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어린이들과 대화를 하다가 보면 성인의 머리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언어 구사 능력을 보여줄 때가 많다. 조금만 주의 깊게 들어보면 세상의 그 어떤 시인보다 시인이 우리들의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분명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기억조차 나지 않아 그렇게 순수하고 맑은 어린이들의 언어와 섞이지 못할 때는 속상하기까지 하다. 문학동네 보름달문고 성욱현 작가의 6교시에 너를 기다려를 보면서 상상력 가득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 그 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나 동화되길 바라며 소개해 본다.
6교시에 너를 기다려는 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는 어린이들의 상상력 커튼 뒤편에서, 새해 첫 학기 새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가득한 아이의 이야기가 담긴 교문 사이에서, 소리에 민감한 아이가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복도 아래에서, 친구와 1초도 떨어지기 싫었던 어린이의 서랍 안에서, 짝꿍과 매일 싸우다가 정이 든 운동장의 끝에서, 양말을 짝짝으로 신고 등교한 아이를 놀리던 친구들의 변화가 담긴 칠판 너머에서까지 총 여섯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였다. 어른들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한 번쯤은 겪었을 이야기이기에 더 쉽게 다가올 수도 있다.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한 어린이가 양말을 짝짝으로 신고 온다. 그날따라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고 반장에게 말썽 피우는 사람의 이름을 적으라고 한다. 반장은 어떤 경우에 이름을 적어야 할지 몰라 고민을 하게 되고 아이들은 이름이 적힐까 봐 두려워 반장이 노트에 낙서하는 것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급기야 모두 반장에게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름이 적히는 것이 싫으니 이름을 칠판에 적어주길 원한다. 반장은 반장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 연필을 떨어뜨리는 친구는 잘못이 아니니 넘어가고, 일부러 지우개를 떨어뜨려도 증거가 없으니 넘어간다. 이렇게 하나씩 넘어가기 시작하니 아이들의 장난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반장한테 이름만 안 적힐 정도로만. 그러나 혜림이는 달랐다. 자신이 짝짝이 양말을 신고 온 것을 놀리는 친구들을 혼내주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결국 혜림이는 칠판에 이름이 적힌다. 혜림이는 자신을 놀린 친구들 이름도 다 적으라고 하지만 그들의 변명에 딱히 정당성을 찾지 못하는 반장. 반장은 혜림이를 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고민을 한다. 그때 누군가 외친다. "억지를 부린 혜림이의 이름에 동그라미를 쳐" 그들 말이 그럴듯하여 반장은 동그라미를 친다. 그러다가 그만 혜림이가 이 동그라미 안으로 빠지고 만다. 깊고도 어두운 곳으로. 그러나 혜림이는 너무나 즐거워한다.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큼.
아이들은 궁금하긴 하지만 결코 그 미지의 구멍으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친구들은 그녀를 멋지다고 생각하기에 이르고 그녀를 멋진 모험가 대접을 해준다. 어떤 이들은 그런 혜림이를 따라 일부러 양말을 짝짝으로 신고 온다. 그러면서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늬의 양말을 한 번에 두 개 다 신을 수 있어서 좋다고. 어른이 보기에 말은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허구적인 이야기만 쏙 빼면 한 번쯤 겪은 일이기에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한다.
문학동네 보름달문고 성욱현 작가의 6교시에 너를 기다려는 어린이들에는 상상의 나래를 현실에 적용시킬 때 주의점, 친구와 친해지고 그 관계를 유지시키는 방법, 호기심으로 인한 관찰력과 자신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법 등등 각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교훈을 준다. 그러나 어른에게는 추억 여행을 하는 재미도 있긴 하지만 의외로 반성할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수업 시간을 지루해 하는 학생를 대하는 모습이나 하루아침에 생긴 큰 나무를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학교의 실제 목적을 잃어버리는 모습.
사는 게 바빠 아이 혼자 매일 집에 긴 시간을 보내게 하는 일, 한창 뛰어놀아야 하는 어린이들이지만 어른처럼 얌전하면서 조용하기만을 바라는 모습 등등. 더 아찔했던 모습은 아이들이 이런 어른의 생각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어린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또래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세상을 먼저 살아온 어른으로서 마음이 뜨끔뜨끔 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어린이는 어린이다울 때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문학동네 보름달문고 성욱현 작가의 6교시에 너를 기다려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어서 초등학생 어린이가 보기에 좋은 작품이다. 판타지 요소만 강조되지도 않았으며 현실적인 요소만 강조되지도 않아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면서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영어나 수학, 음악을 조금 더 잘하는 것보다 그 나이 대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이제는 노력을 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 씁쓸하지만 어른이기에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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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