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도구의 점유가 곧 권력의 점유였음을 증명해 왔다. 증기기관으로 영국이 패권을 잡고, 반도체가 오늘날의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것처럼, 지금은 인공지능(AI)이 파죽지세로 나 자신을,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크리스 밀러가 그의 저서 《칩 워》에서 반도체가 어떻게 지정학적 전쟁의 핵이 되었는지 치밀하게 증명해 냈다면, 반도체 전쟁의 전선이 ‘데이터와 인프라의 주권’이라는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이 책은 경고한다.
저자는 시종일관 “~해야 한다, ~하고 있다”라는
당위적 종결어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다소 경직되고 계몽적인 인상을 주지만,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AI 전쟁의 긴박함을 외치려고 하는
것 같다. 세련된 문장으로 가다듬을 여유조차 없이 쏟아지는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 지금 당장 우리가 확인하고 실행해야 할 점검표들을 알려주는 ‘상황
보고서’에 가까운 것 같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소버린 AI’, 즉 AI 주권이다. 우리는 이미 검색 엔진과 상거래 시장을 글로벌 공룡들에게
내어준 수많은 국가가 어떤 경로를 밟았는지 목격했다. AI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신경망이자 디지털 DNA다. 만약 우리가 독자적인 거대언어모델(LLM)과 이를 지탱할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타국의 알고리즘에 의해 정의되고 통제될 것이다.
저자는 ‘국가 AI 스택’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전력망,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그리고 그 위에서 구동되는 한국형 AI 에이전트까지, 이 일련의 흐름을 우리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디지털 종속’은 경제적 손실을 넘어 국가 안보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AI 주권 시대 진입 여부가 결정되는 ‘골든타임’인 지금,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에 대한 체크리스트이자
시대를 읽는 독해집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종속에
대한 공포’와 ‘주권 회복의 절박함’을 느껴야 한다.
《칩 워》가
과거와 현재의 전쟁을 기록했다면, 이 책은 근접한 미래 전쟁터를 조망하고 있다. 우리가 이 책에서 지적하는 해야 할 일들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는 우리말이 아닌 타국의 언어와 가치관으로 학습된 AI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물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AI 주권의 설계도를 그리고 실행해 나가야 할 시기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