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쓴 첫 번째 이유는 임포스터로서 가면을 쓰고 살았던 내가 어떻게 진실한 나 자신을 찾게 되었는지 그 변화 과정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가면에 익숙해져서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메타인지를 사용하여 진짜 자신과 만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임포스터이즘과 관련된 심리학 실험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왜 임포스터 가면을 쓰는지, 그리고 그 가면을 왜 유지하거나 벗어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책의 저자 리사 손은 콜롬비아대학교와 제휴를 맺은 바너드칼리지의 심리학 교수로 인간의 학습과 기억, 메타인지를 전문으로 다루며, 학습 방법과 장기 기억 보유의 최적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첫 번째 저서 <메타인지 학습법>은 EBS 부모특강, 세바시 등에 소개되며 많은 부모들에게 아이의 학습전략을 알렸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행복에 도달하는 길은 울퉁불퉁하다, 어느 아이든 모르는 시기를 거친다, 진정한 겸손은 도움을 청할 줄 아는 것,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들키기 학습' 등을 차례로 이야기하면서 부모들은 아이가 스스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임포스터 현상은 가면증후군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전 미국 인구의 70%가 경험한다고 할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어서 학계에서는 이를 질환이 아닌 경험이나 현상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문제점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 현상이 우리의 행복을 방해한다는 데 있다. 한편, 저자는 높은 목표와 성적만을 최고로 추구하는 한국에서 어린 학생들이야말로 임포스터의 고위험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한다.
가면이 위험해지는 이유
우리들은 타인을 만족시키고 기쁘게 하기 위해 가면을 쓰기도 한다. 타인이 나를 선망하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과 타인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져서다. 이처럼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제시하면 남들이 자신을 좋아하고,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남들이 나를 신뢰하지 않을 것처럼 느낀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처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그렇다고 아이가 혼자 했던 생각들을 다 꺼내놓는 것은 아니다. 메타인지는 내면에 숨겨져 있는 생각들이고, 그중에 무엇을 밖으로 펼치고 무엇을 안에 담을지는 온전히 아이가 선택할 문제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부모라면 아이가 임포스터이즘에 빠지지 않도록 잘 안내해줘야 한다. 즉 아이 스스로 울고 싶을 때는 울고, 화내고 싶을 때는 화를 내고, 짜증이 날 때는 짜증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때,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와 마주하고 만날 수 있다.
남들만큼 해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
한국에서 자주 듣게 되는 얘기 중 하나가 "평범하게 사는 게 좋다"란 말이다. 왜 평범한 삶을 강조할까? 성공의 부담감 때문이다. 성공의 부담이 싫어서 평범한 삶을 추구해 리스크를 피하고 안전함을 얻을 수 있겠지만, 안전만을 추구하는 삶은 지루하고 단조로울 수도 있다. 어쨋든 성공의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두 가지 전략을 취한다.
첫 번째 전략은 성공이 목표이므로 계속해서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시험을 잘 본 이후에고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하므로 전보다 더 공부한다. 이는 전형적인 임포스터들의 모습이다. 계속해서 성취해내기 때문에 겉보기엔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실상 내면은 남모르는 불안에 시달린다.
두 번째 전략은 성공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포자기하는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원치 않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 임포스터들은 가면 뒤의 숨겨진 민낯이 드러날까 봐 겁을 먹게 된다. 그렇다. 주목받는 걸 꺼리는 이유는 단지 '숨겨진 못난 모습'이 들킬까 걱정되어서다. 그래서 성공을 포기해 버린다.
시험점수만 신경쓰는 부모는 아이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떠안긴다. 아이가 100점을 받아 오더라도 “시험은 어땠어? 헷갈렸던 문제도 있었어? 어떤 문제가 제일 어려웠니?” 하고 재차 물어주는 것이 좋다. 또 시험 한번에 인생 전체가 달린 것처럼 무겁게 생각하지 말라고 격려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성적을 잘받은 아이에게는 “내 새끼 진짜 똑똑한걸!”이란 말 대신에 “잘했어! 그런데 앞으로는 어떤 걸 더 배우고 싶어?”라고 묻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메타인지 학습법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미 지나간 시험점수에 목을 매기보다 추후의 학습방향을 안내할 때, 아이는 학습에 대한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착한 딸 가면을 쓴 아이가 완벽주의자 엄마가 된다
자기 자신을 숨기고 착한 맏딸이란 가면을 쓴 자녀는 훗날 불안에 취약한 완벽주의 엄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저자 또한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어떠한 실수도 저질러선 안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어떤 실수든 숨기기 급급했고 혹시 실수를 들길까 봐 불안해하곤 했다. 바로 '임포스터 엄마'의 모습이다.
성인이 된 후로 나는 ‘어릴 적부터 특별히 잘하는 건 없고, 그저 운이 좋아 일이 잘 풀렸을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항상 가면을 쓰고 다녔다. 그래서 늘 불안했다. 그러나 부족함 속에서도 노력을 통해 결국 해내고야 마는 내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나의 과거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실수하고 극복해내는 과정을 보면서 나도 그저 ‘운’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란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메타인지 모니터링을 실천하고 실수를 통해 컨트롤을 해오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내게 가면을 벗을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138쪽)
겸손의 미덕이 가면이 되는 순간
저자는 실수나 실패를 기억하는 것이 메타인지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실수했던 경험을 바라볼 수만 있으면 피드백을 통해 이후의 행동을 잘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거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해 '완벽한 척' 가면을 쓰는 사람은 실패한 과거만 기억하고 성공한 과거는 무시해버린다.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을 해도 이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것은 겸손한 태도가 아니라고 우리들은 훈육받아 왔다. 이런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우리들은 또 다른 가면을 쓸 때가 있다. 즉 스스로 "나는 못해"라며 뒷걸음질하는 겸손한 임포스터가 되는 것이다.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작품이 워낙 좋고 운도 따라주었기 때문이다. 저는 그저 숟가락을 얹었을 뿐인데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이는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했던 영화 <부산행>(2016년)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였던 아역배우 김수안의 인터뷰 대사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어른 같은 겸손한 언행을 내보였다. 물론 좋은 작품이며 운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연기를 위해 그간 흘린 땀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럼에도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자랑을 하지 못할까? 올챙이 시절부터 전문가 개구리를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어느 성인 배우의 수상 소감에서 '숟가락' 표현이 나온 것인지를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아역임에도 성인 코스프레를 한 것이다.
운이 좋았다는 겸손의 말은 지금껏 실수와 실패를 통해 쌓아온 과거의 노력을 모두 잊어버리고 사후과잉확신편향에 빠질 수 있다. 즉 이런 가면을 쓴 사람은 성공한 사실을 '착오'라고 믿게 되고, '나는 이 자리에 설 사람이 아니다'라고 스스로를 폄훼하게 된다. 메타인지는 실패뿐 아니라 성공까지 인정하는 것이다. 겸손은 미덕임에 분명하지만 자기비하를 겸손으로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들킬 수밖에 없다
가면을 쓴 채로 살아가기란 생각보다 더 고통스럽다. 우리 모드 얼마간의 임포스터여서 남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될까 봐 늘 불안해한다. 가면으로 감정을 가리려다가 억눌렀던 자신의 모습이 갑자기 부풀려진 형태로 튀어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예방하려면 방법은 단 하나, '들키는 것'이다.
가면 뒤 실체는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음식 맛보기 실험을 하나 살펴보자. 실험 참가자들에게 달콤한 초콜릿과 깍뚝썰기 무우 중 하나만 먹으라고 했다. 누구는 초콜릿을, 또 다른 누구는 깍뚝 무를 먹어야만 했다. 이후 퍼즐 풀기를 제시했다. 얼마나 오래 풀기에 매달리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초콜릿을 먹었던 참가자들보다 무우를 먹었던 참가자들이 더 빨리 퍼즐 풀기를 포기했다. 초콜릿을 먹지 않아도 괜찮은 척 했던 자제력이 결국 바닥나버렸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척 하는 가면을 쓸 때 엄청난 에너지의 소모가 발생함을 보여주는 증명인 셈이다.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최상의 선택을 내리려면 우리는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마치 거북이처럼 느리게 배웠던 일들, 공부가 너무 어려워 애먹었던 시간, 실수를 저질렀던 순간 등 무언가 배우면서 우리들이 거쳐왔던 시간의 궤적을 생생하게 돌아볼 수 있다면 앞으로의 학습에서 경험될 힘든 시간도 거뜬히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하는 법을 배우려면 먼저 '넘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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