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농경 시대의 서막이 오른 이후 1만 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전 세계 인구는 이번 세기의 후반부터 감소 국면에 접어들 것이며, 앞으로 1만 년 안에 우리 종은 멸종할지도 모른다. 눈부신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헨리 지는 비범한 인류의 이야기를 특유의 따뜻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풀어낸다.

'우리는 왜 멸종할 수밖에 없는가'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인간 제국 쇠망사>는 다수의 인간 종 중의 하나였던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역사상 가장 지배적인 동물에 등극하게 된 극적인 과정을 기록한다. 하지만 이제 급속한 기후변화, 세계 경제의 침체, 출생률 저하, 남성의 정자 수 감소 등의 현상과 맞물리며 현생 인류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책의 저자 헨리 지는 인간은 호미닌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호미닌이란 600만~700만 년 전 유인원에서 갈라진 초기 인류 조상과 현생 인류를 모두 포함하는 집단으로 이족보행二足步行이 정착된 생물이다. 즉 뒷다리로 일어서서 걸었던 것이다.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출현한 시기와 비슷한 31만5,000년 전 즈음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했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의 탈출을 시도했지만 약 10만 년 전까지는 모두 실패했다. 그무렵 호모 사피엔스는 장기간 소규모 개체군으로 흩어져 버티다가 다시 합쳐지고, 아프리카 대륙 안에서 이종교배하며 마침내 오늘날 우리가 아는 종을 낳았다.
그러나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하던 호모 사피엔스는 유럽과 서아시아를 지배하던 사촌 네안데르탈인에 의해서 봉쇄되어 고향인 아프리카에 발이 묶여 있었다. 지구의 기후가 계속 춥고 건조해지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멸종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끈질지게 버티던 최후의 호모 사피엔스들은 가까스로 아프리카에서 탈출했다. 대략 10만 년 전 즈음이다.
인간은 6만 전 오스트레일리아에 도달했고, 유럽엔 4만5,000년 전에 다다랐다. 그라고 어디를 가든 파괴를 남겼다. 이들은 필요할 때마다 주변 환경을 변형變形했다. 그 결과 대형 개보다 몸집이 큰 동물의 전멸을 가져왔다. 유럽과 아시아를 25만 년 이상 지배했던 네안데르탈인은 유럽 땅에 새로 진입한 현생 인류에게 무릎을 꿇었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의 예티(설인雪)로 불리던 데니소바인, 동남아시아 제도의 호빗 같은 원주민(킬라오 원인과 플로레스인), 아마도 미발견된 다른 호미닌들도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다.
2만5,000년 전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의 모든 주요 대륙을 장악했다. 오늘날의 호모 사피엔스는 그 행보가 매우 빨랐고 이미 달은 물론이고 태양계 전체에 손을 뻗었다. 이때부터 현생 인류에게 주어진 길은 내리막뿐이었다. 모든 경쟁자가 제거되면 그때부터 침체가 시작되고 종은 외부 환경뿐 아니라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약 4만 년 전 처음 개를 길들였던 인간은 그후로 고기, 우유, 섬유 등을 얻고자 다른 짐승들을 길들여 가축으로 삼았다. 야생 황소와 멧돼지는 온순한 젖소와 토실토실한 돼지로, 겁쟁이 양은 온순한 털복숭이로 변했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야생 식물을 길들임에 따라 역대급 혁신인 농경은 약 2만6,000년 전에 시작되었다. 비로소 기아의 위험이 사라지면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농경의 결과는 결핵, 기생충 감염, 당뇨 등 인간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무수한 질병과 건강 문제를 초래했다.
19세기 아일랜드에서 발생했던 대기근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이는 단일 작물인 감자 농사에 의존하던 아일랜드 경제에 충격적인 곰팡이병의 확산이 감자 흉작을 초래했고, 이어서 기아飢餓를 피해 아일랜드 국외로 탈출하는 이주가 이어지면서 인구의 급감이 뚜렷했다. 이는 인간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유전적 다양성이 현저하게 낮아짐으로써 인간은 유독 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란 점이다. 침팬지의 경우 개인 위생이란 아예 없으며, 심지어 자신의 똥을 간식으로 즐겨 먹지만 인간보다 병치레가 훨씬 덜하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인 중국도 대약진 운동(1958~1962년)의 실패로 인해 기근이 발생해 1960년대에 많은 이들이 죽었다. 당시 마오쩌둥 공산 정권은 워낙 인구가 많아서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았다. 출생아가 많아서 인구는 계속 늘어만 갔다. 2022년, 이런 중국이 처음으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졌다. 이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자식을 낳아 키울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인구 감소는 이미 숙명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수천 년에 걸쳐서 인구는 줄어들어 몰락의 손짓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카레니나 원리'를 적용하자면 행복하고 번영하는 종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지만 멸종될 위기에 처한 종의 상태는 모두 제각각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궁극적인 종말의 시기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런 예상은 해볼 수도 있다.
한꺼번에 수백만 명 또는 수십억 명이 몰살되는 세계적인 재난(핵폭발, 소행성 충돌, 로봇의 광란, 훙포한 팬데믹 등)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멸종은 취약해진 동식물 집단에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작은 개체군은 이상기후 또는 필수 자원의 갑작스러운 고갈로 전멸全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숲에서만 서식하는 희귀 난초가 새로 착공된 건설 사업으로 인해 사라자는 상황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렇게 난초 군락이 하나둘씩 사라지다가 마침내 하나도 남지 않게 되면, 이게 바로 종의 멸종이다.
감소된 인구가 만성적인 자원 부족과 기후변화로 인한 황폐화를 버텨내다가 결국 분할되고 흩어져서 점차 격리된 파편으로 존재하게 되고, 그나마도 개체군이 하나둘씩 사라지며 마침내 최후의 호모 사피엔스 잔여 집단마저도 모습을 감추는 시나리오가 앞으로 1만 년 안에 일어날 일이다.
지금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우리는 인구의 수가 정점에 오르고 곧이어 감소하게 될 유일무이한 시기를 살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두 갈래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개체 수가 급감하여 1만 년 이내에 멸종하거나, 우주행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우주로 확장해 수백만 년을 살거나. 이는 늦어도 200년 안에 내려야 하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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