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달 잊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는 카테고리가 대중예술이다. 사실 음악이나 예술은 문외한에 가까웠지만 6개월 이상 꾸준하게 관련 도서를 읽었더니 이제 들어본 미술가나 음악가도 꽤 나와 거부감 없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에는 독일 예술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다룬 책을 보면서 그들의 역사와 국민성이 가미된 진정한 그들만의 예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현지 미술관의 도슨트로 재직 중인 이안 작가의 미술사를 다룬 『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를 보며 공부한 것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안 작가의 『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는 스페인 화가만을 다룬 도서는 아니다. 그곳에 있는 여러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에 관련된 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이다. 이 책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각 사조를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비유하는 부분이다. 첫 페이지는 이사벨 여왕의 시대로 시작한다.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카라바조를 시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클로드 모네, 르누아르, 라파엘로, 얀 판 에이크, 알브레히트 뒤러, 티치아노, 렘브란트 순으로 등장한다.
이후 작품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빈센트 반 고흐, 고갱, 폴 세잔, 마르크 샤갈, 칸딘스키에 이어 피터르 브뤼헐, 에곤 실레, 피카소까지 중세부터 근대까지 작가별로 사조별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물론 익숙하지 않지만 굉장한 임팩트를 제공하는 클로드 로랭, 외젠 부댕, 앙헬레스 산토스 등 많은 예술가와 작품을 감상하도록 구성하였다. 마지막 부록에는 현지 도슨트인 작가가 전하는 스페인 미술관 여행 가이드와 바람직한 그림 감상법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사조별로 나누다 보니 완벽하게 시기별 구분을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완벽한 유럽 미술사를 공부보다는 큰 틀에서 사조를 공부하는 목적으로 보기에 좋은 책이다. 모든 작품이 컬러판으로 수록되어 설명과 함께 바로 볼 수 있으며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그림 속 숨겨진 상징, 화가의 의도, 당시 유럽의 역사, 지역 사회의 정치·문화적 배경 등을 흥미로운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루머로 남아 있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어 독자의 집중력을 최대로 이끌어 낸다.
많이 접한 작가보다는 미술사에 기술적으로 큰 역할을 한 인물과 업적, 사조가 아닌 특이한 기법, 게르니카 전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상 깊었던 예술가에 대한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먼저 게르니카 전쟁은 스페인 내전이 2차 세계대전의 예행연습지로 변한 것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전쟁이다. 히틀러의 신무기 실험으로 통하기도 하며 이때 나온 작품이 피카소의 게르니카이다. 사실, 미술가 외에도 당시에 활동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생텍쥐페리 등이 있다.
다음으로 기술적으로 큰 역할을 한 인물부터 살펴보자. 크게 두 명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로는 얀 판 에이크이다. 그는 미술사에서 계란의 노른자를 이용한 템페라라는 물감에서 기름을 이용한 유화로 넘어오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는 조금 더 디테일한 묘사를 가능하게 하였고, 무한 반복 수정이 가능하여 화가에게 시간을 선물하였다. 두 번째로는 1841년 존 랜드가 발명한 튜브 물감이다. 이는 이동의 편리함을 제공하였으며 덕분에 직접 자연을 보고 풍경화를 그릴 수 있도록 만들어 야외에서 그리는 인상주의를 탄생시켰다.
그다음으로 특별한 기법이다. 빛을 이용한 강렬한 명암 대비를 이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주는 예술 기법인 테네브리즘, 헬레니즘 시대의 예술과 비교할 수 있는 상상력이 가미된 풍경화를 말하는 픽처레스크, 언뜻 보면 부조와 차이점을 느낄 수 없지만 회화인 그리자유, 빨리 그려서 거칠지만 역동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알라프리마 기법 등이 있다. 픽처레스크 기법에 대하여 모른다면 근대의 도시와 고대의 인물이 그려진 그림을 아무런 의심 없이 풍경화로 인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처음 들어보지만 눈을 뗄 수 없었던 작가와 작품이다. 앙헬레스 산토스 토로엘라라는 카탈루냐 출신의 여성 작가이다. 그녀가 18세에 그린 『세상』은 신화와 기하학과 공상 과학을 가미하여 별을 그렸지만 으스스함이 느껴지는 잔혹 동화 같다. 그녀를 별에 다가간 인물이라고 한다면 별에 집착한 귀여운 변태로는 같은 지역 출신의 미로가 있다. 칸딘스키의 작품 같은 추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보는 순간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그 외에 당시 작품들 중 누드화에서 인체의 특정 부위가 실제보다 더 작게 그려진 이유, 왕에게 이쁨을 받기 위하여 합스부르크가의 특징인 심각한 주걱턱을 그림으로 성형한 티치아노, 각 동물이나 장식품이 주는 알레고리, 평면에서 원근법을 넣어 입체적으로 바뀌면서 구도에 어려움을 겪어 비율이 맞지 않는 그림까지 지금의 미술이 오기까지의 과정을 유럽 역사와 연결하여 꽤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덕분에 예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나는 스페인 미술관의 도슨트입니다』는 단순한 미술 해설서가 아니라 현지 미술관을 걷는 특별한 여행이다. 일반적으로 미술은 어렵다고 느껴 쉽게 다가가기 힘든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안 작가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 속으로 깊이 스며들고, 그 너머에 담긴 삶과 역사를 느낄 수 있다. 미술이 주는 즐거움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이 최고의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들
▶ 미술관 방문을 앞둔 여행자.
▶ 스페인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
▶ 미술 작품 감상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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