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시집 매대를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오프라인 시집 분야 베스트셀러는 거의 테마가 있는 좋은 시 모음이다.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일단 시집의 형태는 의외로 선물하기 좋은 완벽한 두께와 표지와 가격의 삼박자로 구성되어 있다. 너무 두껍지도 않고, 너무 도발적인 표지도 없고, 또 너무 비싸지도 않다. 애초에 선물하기 좋은 책의 형태로 되어 있는 셈이다.
게다가 시선집들의 경우 대개 보편적인 공감대를 타겟으로 하기에 거슬리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 분야 평면 매대의 베스트셀러가 시선집이 아닐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와카. 하이쿠. 센류 그림 시집>도 시선집이지만 주제가 뚜렷해 내용에 교양과 맥락이 있고, 또 표지와 디자인이 아름다워 선물하기에도 좋은 시집이다.
우키요에의 거장 호쿠사이의 파도가 그려진 표지만큼이나 내지 또한 아름다운데, 계절감이 가득한 그림이 쉼표처럼 고요히 실려 있다.
특히 이 시집은 원문과 독음, 번역된 단시가 한 페이지에 함께 실려 있어 천천히 읽어나가며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뛰어나다. 원문 밑에 독음이 있어 원어로 어떻게 발음이 되는지, 어떤 음과 리듬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가늠할 수 있는 점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시의 내용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이렇게 짧고 생활감 넘치는 것이 시라면 나도 써볼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독자의 마음을 간파하듯 저자의 자작 와카, 하이쿠, 센류가 챕터의 말미에 함께 실려 있는 것도 재미있다.
그야말로 시는 삶을 들여다보고, 삶은 시를 들여다보는 '한 줄짜리 일본시'가 가득한 그림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