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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마님의 서재
  •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
  • 아키모토 유지
  • 22,500원 (10%1,250)
  • 2026-04-15
  • : 1,370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은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단순히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아키모토 유지가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탄생과 성장을 직접 따라가며 남긴 기록에 가깝다. 이 책은 예술이 어떻게 한 장소의 운명을 바꾸고, 그 장소와 함께 자신의 형체를 얻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완성된 풍경 뒤에 숨어 있던 긴 시간을 마주하고 나면 나오시마는 더 이상 관광지의 이름으로만 남지 않는다. 그곳은 예술이 놓인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기업과 지역의 시간 속에서 끝내 예술이 현실이 되어간 하나의 공간으로 남는다.


아키모토 유지의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은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숫자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업 안에서, 예술가에서 아트 디렉터로 변신한 저자는 15년에 걸쳐 실패와 갈등, 그리고 성취의 시간을 통과한다. 공해와 쓰레기로 오염되고, 개발 실패에 지친 주민들마저 떠나가던 섬. 이 책은 그곳을 단순히 예술품을 전시하는 섬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가 되는 섬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 안에서 이들이 무엇을 했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차근차근 펼쳐 보인다.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의 저자 아키모토 유지는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이끈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전형적인 실무자라기보다, 예술을 믿는 감각으로 움직인 사람에 가까웠다. 그는 기업 안에서도 주변부에 가까운 부서에 속해 있었고, 수익을 우선하는 조직 안에서 늘 자신의 자리와 프로젝트의 필요를 증명해야 했다. 불안정한 위치에 놓인 한 사람이 끝까지 예술을 현실의 언어로 번역해나가는 과정은 커다란 벽들의 연속이었다. 그의 15년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으로는 수익을 따지는 회사와 주주들을 설득해야 했고, 밖으로는 재개발에 지친 채 외부의 손길을 경계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승인받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가 끝까지 밀고 나간 기준은 외부에서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 아니라, 나오시마라는 장소에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여기에 가장 먼저 힘을 보탠 사람이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였다.


안도 다다오와 함께 첫 전시를 위한 공간을 만든 뒤, 나오시마에는 구사마 야요이, 미야지마 다쓰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야니스 쿠넬리스 등의 작품이 차례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현대미술을 나오시마 위에 올려놓는 일이 아니라, 나오시마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일이었다. 세상이 이미 높은 가치를 부여한 작품이 아니라, 이 장소와 가장 잘 맞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 그 결과 나오시마는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장소 자체가 예술이 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이 작가들의 작업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각각의 성향은 모두 달랐지만, 나오시마 안에 놓이면서 이들은 따로 흩어진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졌다. 그 차이는 오히려 장소의 층위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어떤 작품은 바다를 향해 공간을 열었고, 어떤 작품은 실내를 무겁게 닫았으며, 또 어떤 작품은 시간과 빛, 보이지 않는 감각을 끌어들였다. 그렇게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작품들은 나오시마라는 장소 안에서 하나의 큰 서사를 이루었다.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바다와 하늘을 끌어들여 공간을 바깥으로 연다. 선명한 색과 반복되는 점은 멀리서도 눈에 띄지만, 중요한 것은 그 작품이 놓인 자리다. 호박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부두와 바다, 수평선까지 함께 끌어안으며 나오시마의 첫인상처럼 작동한다. 반대로 야니스 쿠넬리스의 〈무제〉는 물질의 무게로 실내를 봉인한다. 그 대비가 나오시마의 공간감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 납과 사물의 묵직함은 공간을 닫고, 섬의 밝은 풍경과는 다른 밀도를 만든다.


미야지마 다쓰오의 〈시간의 바다〉는 숫자와 물로 시간을 흐르게 만든다. 깜빡이는 숫자들은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이며, 오래된 집 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떠오르게 한다. 제임스 터렐의 〈달의 뒤편〉은 어둠 속에서 보는 행위 자체를 흔들고, 월터 드 마리아의 〈보이는/보이지 않는, 아는/알 수 없는〉은 제목 그대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아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사이에서 공간을 하나의 사유 장치로 바꾼다. 이 작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오시마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예술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소가 된다.


저자가 단순히 작가와 작품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외부의 자본과 기획이 지역을 일방적으로 덮어쓰지 않도록 한 과정을 보여준 점도 인상 깊었다. 나오시마는 외지인이 들어와 일방적으로 바꿔 놓은 섬이라기보다,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 속에서 조금씩 예술의 공간으로 바뀌어 갔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한 문화 프로젝트의 성공담이 아니라, 사람이 사라져 가는 지방이 어떤 방식으로 다시 자신만의 얼굴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도 읽힌다.


15년 동안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인 그에게 회사의 회장은 다른 섬에서도 같은 성과를 만들 수 있는지 묻는다. 저자는 이때 보편성의 차이를 말한다. 공산품의 보편성이 어디서나 재현될 수 있다는 데 있다면, 예술의 보편성은 유일성에서 나온다고. 여기서 나오시마가 복제 가능한 성공 모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령화와 빈집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오시마를 그대로 따라 해도 같은 효과는 생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시간과 기억, 사람과 풍경을 바탕으로 유일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나오시마 예술의 탄생』을 통해 아키모토 유지가 이끈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끝까지 따라가고 나면, 세계적 관광지는 더 이상 완성된 풍경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선택과 설득,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겹쳐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래서 이 섬은 예술이 놓인 장소가 아니라 예술이 현실이 되어버린 하나의 구조로 남는다. 책에 충분히 담기지 못한 작품 이미지와 공간의 모습은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홈페이지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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