공통 원인이 욕망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인간 삶에 대한 통찰은 결국 욕망에 대한 체념으로 향하게 할 뿐이다. 동시에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일깨워 덕행德行으로 나아가게 한다. 비극 예술은 인간 삶의 본질인 고통에 대한 경험을 통해 감상자를 의욕의 체념 상태로 이끌면서 금욕을 향한 삶의 태도를 준비하게 할 수 있다.


결국 예술은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지도 않고, 금욕을 통해 완전히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예술은 자아의 집착에서 벗어나 나와 같은 생명력의 원천인 근원적 의지를 향해 전체 세계로 마음을 넓혀준다. 동시에 비극과 같은 예술은 타자의 고통에 동참하는 동정심이라는 선한 마음의 심정을 갖게 할 수 있다.(101~102쪽)
정신적인 향유
탁월하고 풍부한 개성과 뛰어난 정신력을 지닌 자는 행복이라는 혜택을 가장 분명히 누릴 수 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3~322년)는 고대 그리스 사람으로 자신의 내부에서 발견되는 행복과 향유의 주된 원천을 아래의 세 가지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생리적 기본 능력(먹고 마시기,소화,휴식,수면)육체적 자극(산책,달리기,무용,사냥,전투)정신적 감수성(탐구,사유,감상,詩作,조각,음악,독서,명상,철학사고)
위 3가지 행복과 향유의 원천은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각자 내면에 주어진 기질이 무엇인지, 그 기질에 맞는 향유의 원천이 무엇인지 생각하여 선택할 때 더욱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지적이며 정신적인 생활은 마치 예술품의 창작 때처럼 삶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킨다. 지적인 생활을 위해 여가의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이성과 지성을 부여받는 사람이다. 
고독과 자유로운 여가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은 삶의 무게 중심을 자신의 내부에 둔다. 그들은 자연의 은총을 매우 풍부하게 받은 자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외부로부터 자유로운 여가만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평생 항상 자기 자신일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할 게 없다. 그래서 행복한 삶이란 아무런 방해 없이 자기가 타고난 기질에 따른 재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삶일 것이다.(158쪽)
명성과 인격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적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서의 인격적 가치이다. 위대한 가슴과 두뇌를 지닌 인격은 분명히 명성을 얻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명성은 단지 그 사람에게 우연히 얻은 외적 징후로 작용한다. 인격을 지닌 자는 명성을 통해 자신이 높이 평가받는 것을 외적으로 확인할 뿐이다.

행복의 본질은 명성을 얻게 해 준 위대한 인격 내의 자질 그 자체에 있다. 인간은 자질을 개발할 기회를 얻어서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최선을 다해서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 행복은 이러한 위대한 가슴이나 정신의 풍부함에서 나온다. 이러한 방식으로 정신의 풍부함이 각인된 작품은 사후에도 세대에 걸쳐 경탄을 받을 수 있고 동시에 명성도 얻을 수 있다.
자신에 대한 태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인생행로 전반에 대해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개인적인 인생행로의 축소판인 평면 설계도를 가끔 눈앞에 그려보는 것은 삶의 의미를 숙고하는 데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것,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가치, 직업, 역할,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 등을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현재와 미래에 주의를 기울이는 비율을 바르게 조정하는 것은 삶의 지혜에 속한다. 경솔한 사람은 지나칠 정도로 현재 속에 살고 있고,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너무 미래 속에 살고 있다. 아마도 그 비율을 정확히 조절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예를 들어 멀리 있는 대상은 육안으로는 축소되어 보이지만, 마음의 눈으로 보면 확대되어 나타난다. 현재만이 진실하고 현실적으로 충만한 시간이다. 우리의 삶은 오로지 현실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를 항상 명랑한 기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사를 대하는 태도
세상의 사소한 것에서 중대한 것에 이르는 모든 일을 필연적인 것으로 여기면 자신에게 닥친 재난을 의연하게 견딜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불가피하게 필연적으로 발생한 일에 곧장 순응할 줄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간은 전혀 생가치도 못한 우연히 발생한 일조차 마치 아주 잘 알려진 원칙에 따라 필연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사를 대하는 데 중요한 덕목은 현명함이다. 그 다음으로 용기이다. 현명함과 용기는 스스로 획득했다기보다는 선천적인 성격에 가깝다. 그러나 용기가 무모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현명한 절제가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두려움 역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늙어감과 노년
막상 내가 칠십대 중반을 넘기는 노년에 이르러 내 인생을 뒤돌아보니 정말 짧은 과거로 느껴진다. 살아온 인생이 길어질수록 과거의 추억은 점점 짧아진다. 이처럼 지나간 세월이 길어질수록 그간의 체험과 행위도 희미해진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노년이 되면 대체로 지루함이 없어진다. 또한 삶에 대한 열정과 이에 따른 고통도 침묵하기 때문에 건강이 유지되는 한 인생의 짐도 젊을 때보다 실제로 가벼워진다. 그리고 세상이 자신에게 더 이상 영향을 주지 못한다. 노년에는 사고가 지배한다. 노년기엔 판단력과 철저함이 녹아 있다.
흔히 질병과 무료함이 노년의 숙명이라고 한다. 노년기엔 고독해지긴 하지만 그 고독에 반드시 무료함이 따라다니진 않는다.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증가하고, 판단력은 날카로워지며, 사물의 연관성이 명백히 파악된다. 전체를 간추려 개괄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는 욕구 대신 자신이 축적해 온 것을 가르치고 말하려는 욕구가 생긴다. 소위 '라떼는' 말이다 처럼.


편안한 죽음을 기다라며
쇼펜하우어는 90세를 넘은 사람만이 편안한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편안하게 죽어가는 과정엔 질병도 없고, 사투도 없으며, 숨이 가쁘지도 않고, 얼굴이 창백햊지는 일도 없다. 편안한 죽음은 대체로 앉은 채, 그것도 식사를 마친 다음 맞이하는 죽음 또는 더이상 살기를 멈추는 죽음이다. 훌륭한 고승들은 죽음이 다가옴을 미리 알고 곡기穀氣까지 끊고 이를 맞이했다고 한다. 나 또한 이런 죽음을 원한다.
#인문교양 #철학 #쇼펜하우어의사유 #공병혜 #사유와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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