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앙마님의 서재
  •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프로데 그뤼텐
  • 15,120원 (10%840)
  • 2025-01-15
  • : 11,890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직 삶의 절반밖에 살지 않았으며 산 만큼 더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지만 점차 주변에서 전하는 삶의 끝을 알리는 소식에 나의 끝도 생각해 보게 된다. 게다가 작년부터 읽었던 책들 중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욘 포세의 샤이닝,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을 읽으며 과연 나의 죽음은 어떨까 더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들의 작품을 잇는 북유럽 소설 프로데 그뤼텐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를 소개하며 죽음과 남은 삶의 향방에 대하여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북유럽 소설 프로데 그뤼텐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의 주인공 닐스 비크는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섬과 섬 사이 사람들을 옮겨주는 페리 호를 운행하는 노인이다. 그녀에게는 뇌졸중으로 죽은 아내 마르타와 두 딸이 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난 그는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 날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평소와 같이 준비를 하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자신의 배를 몰고 바다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평생 동안 배로 옮겨준 사람과 동물 중 죽은 자들을 모두 만나게 된다.



미친 경찰에게서 간신히 구해 자신이 키운 강아지 루나, 처음으로 탑승료를 지불한 승객,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보호하기 위하여 닐스가 나섰지만 결국은 자동차 사고로 어린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된 꼬마, 처음으로 손님을 태우고 자연의 거대함에 잔뜩 긴장한 채 승객의 안전에 책임감을 처음 느낀 날, 가장 자랑하고 싶은 손님,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 이별, 그간 자신이 실어 나른 결혼한 부부들, 자신이 이어준 늦깎이 노총각, 심지어 자신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한 도지사의 아내까지 모두 회상하고 만나게 된다.



게 중에는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자도 있었으며 닐스의 손으로 직접 장례를 치른 자도 있었다. 특히 택시 운전수이면서 알코올 중독자였던 동생의 마지막은 독자에게 꽤 심란한 마음을 가지게 만든다. 자신의 두 딸과 보낸 시간들 중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그의 마지막 하루라는 말에 단단한 마음을 잡고 읽던 독자에게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기도 한다. 세상에 아빠의 왼쪽 귀에 물을 부으면 오른쪽 귀로 나오는지 궁금하여 직접 아빠에게 물을 붓는 실험을 하는 딸이라니!



이렇게 그는 그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한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자신의 아내에게 흑심을 품은 미국인을 만난 부분인데 이미 죽은 사람임에도 화를 내는 닐스를 보며 아내를 끔찍하게 사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내와의 갈등의 시간을 그린 부분, 목사 및 관료들의 배척을 받아 생계가 위험한 순간을 말하는 부분은 여느 사람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북유럽 소설 프로데 그뤼텐의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분명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페리 호를 운행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이지만 어느 순간 실제로 배가 운행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승객 중 살아 있는 자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여행은 실제 물리적 이동이 아닌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영혼이 넘나드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욘 포세의 샤이닝에서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이동하는 중간 과정 같달까?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가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이 부분에서 한참 동안 눈이 머물렀다. 과연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삶의 마지막 날 당신이 가장 잘 기억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이었기에 잠시 읽는 것을 멈추고 나 스스로의 일을 돌아보았다. 어떤 일을 성취했던 날, 큰 시험에 합격한 날, 가고 싶던 회사에 입사한 날, 어떤 목표에 도달한 날 등등. 그러나 이후로 책장을 넘기면서 조금은 충격을 먹었다.



그 이유는 닐스가 삶을 되돌려 끄집어 낸 기억의 파편들은 모조리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그리고 어느 누구도 특별한 날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평범한 일상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옆을 볼 시간도 없이 앞으로 달리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언제나 바라보던 앞이 아닌 주변에 언제나 널리고 널려있는 옆이라고 그는 말하는데.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그의 성향이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그 이상은 더 원하지 않는 사람. 과거에 이런 사람은 발전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사고방식이 행복을 자신의 옆에 묶어 둘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닐스를 보면 결코 발전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살았다. 우리가 언제나 줄기차게 찾는 행복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다른 말로 하자면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이미 곁에 있는 것. 




책을 읽으면서 계속 나오는 말이 기억이다. 요즘 기억 이식이니 최면에 의한 기억 조작을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인지 이 부분도 꽤 눈길을 끌었다. 작중에서 몸은 단순히 시간이 머물다 떠나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면서 결국 나를 나이게 하면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기억이라는 말이 된다. 이런 기억을 외부에서 마음대로 심을 수 있고 조작할 수 있다면 과연 그때엔 나라는 정체성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유럽 소설 프로데 그뤼텐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를 보면 삶의 시작과 끝은 아날로그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사는 동안 최첨단의 과학의 시대를 거치더라도. 요즘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수동적으로 맞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꽤 긴 시간 이 책을 읽었다. 생명체이기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인 죽음. 그렇기에 열정적으로 삶을 사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닐스비크의마지막하루 #프로데그뤼텐 #북유럽소설 #다산책방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