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보면서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보통 앞부분에서 던진 떡밥을 뒤에서 완벽하게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한창 실망하던 시기에 만났던 작품이었다. 큰 기대 없이 보았는데 앞부분의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가 섞인 모습을 보며 그의 작품에 매료되었다. 이후 그의 작품이라고 하면 큰 의심 없이 보게 되었다. 오늘 읽은 찰스 디킨스 외 다섯 명의 작가가 쓴 단편 모음집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도 만족스럽게 읽었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 작가가 쓴 여덟 편의 단편 영미 고전이 실려 있다. 독서력이 짧은 1人으로서 찰스 디킨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보는 작가들이었다. 그리고 처방전, 복용이라는 단어로 묶여 있어 의학에 관련된 작품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의학과 전혀 관계가 없어서 신기했다.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에서 실제적인 단어는 메리골드밖에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 전체를 다 살펴보기는 어려우니 첫 작품부터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가장 첫 작품이며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이야기가 실린 지금 당장 복용할 것부터 살펴보자. 이 책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주인공 메리골드가 닥터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어린 시절 의사를 도와주었기 때문에 얻게 된 것이다. 그는 마차에 물건을 싣고 돌아다니며 판매하는 장사꾼이다. 집도 없으며 마차에 아내와 딸아이까지 셋이서 함께 산다. 그러나 아내는 딸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가학행위를 하며 딸은 아버지를 안심시키려 노력한다.
어느 날 딸이 죽음으로써 이들에게 불행이 찾아오고 아내도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진다. 이후 메리골드는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는데 그의 앞에 가정 폭력으로 학대를 당하는 청각 장애인 소녀가 나타난다. 그는 바로 그녀의 아버지에게 돈을 지불하고 그녀를 수양딸로 맞이하면서 자신의 죽은 딸의 이름을 붙여준다. 지극 정성으로 가르치고 키우다 보니 점차 그는 외로움과 우울증에서 벗어나 삶의 활력소를 찾게 된다. 소피가 크면서 농아 학교에 보내 최고의 교육을 받게 만든다.
소피가 돌아올 때에 맞춰 메리골드는 그녀만의 책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직접 글을 쓰고 멋진 표지도 직접 만든다. 이후 그는 이 책을 매우 싼 가격에 판매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목과 그와의 관계, 그리고 무엇을 복용하라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게 된다. 사실 나의 해석이 정확하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읽은 느낌을 그대로 적어보겠다. 혹시나 다른 의견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이다.
외로움과 우울증 그리고 삶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메리골드에게 닥터 메리골드가 내린 처방전은 소피이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책과 소피는 동일한 존재로 해석할 수 있으며 그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시각을 비틀면 이는 언제나 품 안에 끼고 살던 소피의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에 내놓고 돈이 아닌 실제로 아껴주고 사랑해 줄 사람에게 시집보내는 행위가 아닐까 하고 행각했다. 이 또한 소피를 위한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이다.
다음으로 찰스 디킨스의 작품 중 소금 한 알과 함께 복용할 것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그것을 모르면 제목과 내용을 연결 짓기가 매우 힘들다. 바로 영미권에서는 Take with a grain of salt라는 말을 직역하면 소금 한 꼬집과 함께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어떤 이야기를 100% 신뢰하지 말고 의심하는 태도로 받아들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이야기의 진실성을 항상 의심하라는 관용어 구로 사용되며 이 의미를 알고 책을 읽으면 바로 이해가 된다.
줄거리는 매우 똑똑한 사람인 주인공이 배심원에 선출되어 활동하는 이야기이다. 보통 이런 경우 매우 과학적인 이야기만 나오기 마련인데 살해당한 피해자가 유령이 되어 나타나 사건을 알려주고, 배심원의 꿈속에 들어가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범죄자는 꿈속에서 주인공이 나타나 자신의 목에 밧줄을 걸어 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지 미리 알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나는 재판 과정이며 작가는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런 신비스러운 경험을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한 작품만 더 살펴보자면 헤스바 스트레튼의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복용할 것이라는 작품이다. 주인공 유니스는 외지에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집은 파산 상태에 이르렀고 아버지는 그것으로 인하여 감옥에 가게 생겼다. 작은 언니는 나이 많은 사람과 약혼 중이며 큰 언니도 결혼할 사람을 고르는 중이었다. 이런 그들에게 닥친 빚을 해결할 수 없어 결국 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때 유니스는 외삼촌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그냥 집으로 온다.
이때 작은 언니와 약혼한 모어라는 사람이 갑자기 신이 유니스와 결혼하는 환상을 보여주었다며 유니스와 결혼하게 된다면 아버지를 빼주기로 약속한다. 집으로 돌아온 유니스는 세 장의 종이에 모어 씨와 결혼, 수녀원, 빈 종이를 놓고 제비뽑기를 하는데 모어 씨와의 결혼을 뽑게 된다. 이 또한 신의 계시라고 생각한 그녀는 마음이 무너짐을 느끼면서도 그대로 따르기로 결심한다. 이때 삼촌 밑에 있던 사람이 나타나 그녀를 데리고 삼촌 집으로 간다.
삼촌 집에 가니 모어 씨와 아버지가 있었고 삼촌의 협박에 모어 씨는 자신의 환상이 거짓이라고 고백하고 그대로 가버린다. 둘째 언니는 세상에 환멸을 느꼈는지 수녀가 되는 삶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서 복용할 것의 의미는 신의 목소리인 환상과 제비뽑기이다. 이는 인간의 의지가 사라진 강제적 운명이자 증거 없는 일방적 주장과 운명에 대한 체념을 의미한다. 그래서 제목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복용할 것이다.
찰스 디킨스 외 다섯 명의 작가가 쓴 영미 고전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에서 복용할 것은 실질적인 약이 아니라 꽤 다양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면 사랑, 탐욕, 무책임한 처방, 미신, 심판, 의심 등이 있다. 그래서 단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삶의 지혜를 스토리 형식으로 제공하는 철학적인 요소를 가득 품고 있다. 찰스 디킨스가 편집한 크리스마스 특별 판 중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니 그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꽤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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