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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재훈의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미술과 법률의 융합한 시각으로 이 둘의 교차점을 연구하여 쓴 책으로 예술 작품에 내재된 법적, 사회적 문제를 기술하고 있다. 첫 작품으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처럼 유명한 작품부터 현대적인 생성형 인공지능이나 환경 문제까지 다룬다. 기존의 작품 해설이나 역사적 관점을 가미하지는 않았지만 작품 속 사소해 보이는 요소를 캐치하여 법적으로는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서술한다. 작품 속에는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등도 다루고 있어 우리의 삶 전반을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첫 번째로는 첫 이야기인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이다. 이 그림에서 나온 작품이 장편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가 있다. 심지어 이것이 영화화되기도 할 정도로 그림도 소설도 영화도 매우 인기 있는 작품이다. 인류 최초의 보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진주. 저자는 진주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 규정을 찾아보았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국에서 진주를 구매하는 것은 조금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스위스 비영리단체인 세계 주얼리 연맹에서는 진주에 관한 사항을 정리한 책자 블루북을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천연 진주의 범위에 관한 규정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진주의 순도, 품질, 보증 기간 등에 관한 어떠한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 기술표준원의 국가 표준에는 보석을 귀금속 및 그 가공품으로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금속이 아닌 진주는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개별소비세법에는 규정되어 해당이 되어 보증되지 않았으나 지불한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누진세가 붙는다. 호구가 된 기분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클로드 모네가 아들 장 모네의 어린 시절을 그린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이였다. 상당히 독특한데 세 발을 가졌으며 안장 부분이 말로 되어 있다. 그럼 이 자전거가 현대 대한민국에 왔을 때 자전거 전용 도로를 달릴 수 있는지 저자는 따져본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전거의 정의를 살펴보면 사람의 힘으로 페달이나 손 페달을 사용하여 움직이는 구동장치와 조향장치 및 제동장치가 있는 바퀴가 둘 이상인 차로서 정부에서 정한 크기와 구조를 갖춘 것.
그래서 따져 보았다. 일단 바퀴가 둘 이상인데 그림 속 자전거는 세 개이니 해당이 된다.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조향장치도 있다. 그러나 자전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멈추게 하는 구동장치와 제동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즉, 현대 대한민국의 법에 규정하는 자전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걸 끌고 자전거 전용도로에 나가서 달릴 수 없다. 이 세 가지 장치가 있지만 외발자전거는 자전거가 아니지만 열 개의 바퀴가 달린 것은 자전거로 규정된다니.
마지막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역사적으로 고양이는 약 5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현재 아프리카 리비아 지역의 야생 고양이를 길들인 것이 시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0세기 이전에 중국을 통하여 들어온 것으로 추정한다. 너무나 귀여운 이미지이지만 시대적 관점에 따라 그 의미가 천차만별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성한 동물로 여겼으나 종교적 세계관을 가진 중세에는 마녀의 동반자, 악마의 앞잡이로 인식되어 불길하기 짝이 없는 존재로 낙인찍힌다.
17~18 세기 이후가 되면서 다시 사랑스러운 동반자의 자리를 꿰차게 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장화 신은 고양이,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가 있다. 심지어 이 작품은 엄청난 인기작인 뮤지컬 캣츠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마지막 작품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들고 온 이유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근간이라고 한다. 헬로키티, 마네키네코, 이웃집 토토로 등등. 재미있는 자료는 2012년 이후 미국과 일본은 반려견보다 반려묘가 훨씬 많다고 한다.
이를 우리나라 법에 적용을 하면 생각보다 독특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른 보호 대상은 유실·유기 동물, 학대받은 동물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동물, 동물 소유자로부터 학대를 받고 그 이후에 적정하게 치료·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을 발견한 때에는 그 동물을 구조하여 치료·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나온다. 그런데 유실·유기 동물에 고양이가 빠져 있었다. 고양이는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하여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개체 수 조절을 위하여 중성화하여 방사하고 있다.
조금 웃겼던 부분은 동물보호 센터의 운영을 표준화하기 위한 기관이 농림축산식품부라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축산에서 관리하다니. 해당 지침서에는 고양이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도로·공원 등의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뿐만 아니라 길고양이 중 구조 신고된 고양이로 다치거나 어미로부터 분리되어 스스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3개월령 이하의 고양이 동물은 동물보호 센터에서 보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래서 캣맘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캣독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미술과 법률의 융합으로 표현된 이재훈의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단순하게 두 장르를 섞은 책은 아니다. 감성이 가득한 작품에 갇힌 감상이 아니라 이성의 극단에 존재하는 법률의 시각으로 풀어가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종이 속 세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묘한 경험을 제공한다. 즉, 수많은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도서이다.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감성의 영역으로 한정될 수 있었던 테두리를 넘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이다.
흔히 예술 작품을 말할 때 시간을 정지시킨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예술 감상문을 보면 꽤 고리타분한 느낌이 많다. 표현주의가 어떻고, 낭만주의가 어떻고 등등. 하지만 이재훈의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예술을 법률로 풀면서 정지된 시간을 현대로 끌어와 흐르게 만들어 독자가 세기 너머의 갇힌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에 적용하게 만든다. 조금 더 현실적인 예술 감상 시각을 가지고 싶은 분이라면 꽤 유용한 도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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