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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마님의 서재
  • 탐나는 현대미술
  • 김슬기
  • 25,200원 (10%1,400)
  • 2025-09-03
  • : 5,510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김슬기의 탐나는 현대미술은 21세기가 사랑한 24인의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다. 한 번쯤 들어봤을 인물부터 매우 생소한 인물까지, 극 사실주의부터 극 추상주의까지 그 간극도 매우 크지만 그 내용은 현대인들의 심리와 사회적 고통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작품 설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애를 함께 짚어주어 작품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름다움과 메시지가 주를 이루는 고전과 달리 개성과 위로 그리고 사회적 고발을 담고 있는 현대미술의 매력에 빠져보자.



김슬기의 『탐나는 현대미술』은 21세기가 사랑한 24인의 예술가를 소개한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부터 현대미술의 거장까지, 사실주의에서 추상주의에 이르는 폭넓은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1부에서는 니콜라스 파티, 플로라 유크노비치, 아드리안 게니 등 현재 가장 뜨거운 초현대미술 작가들이, 2부에서는 요시토모 나라, 게르하르트 리히터,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등장한다.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따라가며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김슬기의 『탐나는 현대미술』을 읽으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작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삶 자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각인되는 경우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책은 작가들의 궤적을 짚어 작품 이해의 단초를 제공하는데 그중에서도 개인의 이야기가 그림을 어떻게 입체화하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작품을 깊이 이해하려면 언제나 그 뒤에 선 인간을 함께 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림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작가와 함께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이야기다.



그 대표적인 예가 캐나다 출신의 매튜 웡이다. 1984년에 태어나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페이스북 시대의 반 고흐’라 불린다.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해 SNS를 통해 주목받았으나, 자폐증과 우울증, 투렛 증후군을 안고 살았다. 결국 요절했지만, 사후에는 천재로 각인되었다. 그의 그림에서 차분하고 공허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삶의 궤적과 맞물려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림과 인생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강하게 증명해 주는 사례로 읽힌다. 그의 비극은 곧 작품의 문법이 되었다.


특히 그의 우상이 반 고흐였다는 점은 더욱 상징적이다. 2024년 암스테르담 고흐 미술관에서 고흐와 함께 전시된 장면은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서사의 힘을 보여준다. 현대미술은 종종 작품 그 자체보다 작가의 개인사와 비극적 운명이 열쇠로 작용한다. 웡의 삶과 그림은 고흐를 닮은 비극의 반복처럼 읽히며 관객에게는 작품 해석의 또 다른 통로를 제공한다. 이런 맥락에서 현대미술은 고전과 달리 스토리 자체가 하나의 미학적 장치로 기능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그림만 본다기보다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를 함께 본다.



그와 얽힌 또 다른 화가는 스콧 칸이다. 그는 70세가 넘도록 사촌의 다락방에서 그림만 그리며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왔다. 매튜 웡이 그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면서 칸은 단숨에 스타 화가가 되었다. 인터뷰 속에서 그는 “세상 누구도 내게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매튜가 내 삶을 바꿔주었다"라고 말한다. 그 말은 예술의 우정과 연결이 지닌 힘을 감동적으로 드러냈다. 두 예술가의 관계는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선 서사로 남았고, 예술사에 작지만 빛나는 발자취를 남겼다.


그러나 이 일화는 동시에 현대미술이 자본과 시장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드러낸다. 한 사람의 시선이 예술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현실은 따뜻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남긴다. 칸의 삶은 해피 엔딩처럼 보이지만, 그 기회가 특정한 계기로만 열렸다는 사실은 질문을 남긴다. 결국 이 책은 예술가의 이야기 속에서 현대미술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비추고 있었다. 예술은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자본의 질서 안에서 철저히 움직이는 구조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그의 그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 Unknown Pleasures 〉이다. 알려지지 않은 기쁨이라는 제목부터가 의미심장하다. 책 속에 이 작품에 대한 직접 해설은 나오지 않지만 그의 서사와 포개어 보면 여러 가지 연상이 떠오른다. 혜은이의 노래 ‘파란 나라’, 동화 ‘파랑새’ 같은 이미지가 자연스레 스쳐 간다. 작품만 놓고 본다면 화면을 가득 메운 푸른빛은 우울과 고독의 상징이지만 그 끝에는 희망의 그린, 생명의 그린, 빛의 그린이 기다린다. 현재의 고통을 넘어서는 길 위에서 결국 기쁨을 향한 작은 확신이 스며들어 오는 듯하다.


그러나 여기에 그의 삶을 대입하면 풍경은 달라진다. 힘들고 불행한 삶 속에서도 타인에게는 행복을 전해주었던 예술가의 모습이 겹쳐진다. 저 멀리 빛과 생명의 그린으로 채색된 공간은 막상 다다르면 다른 풍경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이런 착시를 자주 경험한다. 붉은 노을이 번진 서해에 도착했을 때 그 땅은 여전히 무채색의 현실을 내뿜는 것처럼. 그래서 결국 작품 앞머리를 차지한 파란 영역, 지금 이곳이야말로 진짜 행복의 자리일 수 있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늘 가까운 발밑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또 다른 층위로 본다면 그는 현재의 우울한 길을 서둘러 걸어 마지막 눈 덮인 산을 넘어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천국에 대한 염원, 곧 고통을 끝내려는 욕망으로 읽힌다. 이처럼 같은 그림이라도 작가의 삶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른 채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의 비극적 현실을 떠올리는 순간 단순한 풍경은 곧 내면의 고백이 되고, 색채는 존재의 목소리를 품는다. 결국 이 작품은 “알려지지 않은 기쁨”을 말하는 동시에 그것을 끝내 붙잡지 못한 예술가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21세기가 사랑한 24명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소개하는 김슬기의 『탐나는 현대미술』은 개별 화가의 이야기와 그들의 작업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예술이 결코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작품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 존재와 사회적 맥락이 켜켜이 스며든 이야기이다. 이 책은 단순히 미술가의 삶을 엮은 기록이 아니라 21세기 현대미술이 놓인 자리를 비추는 작은 지도이기도 하다. 고전과 다른 맛의 현대 그림 너머를 보고 싶은 독자라면 한 번쯤 펼쳐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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