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이름에게 #김이설 #문학과지성사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2020, 작가정신) 이후로 두 번째 읽은 김이설의 연작소설집입니다.
이 책은 네 편의 단편소설 우환, 기만한 날들을 위해, 미아, 경년(更年)을 담고 있습니다.
첫 소설부터 속이 뜨끔하더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고민, 연민, 불안, 불쾌, 걱정 등등 부정적인 감정들을 끄집어내었고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작가가 의도한 공감으로 매듭짓게 하였습니다.
너무도 사실적이고 생생한 묘사여서 네 편의 소설에서 나오는 주인공 네 명의 여성들을 빙의라도 하듯 푹 뒤집어쓰고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삶, 특히 결혼 후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느끼는 세밀한 감정을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아닌 직접 경험한 듯한 느낌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책에서 계속 언급되는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등등 여러 가지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 그 모양과 색깔, 약효를 잘 알고 있기에 더욱 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사는 삶이, 아이의 엄마로서 사는 일생이 이렇게 어렵고 고된 일일 줄은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반도 몰랐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사오십대 여성분들이 읽으시면 십분 공감하실 소설로 보입니다.
김이설 소설가의 책이라서 아무 생각 없이 믿고 구매했는데 ‘잃어버린 이름에게’라는 다소 감상적인 책 제목과는 달리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걸 어느 순간 발견했습니다.
참 잘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