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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박완서 작가의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은 그녀의 산문집 시리즈 중 마지막인 열 번째 작품이다. 그녀의 딸이 엄마의 여행 가방이라는 제목으로 쓴 서문에는 딸과 엄마의 소중한 추억은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고 언제나 선명함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독특했던 부분은 여행 산문집이고 여행을 많이 다니셨지만 여행 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일단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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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박완서 작가의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은 국내 여행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가까운 아시아 그리고 더 먼 유럽, 아프리카, 먼 아시아 여행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 거리 및 장소의 확장은 작가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점차 큰 사회적 문제 인식으로 생각이 넓어짐을 알 수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하자면 여행의 축적은 사고의 성장과 시야의 넓어짐으로 환원된다는 의미이며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여행의 목적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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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주로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녀가 미망을 이야기할 정도의 나이의 서술이다. 다만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던지기보다는 체력적인 한계로 인한 타인에게 끼칠 민폐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자제해야 한다거나, 꽤 먼 과거인 어린 시절 일화, 작가로서 글쓰기 소재를 찾는 방법 등에 관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홀로 나선 미국 여행 스토리이다. 큰 자신감을 가지고 오른 여행길이었지만, 공항에서 묻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포비아를 느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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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다름에서 오는 소통 불가의 포비아. 여행하는 두 달 동안 고통스러웠으며 딸과 사위를 대동하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었다는 말. 덕분에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말을 듣고 마음이 놓이고 기뻤다는 일화이다. 얼마 전 읽은 사소한 일에서도 언어의 다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생긴 것도 비슷하고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지만 그녀가 말을 하는 순간 이방인으로 전락하는. 이처럼 언어가 가지는 특성 중 하나가 동질감이라는 것이라면 한글의 위대함, 일제 강점기의 일본인 정책 등에 관해 사색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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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으로 넘어오면 만주, 백두산, 상해, 몽골 기행에 관한 내용이다. 읽으면서 작가의 성향이 상당히 건조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랄까? 만주와 백두산 여행을 갔을 때 일행 중 하나가 정말 미친 듯이 목놓아 울었던 장면을 묘사한다. 이때 작가는 그곳에 단 한 시간도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의 울음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래서일까? 꽤 매몰차게 굴긴 하는데 결국은 울음의 독자적 정서와의 결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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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적 흔적이 남은 곳을 방문하고 느낀다. 특히 연길에서 만난 김학철 선생님댁을 방문하면서 자신이 아주 오래전에 본 그의 작품을 기억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이유에 대하여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하지만 그녀는 작가라는 직업에 맞는 고민과 책임감을 느낀다. 이를 두고 그녀는 작가가 책임져야 할 두 얼굴이라고 정의한다. 요즘처럼 잠만 자고 나면 끝도 없이 흘러나오는 도서 목록을 보면서 창작자의 자세에 대하여 고민할 수 있게 만든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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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번째 챕터에서는 바티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티베트, 카트만두를 다녀온 이야기를 나눈다. 조금 재미있었던 것은 교황의 조문을 위하여 방문하였다가 이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하여 유니세프 활동으로 에티오피아를 가는 부분이었다. 사실, 그 뒤로 나오는 이야기도 환생과 어린이들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즉, 탄생과 죽음을 모두 다루는 챕터라고나 할까? 그래서 꽤 숙연해지는 파트였다. 개인적으로 에티오피아 여행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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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요즘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부하는데 헬리오스의 아들 파에톤이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데 이곳을 지나갔다는 말이 나와서 더 기억에 남았다. 게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알레프 첫 번째 이야기에서 로마군이 죽지 않는 죽지 않는 사람을 찾아 영생을 꿈꾸며 남쪽으로 내려간다고 하는 곳의 묘사도 에티오피아이다. 그전에는 사람들의 피부가 어둡지 않았으나 태양 마차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파에톤의 오만함으로 인하여 피부가 새카맣게 타버렸다는 그곳 사람들의 삶은 글자로만 보더라도 안타까움이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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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신장 위구루 지역과 티베트는 언제나 중국에서 독립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나라인데 아직 중국의 서장이라는 생각보다는 티베트 자체로 본다는 말은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녀의 생각이 넓어지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을 보며 니체가 생각났다. 진정한 자기 발견과 창조적 사고를 위해서는 위대한 고독이 필요하며 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여행이기에. 롤러코스터처럼 드라마틱함은 없지만 잔잔하면서 건조한 그녀가 전하는 말들은 니체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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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좋을 사람>
▶ 여행 에세이가 궁금하신 분
▶ 박완서 작가의 책을 좋아하시는 분
▶ 잔잔하게 사색을 즐기며 읽을 책이 필요하신 분
▶ 삶이 팍팍하여 마음에 가뭄이 온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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