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개의 자아을 지니고 있다. 40대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주부라는 자아와 원키우미라는 병원 컨설팅 회사의 대표라는 자아를 가지고 있다. 병원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는 누구보다 자세히 분석한다. 내가 병원 컨설팅 회사 대표여서가 아니라 내가 고객이기 때문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저자 최문경은 드림성모안과에서 검안사로 근무하며 처음으로 '고객 만족'이라는 개념을 현장에서 경험했다. 짧은 응대 한마디가 고객의 표정과 병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순간을 경험하며, 사람과 서비스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의료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학하며 병원 경영과 고객경험을 이론적으로 확장했다.
책은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되어 병원 매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1장), 병원은 결국 '말'로 운영된다(2장), 들리는 것이 다른 병원은 고객을 끌어당긴다(3장), 친절한 한마디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진다(4장), 말이 바뀌면 병원이 살아난다(5장) 등을 통해 고객 경험 개선에 관한 해답을 제시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순이익'이다
고객 만족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중, 병원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변화가 더 오래 지속된다는 확신으로 아이디병원에서 고객 만족 팀장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조직 안에서의 고객 경험 개선을 주도했던 저자는 결혼과 육아라는 삶의 전환기를 거친 후 병원 고객 경험 전문 컨설팅 회사 원키우미를 창업했다. 병원이 오래 신뢰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고객 경험을 만드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 운영은 일종의 장치 산업과 유사하다. 환자들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건물이 필요하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각종 의료 장비들도 들여놓아야 한다. 여기에다 유능한 전문 의료진들을 스카웃해야 한다. 이처럼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반면, 수입은 환자들에게 의존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유동적이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입이 담보되지 않는다. 그래서 개업 초창기부터 누적 결손금이 쌓이기 시작하는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병원측은 매출을 확대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고심하게 되고 이를 마케팅 전문 회사에 의뢰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동안 DB 마케팅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는 수집한 DB(데이터베이스, 즉 개인정보)를 활용해 매출을 끌어올리던 형태였다. 하지만 정상가격定常價格으로 해당 의료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소위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형태였던 것이다. 병원의 자체적인 성장 없이 이에 의존하다가 주저앉고 말았음을 지적한다. 마케팅 전문 회사는 매출에만 집중했기에 순이익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이익이 높을수록 병원 경영 상태가 건강하다.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이다. 아무리 매출이 올라도 지출되는 마케팅 비용이 크다면 병원의 순이익은 적어지게 마련이다. 이리되면 병원 경영은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며 기본적인 경영 원칙에도 위배된다.(사진, 58쪽)

고객은 병원의 '말'을 기억한다
건강검진을 싨시하는 병원은 지역별로 많다. 이는 모두 의료보험공단에서 지정한다. 특히, 회사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은 1년에 1회씩 시행한다. 그런데,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회사원들은 이를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율보다는 오히려 강제에 가깝다고 느낀다.
종합검진을 시행하는 병원들은 많은 검사자들을 빠른 시간에 이를 처리해야 하므로 매뉴얼로 정해진 멘트만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체혈하겠습니다. 팔 여기 내려놓으시고요. 따끔합니다. 네, 다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가 뛰어난 병원에선 모든 검사자들에게 어떤 검사를 하는지,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검사자들은 어떤 병원을 선택하겠는가?
병원 경험에 대한 고객들의 주된 감정은 특정 접점에서 들은 '썩 기분 좋지 않은 말'로 결정되기도 한다. 프로세스가 완벽하고, 대기가 없고, 하드웨어가 편리할지라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병원의 좋은 이미지는 희석되기 마련이다. 반면 다소 부족한 병원 시설과 프로세스임에도 위로해 주던 말, 치료 결과에 희망을 주었던 말은 오히려 긍정적인 느낌을 갖도록 만들기도 한다.(사진, 80쪽)

공감하면 연결된다
공감은 힘이 커서 병원의 매출이나 입소문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공감은 어렵다. 안 좋은 일, 예를 들어 이성 친구와의 이별이라고 해보자. 이별을 당한 친구에게 공감한다고 말을 꺼냈다가 “너는 몰라.” 또는 분위기가 급격히 안 좋아진 경험 있을 것이다.
이는 공감이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병원에서는 ‘공감’이 더욱더 어려운데, 가장 큰 이유는 병원이라는 태생적인 요인 때문이다. 병원의 고객은 환자이므로 질환이나 통증과 같은 증상으로 불편함이 크고, 그로 인해 육체적, 정서적으로 매우 지쳐 있는 상태이다.
두 번째는 병원의 진료 환경적인 요인이다. 우리는 고객에게 짧은 시간 안에 검사와 진단, 처방을 해야 한다. 시간이 지체될 때 기다리는 다른 고객들의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우리는 유사한 증상의 고객을 하루에도 수십 명씩 만난다. 이외에도 병원에서 공감하기 어려워지는 이유는 많다.
그런데, 이 말은 거꾸로 생각하면 다른 결과가 생긴다. 즉 공감을 잘해주는 병원이 있다면 이는 희소가치를 장착하는 셈이 된다. 병원을 찾는 고객들은 공감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공감 하나만 잘해도 고객은 열성 팬이 되어 병원 홍보에 열을 올릴 수 있다.(사진, 110쪽)

목소리가 다른 병원
이랏사이마세!!
이는 초밥집이나 횟집에 입장할 때 흔히 듣는 말이다. 마치 일본에 여행을 온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이런 분위기와 신선한 경험은 발길을 이곳으로 이끌게 마련이다. 생동감이 넘치고 격의 없는 응대가 마음에 들어 자연스럽게 발길을 향하게 만든다. 톤(Tone) 앤 매너(Manner)는 디자인과 광고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인데, 이는 고객 응대에선 굉장히 중요하다.
저자는 개원 병원 교육을 할 때, 병원측의 '맞이 인사'에 대해 자세히 가이드를 준다. 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규모, 입구와의 거리, 주요 질환, 분위기를 고려하여 톤을 잡아준다. 통증이나 질환 등으로 오는 고객이 많은 병원에서는 같은 맞이 인사라도 아주 밝은 톤의 목소리와 어조보다는 차분하고 안정감을 주는 톤이 더 좋다. 그와 반대로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중저가 피부 시술을 하는 병원에서는 좀 더 밝고 생기 있게 맞이 인사를 해야 고객들이 친근하게 느낀다.
초진 고객인지 아니면 재진 고객인지에 따라서 톤 조절도 필요하다. 초진 고객의 경우, 목소리 사용부터 우리 병원의 톤에 맞춰 더 과장되게 어필할 필요가 있고, 재진 고객의 경우 좀 더 편안한 톤과 자연스러운 아이 컨택과 같은 비언어적 행동으로 친밀감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또한 병원에서 사용하는 부정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부정어否定語란 예를 들어 "안됩니다"처럼 금지하거나 "아닙니다"처럼 부정하는 말을 가리킨다.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할지, "되도록 안 하는 게 좋습니다"라고 말할지에 따라 병원의 전체적 톤 앤 매너가 영향을 받는다. 아래의 5단계를 참조하자.(사진135쪽)

응대의 '킥'을 만들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네플릭스 드라마 '흑백요리사'에서 크게 활약했던 안성재 셰프는 요리 경연자들이 내놓은 요리의 맛을 보고 "청경채가 킥이네요"와 같은 말을 내뱉었다. 요즈음 이 '킥'이란 말은 유행어가 되었다. 음식에서 킥kick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핵심 요소나 자극적인 맛을 의미하며, 요리사가 의도한 결정적인 한 방이란 뜻이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응대의 '킥'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경쟁 병원은 약하지만 우리 병원은 잘하는 것이다.
응대의 킥이 어디에서 올까? 이는 ‘다른 병원과의 다름’, 즉 차별화에서 온다. 우리 병원의 장점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병원 또는 경쟁 병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차별화는 우리 병원보다 남의 병원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많은 병원에서 실수하는 것이 “우리 병원도 그렇습니다.”라는 식으로 상담이나 진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진행하면 고객은 더 이상 우리 병원을 기억할 이유가 없게 된다.
이처럼 타 병원과 구분되는 장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개원한 병원이라면 우리 병원을 찾는 고객들이 ‘우리 병원의 장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활용해 보자. 예를 들면 ‘다른 곳보다 이 병원은 참 원장님이 친절해.’ ‘여긴 대기가 없어.’ 등은 고객들이 느끼는 우리 병원의 장점이다. 고객들이 한 말을 응대할 때 그대로 활용해도 좋다.(사진, 229쪽)

고객은 예민하고 섬세하다
이밖에도 책은 말이 바뀌면 병원이 살아난다고 강조한다. 병원 오픈 기간에 방문한 고객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작은 병원일수록 시스템을 만들며, 친절한 직원과 오래 함께하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부富의 시작은 '고객'으로부터 창출되므로 예민하고 섬세한 고객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매우 중요하다. 새로 병원을 개업하는 의사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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