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덕의 <한국 도시 2026>은 인문학보다는 오늘날의 도시가 어떤 힘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가 도시 문헌학자라서 역사나 문화 이야기를 예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도시 인문학과는 거리가 있다. 도시를 둘러싼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다단하며 정세의 영향을 받아 계속 변화해나간다는 걸 책에서는 내내 설명한다.
1부에서는 정책, 국제정세·기후, 인구·산업, 교통이라는 네 개의 축을 중심으로 2026년부터 주목할 도시의 흐름을 설명한다. 그동안 왜 저건 늘 말만 나오지? 싶었던 KTX 세종역이나 GTX-D 같은 이슈들이 구조적으로 왜 추진이 어려운지 설명되어 있어서 이해가 쉽게 됐다. 국제 정세나 기후 변화가 도시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한 부분도 구체적이었다. 전쟁이나 공급망 이동 같은 국제이슈는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그 변화는 특정 지역에 공장이나 기업이 몰리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충청권 화력발전소 주변에 산업체가 몰리는 상황처럼 이미 한국 곳곳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라는 점도 와닿았다.
2부에서는 전국의 아홉 개 권역을 실제 변화 중심으로 정리한다. 일례로 동남권은 조선업과 방위산업이 살아나면서 지역 분위기가 다시 강해지고 있고, 중부권은 행정 기능이 이동하면서 역할이 재정비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무리하게 택지를 조성하면서 주변 지역이 약해지는 사례 등도 모두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니 도시를 볼 때 구조를 보는 힘이 길러진 느낌이다. 한국 도시의 트렌드와 흐름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 열린책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