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A to Z로 된 세계 역사책은 우리가 학교 다닐 때부터 줄기차게 보았다. 그러나 이런 책의 최대 단점은 따분하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관심 분야에 현미경을 들이댄 부분의 역사는 누구나 눈을 반짝일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수많은 분야가 있겠지만 오늘은 제대로 읽으면 국제 정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북라이프에서 출간한 사이토 가쓰히로의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물질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북라이프에서 출간한 따끈따끈한 시작 사이토 가쓰히로의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물질은 제목 그대로 열두 챕터로 되어 있다. 전분, 약, 금속, 세라믹, 독, 셀룰로스, 화석연료, 백신, 암모니아, 플라스틱, 원자핵, 자석까지. 언뜻 보면 공통점이 단순히 포인트가 문명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국제 사회의 힘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작가가 과학을 전공하여서 그런지 내용이 단순한 역사라기보다는 과학적 논리가 탄탄하게 갖추고 있어 이 힘의 논리를 좀 더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맨 처음의 전분과 자석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알아보려고 한다. 먼저 전분은 식량으로 대체해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파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농업 혁명에 관하여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게 된 계기이며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이루어 자연에서 먹이 사슬 최상위층으로 올려준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노동에 생존 기간을 거의 다 쏟아부어야 먹고 살 환경을 스스로 만든 것이며 각종 영양 결핍으로 간 계기라며 인류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인문학자의 눈이 아니라 철저하게 과학자의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구의 근원적인 에너지인 태양 에너지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생물체는 식물이 유일하다. 태양은 태양빛을 쬐며 공기 속 이산화탄소와 물을 에너지로 탄수화물을 만들어내는 반응이 흔히 말하는 광합성이다. 우리는 이것을 먹고 소화시켜 에너지를 얻는데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탄수화물을 흡수하여 몸속의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 물, 에너지로 변환한다. 즉, 우리는 역광합성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동물은 태양 에너지를 절대 직접 이용하지 못한다. 반드시 식물을 통하여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섭취하는 탄수화물을 저자는 태양 에너지 통조림이라고 부른다. 좀 더 많은 농업 혁명은 식량 생산량을 증가시켜 인구 증가와 문명 발전을 가져왔지만 전쟁과 함께 빈부 격차도 가져왔다. 재미있는 부분은 우리는 현재 땅에 대한 전쟁을 인간끼리만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심한 땅 싸움은 바로 식물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중세 시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마녀사냥의 원인도 저자는 탄수화물에서 찾는다. 마녀사냥의 원인은 성 안토니우스의 불이라고 불리는 병이다. 바로 맥각균이라는 균 때문이다. 이 균이 번식한 곡식을 먹으면 손발이 마치 불타는 듯한 통증과 환각 작용으로 인하여 이상 행동이 나타난다. 이게 심했던 시기와 마녀사냥 수의 증가와 일치했다며 저자는 이런 증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가장 흥미로운 관점은 농업 혁명 이후 부족이 생기고 계급이 생겼으며 이것이 확대되어 국가로 이어졌다. 당연하게 그 결과는 계급 사회와 빈부 격차로 이어졌다. 이런 점은 동물의 본능적인 특성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나 이런 일은 식물 사회에서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키가 큰 나무는 근원 에너지를 마음껏 빨아들여 더 커지고 바닥에 붙은 식물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하여 환경에 적응했다. 어쩌면 이런 계급과 빈부 격차는 생물의 기본 특성이 아닐까?
마지막 단원의 자석은 사실 그 자체의 내용보다 한국에서 얼마 전 개발에 성공한 중국의 희토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영구 자석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보았기에 그간의 내용이 궁금하여 더 주의 깊게 보았다. 희토류의 80%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희토류 수출에 칼을 대기 시작하면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된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와 전기 제품 등에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작동이 가능한 자석의 원료가 사라져 그야말로 한국 산업의 숨통을 끊어 놓게 된다.
물론 다른 희토류도 있지만 일단 자석 파트에서만 국한하여 이야기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눈치를 덜 봐도 되는 것을 개발했다는 기사에 남몰래 뛰는 심장을 지그시 눌렀던 기억이 나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이 자석 파트에는 꿈의 초전도 자석이 있다. 바로 얼마 전 개발했지만 실험에서 실패한 초전도체 LK-99로 만들 제품이다. 비록 이 실험이 실패했으나 세계적으로 그동안 테스트에 사용하던 물질의 확장을 가져와 많은 국가에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전도 자석은 에너지 저항을 0에 이르게 만들어 에너지 손실이 없어 각종 산업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자기부상 열차는 저비용으로 고속화 가능하며 양자컴퓨터, MRI, 군사 레이더 등을 저비용, 소형화가 가능해진다. 또한 AI 기술의 베이스가 되는 반도체, 모터 기술도 지금보다 몇 단계 도약하게 된다. 고가 장비의 핵심 부품이 초전도 자석인데, 상온에서 이용이 가능하다면 국가 경쟁력이 어마어마해진다. 그야말로 기술 종속 탈피를 이루는 지름길이다. 비록 LK-99의 실험에 실패했지만 꾸준히 기사를 탐색하는 이유이다.
이 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첫째, 청소년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친절한 언어로 쓰였으며, 역사나 과학에 익숙하지 않아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이미 일정한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책 속 곳곳에 흩뿌려진 과학적 단서들을 따라가며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다. 그만큼 독자층이 넓고, 읽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확이 있는 책이다. 특히 국제 정세나 경제 흐름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필독서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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