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마음 한구석이 설레기 시작한다. 올해로 벌써 4년째 빼놓지 않고 챙겨보고 있는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덕분이다. 늘 신선한 아이디어와 낯선 세계관으로 지루할 틈 없는 단편들을 마주할 수 있어, 나에게는 연례 행사처럼 기다려지는 책이기도 하다.
이번 제13회 수상작품집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에 완벽한 균열을 내는 기발한 상상력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몰입하게 만드는 탄탄한 흡입력까지, 다섯 편의 작품 모두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장르 문학의 미래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이번 작품집의 목차별 감상 포인트와 특징을 정리해 본다.
★목차별 특징과 포인트★
이선화 - 〈고래는 낙하한다〉
포인트: 거대하고 묵직한 이미지의 낙하,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기묘한 긴장감.
한줄평: 제목이 주는 시각적인 압도감만큼이나 문장 하나하나의 깊이가 남달랐던 작품으로, 작품집의 문을 여는 강렬한 포문을 열어준다. 깊은 여운을 남기는 내용이 장편으로 나오면 더 재미있을것 같은 기대를 하게 된다.
양지숙 - 〈핑키 프로미스〉
포인트: 가볍고 친근한 단어 이면에 숨겨진 장르적 반전과 영리한 스토리텔링.
한줄평: 약속이라는 일상적인 서사 속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하며 독자의 몰입도를 쥐락펴락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최주희 - 〈옮겨심기 서비스〉
포인트: 기발한 설정이 주는 신선함과 그 기저에 깔린 인간 내면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
한줄평: "만약 이런 서비스가 실제로 있다면?"이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며, 현대 사회의 단면을 독특한 감각으로 꼬집어낸다.
원하릴 - 〈홈.zip〉
포인트: 디지털적인 익숙함과 미스터리한 서사가 결합한 독특한 질감. 안드로이드를 박제사라는 독특한 직업과결합한 신선한 이야기
한줄평: 압축 파일이라는 지극히 현대적인 소재를 공간과 서사로 치환해 내는 감각이 무척 감탄스러웠고, 읽는 내내 묘한 기시감과 긴장감을 자아냈다.
김이숨 - 〈호랑이의 맛〉
포인트: 감각적이고 도파민을 자극하는 강렬한 서사와 폭발적인 에너지.
한줄평: 입안에 감도는 강렬한 맛처럼 서사의 힘이 대단하다. 주인공이 지닌 회색빛의 모호함이 오히려 현실성을 더해준다. 단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역동적이고 흡입력 있는 마무리!
★책 구성 및 디자인★
매해 출판사 '북다'에서 선보이는 수상작품집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도 소장 가치를 더한다. 이번 작품집 역시 손에 착 감기는 산뜻한 판형(130*205)에 깔끔한 무선철 제본으로 가볍게 들고 다니며 읽기 좋다.
특히 표지 디자인은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넘나드는 수록작들의 분위기를 아우르듯 세련되면서도 몽환적인 톤을 유지하고 있어, 책장에 꽂아두었을 때 4년 동안 모아온 이전 시리즈들과도 근사하게 어우러진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수록된 심사평은 각 단편이 가진 매력을 한 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마지막 심사평 또한 즐겁게 읽을수있는, 이야기가 가진 날 것의 힘과 정교한 가공이 만들어낸 완벽한 시너지. 장르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그리고 일상에 신선한 자극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올해의 필독서다. 내년의 스토리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