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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마님의 서재
  •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도진기
  • 16,200원 (10%900)
  • 2024-12-26
  • : 680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읽은 도진기 작가의 애니 덕분에 그의 작품들이 궁금해진 찰나에 청소년 인문 교양 도서로 이번에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제목만 보면 여느 추리 소설로 느껴지겠지만 이 도서는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나라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근간을 설명하고 있다. 목차만 보아도 호기심이 절로 생기지만 모든 사례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도록 재구성되어 묵직한 내용이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청소년 인문 교양 도서로 이번에 출간된 도진기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를 담은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이는 염라 판사, 욱 검사(욱하는 성질 때문에 붙은 별명), 소크라테스 변호사이다. 나머지는 모두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이곳은 인간 세계에서 살다가 죽은 후 바로 오는 연옥이다. 여기에서 재판을 받은 후 무죄면 천국으로 유죄면 지옥으로 떨어져 형벌을 받게 된다는 설정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라는 챕터에서는 법과 도덕의 차이를 설명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다. 부작위로 인한 살인으로 검사는 성냥팔이 소녀를 죽인 범인으로 지나가는 행인을 피고인으로 등장시킨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논리적인 변호로 결국은 무죄를 받고 천국으로 가게 되는데 사실 이 책의 포인트는 재판의 결과에 있지 않다. 바로 재판의 절차에 관한 부분에 주요 쟁점이다.



먼저,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형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는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등이 있으며 명시되어 있지 않은 국가로는 한국, 영국, 미국 등이 있다. 이 재판에서 주요 쟁점은 책임 의무의 한계와 죄형법정주의이다. 즉,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죄가 형성되지 않으며 당연하게 처벌되지도 않는다. 성냥팔이 소녀의 경우 심정적으로는 안타까워 검사가 이 부분을 피력하지만 이는 법과 도덕의 선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소크라테스는 반론한다.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타이태닉호의 디카프리오가 케이트를 밀치고 혼자 살아서 회부된 재판이다. 검사는 그가 케이트를 밀치지 않았다면 혹은 같이 널빤지에 매달려 있었다면 죽지 않았기에 그는 살인죄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아! 영화와 달리 이 스토리에서는 잭이 살고 로즈가 죽는다. 물론 이 재판도 형법에서 범죄의 결과는 있지만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어 범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 규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당방위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소크라테스는 이 변론을 위하여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이론을 끌어온다. 이것은 홍수가 났을 때 나무판자 한 개에 한 명만 지탱이 가능한 경우이다. 이때 먼저 나무판자를 점유한 A가 다가오는 B를 익사시키고 나무판자를 고수했을 때 과연 A는 살인죄가 성립되는가의 문제이다. 우리 형법에서는 재난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행한 행동은 긴급 피난에 해당하여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때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 이유보다 과잉 행동을 하는 것은 처벌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가장 유쾌하게 읽었던 판례를 소개한다. 바로 암행어사 없이 춘향이 재판이 열린다면이라는 챕터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변 사또는 자신의 수청을 들지 않는 춘향을 잡아와 대뜸 외친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이에 염라 판사는 재판의 절차가 잘못되었다며 지적을 한다. 이 재판에서 절차의 하자는 증거재판주의를 어겼다는 것. 오로지 변 사또의 마음에 따라 죄의 유무가 나뉘는 것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며 강력하게 주장한다.




결국 변 사또는 춘향을 무죄로 방면하게 된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다지 재미있는 것이 없다. 이들이 연옥에서 조선시대로 시공간을 이동할 때 기차를 타고 간다. 그 이름도 유명한 은하철도 999. 여기에서 염라 판사와 소크라테스는 메텔을 만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메텔에게 왜 그곳을 다녀오냐고 물었더니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수줍게 대답한다. 그 남자 친구가 철이냐는 말에 메텔은 절대 아니며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는 남자라고 한다. 누구냐는 물음에 그녀의 답이 정말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과거에 나름의 이유가 있어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달달달 외웠던 적이 있었다.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법학도 총론과 각론으로 나뉘는데 청소년 인문 교양 도서인 도진기 작가의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는 모두 총론에 관한 내용이다. 즉, 판례라는 사례를 들고 왔지만, 하나하나의 법리를 따지기보다 각각의 법이 적용되는 큰 공식을 설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독자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용어까지도 전문 용어보다는 일상 언어를 사용하였다. 그래서 법학 관련 서적이지만 매우 쉽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공부할 때 가장 머리를 쥐어 뜯게 만든 파트가 미필적 고의와 과실 그리고 착오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이것마저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나와 있어 작가가 꽤 글을 잘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마지막 재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법 상식을 설명한다. 적어도 몰라서 두려움에 떠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읽으면 좋은 사람>


▶ 성인이지만 법의 기본이 궁금한 사람


▶ 청소년은 무조건


▶ 처음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접하는 사람




#성냥팔이소녀는누가죽였을까? #도진기 #청소년인문교양 #법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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