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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의정원님의 서재
  • 괴물의 탄생
  • 수레카 데이비스
  • 20,700원 (10%1,150)
  • 2026-08-14
  • : 3,055


표지 일러스트부터 기괴함 그 자체였다. 『괴물의 탄생』이라는 강렬한 타이틀까지 보자마자

이건 무조건 '각'이라는 생각에 홀린 듯 집어 들었다.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머릿속에서 시놉시스 몇 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마흔 넘게 밥 먹고 살면서 사람 얼굴 그리고 온갖 막장과 욕망이 뒤엉킨 이야기를 써 내려온 입장에서, 늘 목구멍에 걸려 있던 가시 같은 의문이 있었다.


"인간은 왜 그렇게 기를 쓰고 괴물을 만들어낼까?"


수레카 데이비스의 『괴물의 탄생 : 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는 점잖은 인문학의 탈을 벗어던지고 인간의 밑바닥, 그 날것의 악의와 비겁함을 아주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신화나 판타지 속에 나오는 흉측한 괴물들? 그건 결코 낭만적인 상상력 따위가 아니다. 책이 까발리는 진실은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추악하다. 나와 생김새가 다르고, 말귀를 못 알아듣고, 낯선 냄새를 풍기는 '타자'를 맞닥뜨렸을 때 인간이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순수한 공포와 혐오다. 


그리고 그 공포를 정당화하고 상대를 손쉽게 짓밟아 지배하기 위해 인간이 벌인 짓은 뻔뻔했다. 바로 그들의 몸에 억지로 털을 입히고, 대가리를 개의 형상으로 바꿔치기해 '괴물'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


책 속 옛 지도와 고문헌에 박제된 흔적들을 보면 아주 가관이다.

당대 최고 지식인이라는 자들이 그린 지도 구석탱이엔 가슴팍에 눈깔과 주둥이가 달린 족속, 발바닥 하나로 햇빛을 가리는 흉물이 태연하게 박혀 있다.


"저것들은 우리 같은 인간이 아니라 미개한 괴물 찌꺼기들"이라고 대놓고 선을 긋고 침을 뱉어놓은 꼬락서니다. 똑똑한 척 고상한 척하는 문명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지도가 실은 가장 잔인한 편견의 배설물이었던 셈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로서 이 날것의 본능은 소름 끼치도록 매력적이다.

괴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타인을 악마화해서 내 안위를 지키려는 인간의 가장 치졸하고 원초적인 욕망에서 태어난다. 이 책은 겉멋만 든 껍데기 판타지가 아니라, 피비린내 나는 인간 본성의 심연을 긁어내 진짜 서사의 뼈대를 세우게 만든다.


뻔한 양판소 악당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두려워해서 저 괴물을 탄생시켰는가'라는 서사의 뼈대를 단단하게 세우고 싶은 작가지망생이나, 입체적인 세계관을 짜고 싶은 창작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치트키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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