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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va님의 서재
  • 종이 동물원
  • 켄 리우
  • 15,300원 (10%850)
  • 2018-12-05
  • : 12,377

    

 

   책의 표제작으로 쓰인 <종이 동물원>은 수록된 14편의 단편소설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켄 리우 단편의 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종이 동물원>에서 독자가 가장 처음 만나는 강력한 문장은 바로 “아빠는 엄마를 카탈로그에서 골랐다.”일 터이다. 이 하나의 문장은 어느새 한국사회를 행해지고 있는 매매혼의 모습을 스치고 지나가게 만든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에서 태어나 성장한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어떤 기쁨과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르고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주인공 칸 역시 이 하나의 문장으로 가족의 뿌리를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 충격적인 문장은 칸이 성장하며 자신의 가족, 특히 엄마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이 변하고 태도가 바뀌게 될 것인지 갈등을 내포하며 독자를 끌어당긴다.

   칸의 엄마는 종이로 동물을 접어 혼을 불어넣는 마법을 가진 사람이다. 칸의 세계가 아직 중국어와 영어라는 두 가지 언어로 갈라지기 전 이 마법은 칸과 엄마 두 사람 모두에게 안락한 세계를 담보했다. 영어라는 언어가 바탕이 되는 세계에서 칸은 엄마의 언어를 부정한다. 그리고 엄마와 자신이 만든 <종이 동물원>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봉인한다.

   칸이 다시금 종이 호랑이인 라오후를 만나게 된 건 부모와 자식의 갈등이 해소되는 시점에서다. 즉, 자신의 부모가 이미 사라지고 자식이 지은 과오만 남은 시점이다. 칸은 그때서야 비로소 어머니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이 거부한 엄마의 언어로, 칸은 엄마가 겪은 세계를 받아들인다.

   <종이 동물원>은 어렸을 적 읽고 듣고 자란 전래동화 같은 지점이 있다. 전래동화는 나라마다의 세계관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재미는 세계 공통적인 감각이지만 사회적 차별과 억압, 관습을 아직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느끼는 전래동화의 재미는 어른이 느끼는 재미보다 훨씬 농밀할 것이다. 켄 리우의 단편소설은 내게 그런 농밀한 재미를 주었다. 많은 번역 소설들, 비단 장르를 떠나 수많은 이야기들이 특정한 인종이 주인공인 고정값을 갖고 있었다. 가끔은 내 문화권의 세계관을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켄 리우의 소설은 그 고정값을 바꾸어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호랑이를 상대로 분투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타국의 사람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품을 들여 찾아봐야 할 여러 고정값이 들어있다. 하지만 한국인인 우리는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재미있다고 웃고 떠들고 즐기면 된다. 켄 리우의 소설 역시 그렇다. 나와 반대의 고정값을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가 여기 있다. 단지 숨으로만 소통할 수 있는 세계를, 마법의 존재인 종이 호랑이 라오후를 켄 리우가 우리에게 접어 주었다.

 

  너무 착한 이야기라 시시한가?

  당신은 아직 켄 리우를 읽지 않은 사람이다.

"엄마는 카탈로그의 맨 마지막 쪽에 있었단다." -<종이 동물원> 중
친구가 필요했다.
태평양 이쪽에서 친구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파자 점술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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