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삼국지'의 주요 장면들을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갈 수 있을지를 함계 생각해 보고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방안을 찾아보도록 안내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 '머리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허우범 박사는 인하대학교 교수로 문사철文史哲을 현장과 접목하는 융합적인 연구를 중시한다. 20여 년에 걸쳐 중국 전역의 '삼국지' 현장을 답사하여 발간한 <삼국지기행>은 역사와 문학을 현장과 융합한 대표작이자 동아시아 최초의 연구 실적으로 꼽힌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난세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가, 시대는 언제나 준비된 장의 것이다,뜻을 세운 자만이 길을 만든다, 어떻게 성취하고 지킬 것인가, 어떤 주인공이 될 것인가 등의 주제로 '삼국지'
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위기, 성장, 용기, 관계, 지혜를 순차적으로 이야기한다.
위기
제갈량이 1차 북벌에서 기산을 차지하고 마속에게 중요한 요충지인 '가정'을 지키게 했지만 마속의 전략 실패로 가정을 허무하게 빼앗기고 만다. 이에 제갈량은 형세의 위태로움을 깨닫고 즉각적인 철수명령을 내린다. 이때 사마의는 15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는데, 제갈량의 병력은 고작 2,500명 뿐이었다. 제갈량의 최대 위기였다.
위급한 상황에서 보여준 제갈량의 침착함은 빛이 났다. 그는 학창의를 입고 윤건을 쓰고 성 위에 올라 향을 피우고 거문고를 연주했다. 이 광경을 본 사마의는 제갈량이 복병을 숨겼을 것이란 의심과 함께 오히려 군대를 급히 후퇴시켰다. 이에 제갈량은 안전하게 군대를 철수시킬 수 있었다.

(사진, 제갈량의 침착함)
성장
관도대전에서 원소군을 물리치고 승리한 조조는 승전을 축하하고 병사들을 치하하기 위해 전리품인 금은보배와 비단을 상으로 지급했다. 그런데, 전리품 속에 조조 몰래 원소에게 조조의 상황을 알려준 편지들도 있었던 것이다. 관련된 사람들을 모조리 숙청할 만한 사건임에도 조조는 오히려 관련 편지를 모두 불태워 버렸다.
이같은 조조의 결정은 원소와 내통한 자들을 크게 뉘우치게 했으며, 이후 더욱 조조의 충신으로 거듭나게 했던 것이다. 수많은 인재들이 조조의 통큰 리더십에 감명을 받고 그를 따랐다. 내통한 자들을 모조리 색출해서 엄벌을 내리는 것이 상례임에도 조조는 남이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한 셈이다. 소위 '조조 way'인 것이다.

(사진, 조조의 '인재구함' 방문)
용기
곽가는 원소를 만나 자신이 의탁할 만한 인물인지를 살펴보았다. 한 번 만나 보고도 그럴 만한 그릇이 아님을 알았다. 당시 원소가 강력한 세력가인 반면 조조는 신진 세력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조조가 곽가를 부르자 아무런 주저도 없이 곧바로 조조에게로 갔다. 27살의 곽가는 조조와 마주 앉아 천하의 일을 논의했다. 참고로 곽가는 제갈량과 같은 나이다.
조조는 곽가를 참모로 영입한 후 중요한 논쟁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과가의 의견을 경청했다. 모두가 유비를 죽여 후환을 없애라고 할 때 곽가는 어진 사람을 죽였다는 오명을 쓰면 천하의 인재들은 언제든 등을 돌릴 것이라고 반대했다.
중년의 나이는 자신의 꿈을 가꾸고 설정한 목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기이다. 이를 위해선 뜻이 같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인재를 찾는 게 어렵다. 제갈량과 곽가처럼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과 지혜를 기른다면 수어지교水魚之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관계
유비는 수경 선생(사마휘)을 통해 와룡(제갈량)과 봉추(방통) 중 한 명만 참모로 삼을 수 있다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이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서서가 참모로 역할을 하면서 조조군을 무찔렀다. 그러자 조조는 서서의 약점(孝子)을 간파하고 어머니가 위독하니 급히 오라는 가짜 편지를 서서에게 보냈다.
이 서신을 받은 서서는 유비에게 떠나야 하는 자신의 사정을 말했다. 유비의 참모들은 서서를 보내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유비는 의롭지 않은 일을 할 수 없다며 결국 서서를 어머니에게 보내기로 결심했다. 서서가 떠나기 전날 밤, 두 사람은 주안상을 마주했다. 하지만 유비는 헤어질 수밖에 없는 슬픔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이에 감동받은 서서는 유비에게 제갈량의 위치를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유비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신뢰를 통해 삶의 목표를 앞당길 수 있었다.
지혜
제갈량은 사마의가 자신의 건강을 훤히 내다보고 있는 것을 탄식했다. 자신의 사후에 사마의에 대적할 만항 후임자에 없었기에 다가올 촉의 운명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장수치고 술을 좋아하지 않는 자도 드물다. 대표적인 애주가는 장비인데, 그는 수차례 유비로부터 이를 지적받았음에도 술에 곯아 떨어져 부하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건강을 잃는다면 세상을 다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조는 늘 두통에 시달렸다. 수술하면 고칠 수 있다는 말도 믿지 않을 정도로 그는 의심이 많았다. 결국 그는 두통을 고치지 못하고 죽었다. 장비가 유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입으로만 끊겠다고 한 것이나 조조가 두통을 가볍게 생각한 것이나 오십보 백보인 셈이다.
중년은 제갈량처럼 업무의 강도기 높을 시기이다. 혼자서 모두 처리하겠다는 욕심보다는 적절한 배분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루려는 욕심은 늘 건강을 해친다. 건강을 우선시하며 단계별로 나아가려는 장기적 시각이 요구된다. 행복한 삶은 건강한 생활에서 비롯됨을 잊지 말자.
어떤 주인공이 될 것인가
삼국지엔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한다. 냉혹한 현실주의자 조조, 넓은 포용력을 가진 인본주의자 유비, 치밀한 균형감을 갖춘 손권, 뛰어난 전략가 제갈량, 충의와 지조의 상징 관우, 냉정한 승부사 사마의 등은 혼란한 시대를 살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한 영웅들이다. 책은 어떤 주인공이 되고 싶은지 우리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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