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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마님의 서재
  •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윌 곰퍼츠
  • 25,200원 (10%1,400)
  • 2025-11-26
  • : 15,100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윌 곰퍼츠의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은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서른한 가지 방식을 그린 책이다. 일반적인 예술 입문서는 대개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가,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가에 머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앞, 예술가의 시각 자체를 질문한다는 점에서 드물다. 저자는 여러 작가와 작품을 통해 특정한 해석을 제시하기보다, 작품이 태어나기 직전의 원초적 순간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래서 우리는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해석 이전의 날것 같은 감각을 느끼게 된다. 이제 그 마법 같은 순간으로 들어가 보자.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서른한 가지 방식을 그린 윌 곰퍼츠의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프리다 칼로, 폴 세잔, 렘브란트, 칸딘스키, 페테르 파울 루벤스부터 조금은 낯선 데이비드 호크니, 바스키아, 제임스 터렐까지 등장한다. 각 작가의 대표 작품을 함께 실어, 예술가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총 서른한 명의 작가를 통해 이 책은 단순한 감상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출발해 삶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까지 이야기를 확장한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에서 윌 곰퍼츠는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서른한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각 작가의 성장 환경과 역사적 사건, 개인의 상처까지 폭넓은 배경을 함께 제시하며, 예술가를 작품 너머의 인물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 소환한다. 책은 기원전 1500–500년으로 추정되는 메소아메리카 고대 조형물인 소치팔라 조각에서 출발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을 호출한다. 그래서 이 책은 개별 예술가의 모음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아 온 시선의 연대기로 읽힌다.



저자는 단순히 여러 예술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인물은 고유한 주제와 함께 배치되며, 작품은 그 자체로 인류의 역사와 인간의 심리를 비추는 하나의 장면이 된다. 이 과정에서 예술은 특정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이해해 온 방식의 기록으로 확장된다. 개별 작품들은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며, 독자는 그 사이를 오가며 시선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이 설명서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예술가가 그 작품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상황과 선택의 순간을 먼저 꺼내 놓는다. 언제 어떤 환경에 놓여 있었는지, 무엇에 부딪혔고 무엇을 외면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은 결과라기보다 결핍으로 허덕이는 한 인간의 필연으로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해석을 강요받기보다 자연스럽게 예술가가 세계에 동참하게 된다. 작품 너머의 작가의 삶을 통해 그들의 시각을 처음 마주하면서, 머리로서의 이해가 아닌 감각에 가까운 인식으로 작품을 받아들이게 된다.


곰퍼츠가 보여주는 인물들은 모두 특정한 시대와 조건 속에 놓인 개인들이다. 그는 각 장에서 유명한 천재로서의 예술가가 아니라, 고립된 환경과 반복된 경험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던 한 인간의 모습을 먼저 드러낸다. 이러한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예술가를 위대한 천재의 자리에서 내려놓고, 그 삶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과 겹쳐 보게 된다. 저자가 묘사하는 예술가의 시각은 고립된 영감의 산물이 아니라, 환경과 경험이 축적된 결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인물은 프리다 칼로와 구사마 야요이다. 프리다 칼로는 의사를 꿈꾸던 소녀였으나, 교통사고로 인해 그 꿈을 강제로 포기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평생 신체적 고통과 함께 살아가야 했고, 그 고통은 작품 전반에 깊게 스며든다. 구사마 야요이 역시 어린 시절의 심리적 트라우마로 인해 시간의 무한함과 공간의 절대성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두 사람은 벗어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식으로 예술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은 이해에 앞서 낯설고 기괴한 감각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녀들의 공통점은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이 예술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데 있다. 두 사람 모두 신체적·심리적 결핍 속에서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으로 예술을 선택했고, 작품은 그 고통에 화장을 하기보다 처절할 정도로 날것을 드러낸다. 그러나 시선의 방향은 다르다. 프리다 칼로가 자신의 몸과 상처를 집요하게 응시하며 고통을 개인의 역사로 끌어안는다면, 구사마 야요이는 반복과 확장을 통해 그 고통을 공간 속으로 흩어버린다. 같은 고통에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살아냈다는 점에서 이들은 특히 인상 깊다.


한 인물만 더 소개하자면 빛을 본 제임스 터렐이다. 저자는 그를 설명하기 위해 플라톤의 『국가』에 등장하는 동굴 이론을 꺼내든다. 외부의 빛을 본 죄수가 동굴 속으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자신이 깨달은 바를 말하지만, 친구들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를 죽일 음모를 꾸민다. 터렐의 작업은 바로 그 죄수가 다시 동굴로 돌아온 이후의 세계를 닮아 있다. 그의 작품은 무엇을 새롭게 보여주기보다, 우리가 이미 보고 있다고 믿어온 방식 자체를 흔든다.


그의 대표작인 스카이 스페이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천장에 난 사각의 틈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게 하는 이 공간에서 관객은 창문을 보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열려 있지 않다. 하늘은 평면처럼 내려앉고, 빛은 시간에 따라 색과 깊이를 바꾸며 공간 전체를 지각의 대상으로 만든다. 터렐은 이 단순한 구조를 통해 우리가 현실이라 믿어온 감각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고 편향될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서른한 가지 방식으로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을 풀어낸 윌 곰퍼츠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새로운 세계를 무작정 들이밀지 않는다. 대신 아주 익숙한 것에서 출발해, 약간의 정보와 조금 비틀린 예술가의 시각에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에 머물지 않고, 미술을 넘어 다양한 창작 활동으로 확장될 수 있는 틈을 만들어낸다. 또한 점점 더 단조로운 시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신의 삶을 다른 경로로 바라보고 그 안에 풍성함을 더하는 가능성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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