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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stone님의 서재
  • 노도부대 전설
  • 김용우
  • 15,210원 (10%840)
  • 2025-12-05
  • : 330

대한민국에선 군대 얘기는 밥상머리 금기다. 꼰대들의 전형적인 자화자찬이라며 남녀노소 기피 1호 얘기다. 너무나 뻔해서다. 줄빠따에 원산폭격을 입에 물면 마누라는 물론 며느리, 아들놈도 도리도리한다. 마누라는 30년 넘게 들었다고 아들놈은 군대 입대 전부터 들었다며 5파운드 곡괭이를 먼저 꺼내 창밖에다 던져 버렸다. - '서문' 중에서



저자 김용우는 전남 함평군 대동면 아차동에서 출생, 10살에 소년가장이 되었다고 한다. 1973~1976년 2사단 노도부대에서 병역 의무를 다했고, 1979년 미장일로 중동 사우디 주바일과 쿠웨이트 등 건설현장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며 2017년까지 자영업에 종사했다고 자신을 밝힌다.


국민학교 4학년 중퇴의 문학 비전공자인 그는 기형적인 책 2권을 완성했는데 37만 자 원고지를 입으로 읽어주면 컴퓨터 알바생이 손가락으로 키판을 두드려 책을 만들고 아내로부터 5백만 원을 빌려 이를 출간했지만 구매한 독자가 없어서 석달 동안 아내 앞으로 반성문을 작성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컴퓨터 타자부터 배워 노도부대를 필두로 3권의 책을 더 썼다고 한다.


저자의 약력을 간단히 읽고서 난 의문이 들었다. 국민학교 중퇴자는 징집 면제 대상자라 현역으로 군에 입대할 수 없는 신분인데, 병역 비리인가? 라고 말이다. 아무튼 읽어나갔다. 소설로 분류되는 도서임에도 마치 저자의 자서전 같은 내용이라 책 속에 그 답이 있을 것 같아서다. 


아무튼 작품의 주인공인 모가지毛加枝는 1973년 12월 논산훈련소 6주 신병 훈련을 끝내고 이등병 신분으로 군용열차를 타고 용산역을 거쳐 춘천역에서 하차, 103 보충대로 향하는 수송 트럭에 탑승했다. 보충대 저녁 식사가 부실해서 동기생들은 눈치를 보며 매점으로 발길을 돌려 한창 나이에 허기진 배를 채웠다. 반면 무일푼인 그는 맹물로 대신했다. 


다음날 아침, 보충대 연병장에 모인 이등병들의 주특기 분류가 시작되었다. 취사반장인 병장이 나타나 사회에서 구두닦이 유경험자를 찾고 있었다. 여기저기 손을 들며 자신을 간택해 달라고 경력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때 모가지가 '종로통에서 24년 동안 구두만 닦았다'고 뻥을 쳐 마침내 간택되었다. 


노도怒濤부대 신병교육대, 이곳은 육군 보병 최강 전투부대인 노도부대의 훈련소였다. 잘 걷고 잘 쏘는 일당백의 강병强兵이란 명성이 자자한 전투부대가 바로 노도부대로 백절불굴 불퇴전百折不屈 不退轉의 기상을 안고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곳이다. 그래서 구호조차 '충성'이 아닌 '당~백'이었다.


反骨 기질이 유달리 강했던 나 또한 이 어수선한 시절에 '유신반대 데모'로 대학 우골탑은 늘 최루탄에 찌들고 툭하면 수업은 휴강 또는 공강인지라 등록금이 아까워 군에 입대했기에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주인공 '모가지의 병영기'를 읽고 있다. 1973년 7월에 논산훈련소에 입소했으나, 수용연대에서 군인이 아닌 '장정' 신분으로 거의 1개월 가까이 머물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기간은 북무기간에 산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소원수리서'에 이런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을 기록, 수리서 함函에 넣었다. 


군기가 엄격하고 혹독하다는 노도부대 신병교육대 생활에 관해 모가지는 식사 시간은 항상 3분 이내를 지켜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해당자는 더 이상의 식사를 금한다는 내용이 소개된다. 난 이 대목에서도 웃음이 절로나며 나의 남성대 헌병교육 과정이 떠올랐다. 논산에서의 훈련을 마친 후 남한산성 아래 헌병교육대에서 6주간의 지독한 교육을 받았다.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기 전에 기갑부대 위탁교육생들의 입소를 기다린다고 2주간의 사역 일정을 추가로 소화해야만 했다. 


헌병교육대에서의 식사도 마찬가지였다. 짧은 식사 시간 탓에 입 안으로 대충 음식물을 우겨 넣고 식당을 나와 담배 한 대 피워물고 나면 곧바로 교육이 재개되었다. 이때 조교들은 교육생들의 행동이 굼뜨다고 항상 '선착순 달리기'와 '머리(대가리) 박아'라는 단체 얼차려를 습관적으로 실시했다. 땅에 머리를 박고 두 다리로 버티면 미처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콧구멍 밖으로 튀어 나오는 느낌까지 들었다. 정말 비인간적인 대우였었다. 헌병의 독기毒氣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또 전방 부대에서의 '동절기 얼차려'라는 얼음물 입수를 헌병교육대에서 할 줄이야. 교육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던 그해 11월 마지막 주는 한파가 몰아닥쳐서 교육대 내 수영장에 얼음이 얼었다. 비상 소집을 당한 헌병 교육생들은 마치 통과의례인 것처럼 줄을 지어 얼음물 입수를 해야만 했다. 그것도 새벽에 말이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나에겐 정말 최악의 훈련이었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국민학교 4학년 중퇴라면 군면제 대상인데 어떻게 현역병으로 군 입대가 가능했을까?였다. 소설엔 주인공 모가지가 신상란에 학력을 국민학교 4학년 중퇴로 기록해 이를 '군 입대 기피자'로 지목함에 따라 소위 '괘씸죄'에 걸려 14일 동안 온갖 사역에 동원됐다는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여전히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던 차에 출판사 홈페이지에 실린 저자와의 인터뷰를 우연히 목격하고 여기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 본인의 학력은 국민학교 중퇴가 분명하지만 아버지의 후배인 고향 면사무소 병사계가 신체검사 학력란에 충암고 졸업으로 기록해서 현역 입대가 가능했다고 했다.


현역이면 어떻고 보충역이면 어떨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병역을 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가수 유승준은 연예계에서 온갖 영화를 다 누리다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미국으로 줄행랑친 엑스가 아닌가? 이런 부류에 비하면 하늘 같은 사람들이다.



남자에게 군대란 인생 훈련소이다


양구 2사단 노도부대는 지금은 없어졌다고 알려진다. 홍천, 인제, 속초, 고성 등을 넘나들며 사계절 훈련을 견뎌냈던 저자의 기억과 경험상 가장 훈련이 빡센 보병 전투부대로 남아있다. 열악한 보급으로 인한 배고픔을 감내하며 혹독한 훈련인 완전무장 5박6일 천리행군, 2박 3일 무박 220킬로미터 행군, 설악산 일주 산악 행군 등이 책 속에 소개된다. 이런 경험들이 하나둘 쌓여 저자의 인생에서 훌륭한 길라잡이가 되었고 '노도대 전설'이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나 보다. 많은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며 리뷰를 마치려 한다.


#노도부대전설 #군대이야기 #진짜사나이 #실화에세이 #김용우작가 #하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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