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시로 함축하여 쓸까 하다가, 글로 길게 푸는 까닭은 여기저기 부딪히며 방황하며 버텨 낸 시간들이 어쩐지 그리울 것만 같아서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고 싶었다. 또 훗날 마흔이 되더라도 서른의 이야기를 박제하면 서른의 이야기로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욕심이 들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보겸은 시인으로 마흔의 문턱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 들었다. 주말이면 남보다 더 일찍 일어나 열심히 살아 온 삶이었다. 사람을 담는 일을 시詩로 쓰다가 점점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에세이로 수다를 떨고 있다.
책 속에 총 20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상을'이란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도서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스무번째 '서른에 시린'까지를 통해 열심히 살았던 서른 시절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나의 삼십대 시절은 어땠는지 타입캡슐을 타고 잠시 지난 과거로 떠나보았다. 남보다 늦은 나이로 캠퍼스 생활을 마치고 삼십대 초에 오직 오기로 시작한 중견행원의 삶은 내 그릇을 만족시켜 주지 않았다. 선배의 권유로 굴지의 대기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나이 마흔에 기업체 임원으로 승진했으니 나의 삼십대는 '도전과 창조'의 연속이었다.
이제, 저자의 삼십대 시절 에피소드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짧은 서평에 스무 가지 에피소드 이야기를 모두 다룰 수는 없기에 오직 나만의 관점으로 무척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들을 나의 감상평과 함께 요약함으로써 서평에 갈음하려 한다.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상을
이 에피소피를 읽으면서 작가가 따뜻한 마음과 좋은 인성을 가진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정된 수입이 보장되지 않은 '프리랜서'로 일한지 9년이 넘는 그는 때로 불안한 마음이 들지라도 어떤 날은 글쓰기에 집중하고, 또 어떤 날은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삶에 온 정성을 다한다. 그의 글을 재차 음미해 본다.
"삶을 살다 보면, 오르고 싶은 문턱에서 미끄러질 때도 있고 때로는 운이 좋게도 문턱을 오를 때도 있다. 늘 운이 좋은 법은 없기에 한 해마다 참 많은 감정을 갖게 된다. 힘이 빠질 때도, 힘이 생길 때도 있다. 살아가는 게 크게 차이는 없는 것 같아 정이 든 교육생들과 헤어질 때는 편지라는 시를 읽어 드린다"(20쪽)

이는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인 것이다. 우리 모두 살면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이를 마치 당연한 듯 여기고 타인들의 도움과 격려 같은 감사함을 쉽게 잊고 만다. 나의 이런 망각은 나의 태도와 행동으로 연결된다. 이런 반복은 결국 타인을 향한 따뜻함이 결여되고 만다. 그렇기에 작가는 마음으로나마 응원해 주는 이가 있음을 기억하려 애쓰고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상理想을 품는다.
가끔 꺼지던 밤에 선명한 빛이 될 수 있을지도
"우리가 이승을 열심히 살았더니, 한순간 천국행 열차를 탔나 봐"
작가 부부는 결혼식을 마치고 푸꾸옥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새벽 4시 인천공항, 전날 행사로 인한 피곤함이 얼굴에 붙었음에도 정신은 맑았다. 주위가 고요한 가운데 새벽 도로를 밝히는 차들의 불빛이 아름답기만 했다. "예쁘다", 아내가 내 속을 들여다 본 듯 입 밖으로 내뱉었다. 짐을 부치는 긴 대기줄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느껴졌다.
결혼을 해 본 사람은 이런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매순간이 기쁨과 환희로 충만할 때이니까. 물론 결혼식 당일이나 신혼여행 당일에 헤어지는 일로 종종 신문 까십란을 장식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결혼준비와 살 집의 인테리어 등 할 일들의 연속에다가 큰돈이 많이 든다. 결혼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작가는 아내의 손을 잡으며 이런 다짐을 한다.
"한 사람을 내 안에 담는 일이, 한 세상을 담는 일만큼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안 후로 한걸음씩 하루를 놓는 일에 늘 다정하려 애쓴다"(46쪽)

누가 대신 맨땅에 헤딩을 해주지 않는다
"왜 스스로 지옥 길을 뛰어드니?"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 사람을 궁금해하고, 오늘이 가는지도 모른 채 즐거움을 느끼던 시절도 있었다. 작가는 예전에 다년간 독서모임을 운영했는데, 그 때가 그랬다. 지금은 그런 즐거움보다 혼자 자문자답하는 이런 과정을 더 즐긴다. 자신을 잘 아는 건 결국 '나'이기에.
다니던 회사를 나오려고 부모님과 직장 선배에게 조언을 구할 때 작가는 응원보다는 염려와 질책이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지금 시절은 많이 변했다. 크리에이터나 블로그 운영자 또는 유튜브 진행자들이 훨씬 더 많은 고소득을 올리니까. 하지만 과거엔 회사 다니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른 일로의 도전은 늘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맨땅에 헤딩을 한다는 각오가 없이는 누가 대산 맨땅에 헤딩을 해주지는 않는다"(82쪽)

나도 그랬다. 회사를 이직할 때는 그렇지 않았지만 IMF 시절에 난 잘나가는 상장회사 임원직을 던지고 평생 한번 올 것 같은 투자의 기회라는 판단이 섰기에 전업투자에 올인하기로 결심했을 땐 달랐다. 당시 주위에서 만류들이 많았고 심지어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하겠다는 진풍경마저 벌어졌다. 이때 오직 나를 응원했던 사람은 나의 아내였다. 수많은 새벽 밤을 밝히고 온갖 국내외 재테크 도서들을 잔뜩 쌓아 놓고 득도得道하려는 간절함으로 공부했던 나를 곁에서 오래 지켜봐 왔기에.
다시 오지 않을 삼사십대를 생각하며
손에 잡히는 작은 책은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삼사십대 시절의 추억에 잠기도록 만들었다. 미처 생각한 적도 없었던 일들에 대한 기쁨, 감사함, 반성 등 여러 감정을 일으키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작가의 따스한 마음씨를 통해 충분한 위로의 시간이 될 것이란 점이다. 특히, 삼십대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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